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퇴근 후 집에 돌아온 직장인이 전동킥보드를 현관 옆에 세워두고 충전기를 꽂는다. 침대 옆에서는 스마트폰이 충전되고, 가방 안에는 보조배터리가 들어 있다. 이제 배터리는 자동차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 문제는 이들 제품이 작고 가볍다는 이유로 안전까지 가볍게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실제 화재 현장에서는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 보조배터리 등이 불씨가 된 사례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충전하다 시작되는 화재 소형 배터리 화재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순간은 충전할 때다. 배터리가 손상됐거나 충전기와 제품의 호환성이 맞지 않을 경우 이상 발열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오래 사용해 배터리가 부풀어 올랐거나 외부 충격을 받은 제품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 자료를 보면 최근 몇 년 사이 전동킥보드와 전기자전거 등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화재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화재 장소도 주택과 아파트, 상가 등 일상생활 공간을 가리지 않는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개인형 이동장치 화재 예방을 위해 충전이 완료되면 전원을 분리하고, 사람이 없는 공간에서 장시간 충전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현관이나 복도처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아파트 지하주차장에 들어서면 자동차들이 빽빽하게 줄지어 서 있다. 대부분의 주민에게는 비바람을 피하고 편하게 주차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러나 화재가 발생하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진다. 불길이 번지고 연기가 차오르면 소방대원도 쉽게 접근하기 어렵다. 출입구는 제한돼 있고, 천장은 낮으며, 차량들이 통로와 주차구역을 가득 채우고 있다. 여기에 전기차 배터리 화재까지 겹치면 진화는 더욱 까다로워진다. 2024년 8월 인천 서구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그 위험을 현실로 보여줬다. 당시 불은 오전 6시15분께 주차돼 있던 전기차에서 시작됐다. 소방인력 300여 명과 장비 80여 대가 투입됐지만 불씨가 완전히 사라지기까지 8시간 넘게 걸렸다.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고, 아파트 주민들은 연기와 정전·단수로 큰 불편을 겪었다. 한 대의 차량에서 시작된 화재가 아파트 전체의 생활을 멈춰 세운 것이다. 지하에서는 연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다 지하주차장 화재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연기다. 불보다 연기가 먼저 사람들의 이동을 막는다. 지하공간은 자연적인 배연이 어렵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유독가스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전기차 한 대가 불이 났다. 소방관들이 물을 뿌리고 또 뿌린다. 불길은 잠잠해지는 듯하다가 다시 살아난다. 겉으로는 불이 꺼진 것처럼 보여도 차량 아래쪽에서는 여전히 뜨거운 열이 남아 있다. 전기차 화재가 일반 자동차 화재와 다른 이유다. 2024년 8월 인천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는 이 같은 특성을 고스란히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불은 차량 한 대에서 시작됐지만 곧바로 주변 차량으로 번졌고, 지하주차장이라는 밀폐된 공간은 진화와 배연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불길은 8시간 만에 잡혔고 무려 차량 140대가 불에 탔다. 전기차 보급이 늘면서 소방당국도 대응법을 바꾸고 있다. 소방청 국립소방연구원은 2025년 전기차 화재 대응 지침서를 개정해 전기 트럭 등 상용차와 고위험 화재, 특수 진압장비를 포함한 현장 대응법을 새로 담았다. ◇불씨는 배터리 안에서 시작된다 전기차의 핵심은 차 밑에 깔려 있는 고전압 배터리팩이다. 수백~수천 개의 배터리 셀이 모여 하나의 거대한 에너지 저장장치를 이룬다. 이 장치는 평상시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하지만 충돌이나 제조상의 결함, 내부 단락, 과열 등으로 배터리 셀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지난 7월 21일 오전 10시 27분경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5층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아파트 화재라서 소방차가 36대, 인력 133명 등이 총출동해 화재는 두 시간여 만에 진압됐다. 