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멈추는 것은 생산라인이다. 사고 현장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지고, 원인조사와 안전점검이 진행된다. 사고가 발생한 공정만 멈추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이 재발 방지를 위해 사업장 전체의 작업을 일시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7월 HD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중대재해가 대표적이다. 회사는 7월 20일 중대재해 발생 이후 7월 21일 전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고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이어 7월 27일에도 중대재해가 발생하자 7월 29일부터 다시 전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고 특별안전교육과 전 사업장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회사가 한국거래소에 공시한 생산중단 분야의 연간 매출액은 1조 7,580억 6000만 원으로, 2025년 연결 매출액과 같은 규모였다. 다만 실제 생산중단으로 이 금액 전부가 손실된다는 뜻은 아니다. 회사 역시 생산중단의 영향을 ‘생산의 일시적 차질’로 공시했다. 그러나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대형 제조기업에서 중대재해 한 건은 노동자 한 명의 피해로 끝나지 않고 공장 전체의 생산일정과 경영계획을 흔들 수 있다. 조선업에서는 이 같은 충격이 더욱 크다. 선박은 수많은 공정이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산업현장의 ‘안전’은 이제 ‘비용’이 아니다. ‘안전’은 생산성이고, 기업가치이며, 결국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경영요소라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산업안전을 국가의 중요한 현안 중 하나로 삼고 있다. 특히 올해 8월 1일부터 500인 이상 기업에 대한 ‘안전보건 공시제’가 시행돼 기업은 안전보건 관리체제, 산업재해 발생 현황, 안전보건 투자, 산업재해 재발방지 대책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제는 기업주가 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시대에서 투자와 경쟁력으로 인식하는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한국재난안전뉴스는 ‘안전이 기업을 살린다’ 기획연재를 통해 안전 문제가 기업의 핵심적 경영 요소이자 생존 전략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안전한 기업이 어떻게 더 강한 기업이 되는지 약 20회에 걸쳐 답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기업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사망자 및 재해 규모와 사고 원인이 공개된다. 하지만 사고가 나기 전까지 그 기업이 안전에 얼마나 투자를 했고, 안전관리 인력을 얼마나 두고, 위험 요인을 어떻게 관리했는지는 외부에서 알기 어려웠다. 이제 이 같은 기업의 ‘안전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지난달 식품제조유통업체 아워홈 용인공장에서 기계에 끼이는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던 50대 근로자가 치료 37일 만인 16일 사망했다 그는 지난달 8일 오후 2시 50분께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 소재 아워홈 용인2공장 4층 어묵꼬치 포장 작업장에서 컨베이어 벨트 회전축에 목 부위가 끼이는 사고를 당했다. 이 사고는 같은 공장에서 유사한 끼임 사고가 반복됐다는 점에서 큰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해 3월 30대 외국인 여성 근로자가 기계에 손과 팔이 끼여 크게 다쳤고, 같은 해 4월 30대 내국인 근로자가 목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로 숨졌다. 반복된 사고에도 또다시 하청노동자가 기계에 끼여 숨지며 과거 사고 이후 마련된 재발방지 대책이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근로자가 사망함에 따라 경찰은 피의자들에게 적용한 혐의를 업무상과실치상에서 업무상과실치사로 변경했다. 아울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사망 경위를 규명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와 참고인 조사 등을 진행하며 피의자들의 안전관리 의무 위반 정황에 대해 계속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경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폭발사고로 5명이 숨지는 등 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손재일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입건됐다. 또 한화에어로 가재웅 대전사업장장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입건됐다. 대전경찰청은 입건된 2명과 참고인 1명 등 총 3명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도 내렸다. 전담수사팀은 현재까지 한화 측 관련자 7명과 유족 5명에 대한 조사를 마쳤다. 압수수색으로 자료를 확보한 경찰은 자료 분석 및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있다. 앞서 경찰은 4일 대전노동청과 함께 대전 사업장과 R&D(연구개발) 캠퍼스, 서울 본사 등 총 3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압수수색 결과, 서류 및 전자 정보 5400여 점과 휴대전화 6대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 및 압수물 분석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압수물 분석 등을 통해 사고 원인과 책임 소재를 명확히 규명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손 대표가 기소돼 재판 과정에서 어떤 처벌을 받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수많은 경영책임자(대표이사)들이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실형(구속)이 선고된 사례는 손에 꼽힐 정도다. 법원은 단순히 사고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서울시가 상판 일부가 붕괴돼 3명이 사망한 서소문고가차도 철거 작업을 업체에 발주할 때 ‘이 공사는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라고 고지했다고 한다. 인명피해가 발생한 만큼 서울시 간부나 공사 업체, 공사 관계자 중 어디까지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될지는 수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다. 그러면 공사를 발주할 때 해당 공사가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라고 수급업체(시공사)에 의무적으로 공식 고지해야 하는 걸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그런 법적 명시 조항은 없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발주처가 입찰 공고문이나 계약 조건에 이를 명시하여 공지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 그럴까? 여기에는 실무적·법적 이유가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의 모든 사업장에 전면 적용(건설공사는 금액 제한 없음)되는 ‘당연 적용 법률’이다. 즉, 별도로 통지하지 않더라도 법적 요건을 갖춘 공사라면 자동으로 법이 적용되므로, 발주자에게 이런 사항을 새삼스럽게 알려야 한다는 법적 의무를 지우지 않은 것이다. 그럼에도 입찰이나 발주 시 이를 공지하거나 관련 서류를 요구하는 이유는 발주자(도급인) 본인의 면책과 안전관리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와 관련해 경찰과 검찰, 고용노동부가 유관기관 공조 체계로 본격적인 원인 규명에 들어갔다. 수사의 초점은 사고 전 구조물 이상 징후가 확인된 뒤 현장 관계자들이 위험을 어느 정도 인지했는지, 추가 붕괴를 막기 위한 예방 조치를 충분히 했는지, 그리고 안전진단을 위해 인력을 구조물 안으로 투입한 판단이 적절했는지에 맞춰질 전망이다. 27일 소방당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사고는 26일 오후 2시 33분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에서 발생했다. 철거 중이던 고가 상판 일부가 무너지면서 현장 관계자 등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사고 당시 현장에서는 앞서 확인된 구조물 침하와 관련한 안전점검이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사고 직후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은 백승언 광역수사대장을 팀장으로 광역수사대 중대재해수사2계 등 3개 팀, 서울경찰청 과학수사팀, 관할 경찰서 형사팀 등을 포함한 50여명 규모 수사전담팀을 편성했다. 경찰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와 협력해 사고 원인과 안전관리 절차 준수 여부를 들여다본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철거 중이던 서소문 고가차도가 무너져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친 사고가 발생했는데, 벌써부터 이를 두고 ‘예견된 인재’ 아니냐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사고 당일 새벽 이미 구조물 일부가 내려앉는 이상 징후가 확인됐는데도, 충분한 보강 조치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관계자들이 구조물 안으로 들어가 안전진단을 하다 참변을 당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인데, 향후 파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6일 소방당국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32분쯤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공사 현장에서 고가 상판 일부가 붕괴했다. 이 사고로 공사 현장관리소장과 감리단장, 외부 구조기술사 등 3명이 숨지고,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직원 2명과 서대문구 주민센터 직원 1명이 다쳤다. 주민센터 직원은 공사 관계자가 아니라 사고 당시 현장 주변을 지나던 중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의 출발점은 이날 새벽 확인된 ‘2.9㎝’의 절단부 침하였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새벽 2시 30분쯤 고가 상판인 슬라브를 절단하던 중 약 2.9㎝ 규모의 침하가 발생했다. 이에 따라 매뉴얼에 따라 작업은 중단됐고, 오후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산업현장 사망사고에 대한 처벌이 국민 법 감정에 미치지 못한다는 비판이 이어진 가운데, 법원이 중대재해 사건에 적용할 권고 형량 기준을 구체화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이다. 아울러, 대법원이 판결과 양형 판단을 지원할 인공지능(AI) 개발에도 착수했다. 법관의 판단을 대체하는 방식은 아니지만, 과거 판결과 양형 통계를 분석해 법관과 양형위원회의 판단을 돕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취지여서, 인공지능이 법원 판결에 어떤 영향을 줄지도 주목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1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양형기준 설명회를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 양형기준 마련과 양형 지원 AI 개발 추진 상황을 밝혔다. 중대재해법 양형, 왜 관심 커졌나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2022년 1월 시행된 뒤 산업현장 사망사고의 책임을 현장 실무자에게만 묻지 않고,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할 경영책임자에게까지 묻는 법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법 시행 초기에는 최고경영자까지 사법책임이 귀속된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앞다퉈 별도 안전경영자를 두는 등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철 기자 | 지난해 7월 16일 오후 7시 4분쯤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고가도로 옹벽이 무너졌다. 쏟아진 토사는 도로를 지나던 차량을 덮쳤고, 40대 운전자가 목숨을 잃었다. 사고 전날 붕괴 위험을 알리는 신고가 있었고, 사고 옹벽은 10여 년간 정밀안전진단 대상에서 빠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극은 갑자기 온 것이 아니라 방치된 위험이 터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뒤따랐다. 국토교통부가 오산 사고와 비슷한 구조적 위험을 안고 있는 보강토옹벽 60곳을 대상으로 특별점검에 들어간다. 국토부는 18일부터 6월 30일까지 안전 취약 보강토옹벽을 집중 점검하고, 민간 전문가가 현장을 지속 관리하는 상시 관리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점검은 지난 2월 26일 중앙시설물사고조사위원회가 발표한 오산 보강토옹벽 붕괴 사고 재발방지대책의 후속 조치다. 사조위는 당시 사고 원인에 대해 “설계, 시공, 유지관리 전 단계에 걸친 복합 부실”이라고 결론 냈다. 배수 불량과 균열, 침하, 시공·관리 부실이 겹치면서 집중호우 때 옹벽에 작용하는 압력이 커졌고, 결국 붕괴로 이어졌다는 판단이었다. 국토부는 지난 3월 18일부터 4월 30일까지 시설물안전법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2022년 1월 27일, 대한민국 산업사에 획을 긋는 거대한 실험이 시작되었다. ‘사람의 생명이 경영의 이익보다 우선한다’는 명제를 법전에 새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날이다. 노동계는 산업화 이후 수십 년간 이어진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있는 최후의 보루라며 환호했지만, 경영계는 세계 어디에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경영책임자 직접 처벌’이라는 조항 앞에 공포를 느꼈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지금, 이 법이 가져온 빛과 그림자를 5회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주] 중대재해처벌법의 궁극적 목표는 경영자를 감옥에 보내는 것이 아니다. 가장인 아버지가, 가족의 생계를 돕는 착한 아들이 저녁에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그러려면 기업은 안전을 ‘투자’하고, 노동자는 안전을 ‘권리’로 행사하고, 정부는 이를 촘촘히 지원하는 ‘안전 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난 4년은 그런 길로 가기 위한 과정이었다. 우리 사회가 안전과 생명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한 진통의 시간이었다. 비록 통계적 수치는 획기적으로 감소하지는 않았지만, 기업 경영의 핵심 지표에 ‘안전’이 진입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