주민들이 긴급대피하긴 했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런데 화재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의문과 가설이 제기돼 아직까지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였다. 화재 최초 목격자인 가사도우미는 주방에서 청소 중 이상한 소리가 들려 안방에 가보니 로봇 청소기 부근에 불꽃이 튀며 불이 붙은 상태였다고 말했다. 그의 진술에 따라 로봇청소기 충전기에서 발화했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보였다. 그런데 두 달여간의 소방당국 조사 결과 화재 원인은 청소기 발화가 아니라 벽체 공간 콘센트에서 발생한 ‘트래킹’인 것으로 확인됐다. 2일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공받은 화재원인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소방당국은 발화 원인을 ‘트래킹에 의한 단락’으로 최종 판단했다. ◇벽 속의 습기·먼지 쌓인 전기설비가 트래킹 화근 화재는 흔히 전기제품의 과열이나 가스레인지, 담배꽁초처럼 눈에 보이는 곳에서 시작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불이 난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공장화재가 발생했을 때 인접 건축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새로운 수막설비가 실제 화재 실험을 통해 현장 적용 단계로 들어간다. 소방청 산하 국립소방연구원은 이달 21일부터 30일까지 공장화재 시 인접 건축물로의 연소 확대를 막기 위한 수막설비 설치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실화재 실험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수막설비는 공장 건축물 외벽에 물막을 형성해 인접 건물에서 발생한 화염과 복사열로부터 건축물을 보호하는 장치다. 특히 공장 간 이격거리가 좁은 산업단지나 밀집된 공장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불길이 바로 옆 건물로 옮겨붙는 것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펌프차 연결만으로 작동.. “소방력 손실 줄인다” 국립소방연구원이 개발한 설비의 가장 큰 특징은 별도의 펌프 없이 소방펌프차에 연결해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인접 건물로 화재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대원이 직접 '방어주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인력과 소방용수가 분산되면서 정작 불이 난 건축물 진압에 투입할 소방력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방어주수(防禦注水)는 화재가 난 건물을 직접 끄는 물줄기라기보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전기차부터 스마트폰, 전동킥보드, 보조배터리, ESS(에너지 저장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배터리는 우리 생활의 필수품이 됐다. 그러나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가 때로는 화재와 폭발이라는 새로운 위험으로 역습을 하고 있다. 배터리는 왜 불이 나고, 왜 끄기 어려우며, 사고가 나면 누가 책임져야 할까. “우리는 과연 배터리 시대를 맞을 준비가 돼 있는가.” 한국재난안전뉴스는 제조에서 사용·재활용, 소방과 보험, 해외 규제와 미래 기술까지 배터리의 빛과 그림자를 10회에 걸쳐 추적한다. (편집자 주) 2024년 8월 1일 오전 6시 15분. 인천 서구 청라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주차돼 있던 전기차 한 대에서 시작된 불은 순식간에 주변으로 번졌다. 소방대가 진화에 나섰지만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았다. 완전히 불이 꺼진 것은 화재 발생 8시간20분 뒤였다. 그 사이 차량 140여 대가 불에 타거나 그을렸고 23명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다. 주차장 내부 온도는 1000도 이상 치솟았고 배관 등이 녹으면서 정전과 단수까지 발생했다. 한 대의 자동차에서 시작된 불이 아파트 주민들의 일상을 뒤흔든 것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화재가 발생하면 보통 “창문을 열어 연기를 밖으로 빼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집 안에 연기가 차기 시작하면 연기를 내보내기 위해 창문부터 열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화재 상황에서 창문을 여는 것이 언제나 안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화재 위치와 연기의 이동 방향에 따라 창문을 여는 행동이 화재와 연기를 더 빠르게 확산시키거나 외부의 연기를 집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화재가 났을 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창문을 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아파트에서 내 집이 아닌 다른 세대나 복도, 계단, 주차장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창문을 닫아두는 것이 안전하다. 소방청도 다른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집으로 화염이나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 경우에는 세대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면서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닫도록 안내하고 있다. 왜 창문을 닫아야 할까. 첫 번째 이유는 외부의 연기 유입을 막기 위해서다. 아파트 화재에서는 불이 난 세대에서 발생한 연기가 복도와 계단을 통해 주변으로 퍼질 수 있다. 특히 고층 아파트에서는 연기가 계단실을 타고 위층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경우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아파트나 오피스텔, 병원, 학교, 상가 등의 복도를 걷다 보면 유난히 무겁고 두꺼운 문을 만나게 된다. 계단으로 이어지는 곳이나 건물 내부의 구획을 나누는 곳에 설치된 ‘방화문’이다. 그런데 이 문은 24시간 항상 닫혀 있어야 할까. 답은 “물론 그렇다”이다. 방화문을 환기를 위해 열어놓거나, 사람들이 자주 오간다는 이유로 쐐기나 소화기로 받쳐놓는 경우가 있다. 문을 열어놓으면 통행하기 편하고 답답한 느낌도 줄어들지만, 화재가 발생하면 큰 후회가 될 수 있다. 방화문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불을 없애는 것이 아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일정 시간 동안 불과 열, 연기 등이 다른 공간으로 번지는 것을 늦추는 것이다. 즉 건물 내부를 여러 개의 구획으로 나누어 화재와 연기의 확산을 지연시키고, 그 사이에 사람들이 대피하고 소방대가 대응할 시간을 확보하도록 하는 안전설비다. 방화문은 닫혀 있어야 제 기능을 한다. 특히 계단실은 사람들이 건물 밖으로 빠져나가는 주요 대피로이기 때문에 연기가 계단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방화문을 쐐기나 문고정 장치 등으로 열어두면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문이 자동으로 닫히지 않아 방화구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화재가 발생하면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빠져나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젖은 수건을 얼굴에 대고 연기 속을 빠져나오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과연 젖은 수건만 있으면 연기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젖은 수건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화재 연기의 유독성 가스까지 걸러주는 보호장비는 아니다. 젖은 수건을 믿고 연기 속에서 이동하거나 구조를 기다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젖은 수건이 마른 천보다 도움이 되는 이유는 뜨거운 공기와 일부 연소 입자가 호흡기로 직접 들어오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분이 증발하면서 코와 입 주변의 열감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연기가 많지만 아직 대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임시적인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화재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불길만이 아니다. 건물 내부에서 발생하는 연기에는 일산화탄소를 비롯해 여러 유해물질이 들어있다. 특히 플라스틱이나 합성수지 등이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젖은 수건이 일산화탄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정상적으로 작동하던 에어컨을 철거하거나 냉매를 다시 충전하는 과정에서 갑자기 불꽃이 튀고 폭발하는 사고가 잇따른 원인이 ‘불법 혼합냉매’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냉매 속 성분이 에어컨 실외기의 알루미늄 부품과 반응하면서 공기만 닿아도 스스로 불이 붙을 수 있는 위험물질을 만들어낸다는 사실이 소방당국의 조사에서 처음 확인됐다. 2일 소방청은 온라인과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유통되는 일부 에어컨용 불법 혼합냉매가 실외기 내부에서 자연발화성 물질을 생성해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국립소방연구원 등과 공동으로 규명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관련 냉매의 수입과 온라인 판매를 차단하기 위해 관계 부처 공동 대응에도 착수했다. 문제의 중심에는 구형 에어컨에 주로 쓰이는 ‘R-22’ 냉매가 있다. R-22는 원래 불에 잘 타지 않는 냉매지만 오존층 파괴 문제로 생산이 단계적으로 중단되면서 가격이 크게 올랐다. 국내에서는 2023년 이후 생산이 중단됐다. 이 틈을 타 값싼 불법 냉매가 시중에 파고든 것으로 소방당국은 보고 있다. 일부 제품은 과거 냉매로 사용됐다가 독성과 가연성 문제로 퇴출된 R-40, 즉 클로로메테인(CH₃Cl)을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