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방글라데시 곳곳에서 계절성 폭풍우를 동반한 낙뢰가 잇따르며 최소 14명이 숨지는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형적인 우기를 앞두고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면서 대기가 불안정해진 가운데, 들판과 노출된 야외 공간에 있던 농민과 노동자들에게 피해가 집중됐다.
28일 로이터통신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지난 27일 방글라데시 여러 지역에서 갑작스러운 폭우와 함께 강한 벼락이 떨어졌다. 방글라데시 당국은 전국적으로 낙뢰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여러 명이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밝혔다. 부상자 가운데 일부는 위중한 상태로 알려졌다.
피해는 일상적인 생활 공간과 노동 현장에서 동시에 발생했다. 한 10세 소년은 집 밖 도로에서 다른 2명과 함께 서 있다가 벼락을 맞았다. 이들 3명은 모두 현장에서 즉사했다. 또 결혼한 지 불과 8일 된 22세 차 농장 노동자도 일을 마치고 귀가하던 길에 낙뢰로 목숨을 잃었다.
방글라데시 당국자는 “갑작스러운 폭우와 함께 강한 벼락이 여러 지역에 떨어지면서 사망자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며 “희생자 대부분은 야외 논밭에서 일하던 농민과 노출된 장소에 있던 노동자들”이라고 설명했다.
방글라데시에서는 낙뢰가 드문 사고가 아니다. 매년 우기 전인 4∼6월이면 기온과 습도가 빠르게 올라가고 대기가 불안정해지면서 벼락 피해가 반복된다. 농촌 지역 노동자들은 넓은 들판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아 낙뢰를 피하기 어렵고, 갑자기 폭풍이 발달하면 대피할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
실제 방글라데시에서는 매년 수백 명이 낙뢰로 숨진다. 2016년에는 5월 한 달 동안 200명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고, 하루에만 82명이 벼락에 맞아 숨진 사례도 있었다. 이후 방글라데시 정부는 낙뢰를 공식적인 자연재해로 지정했다. 2024년에도 2월부터 9월까지 8개월 동안 낙뢰로 297명이 숨졌고, 이 가운데 152명은 들판에서 일하던 농민이었다.
전문가들은 방글라데시의 낙뢰 피해가 커진 배경으로 삼림 훼손을 지목한다. 과거에는 키 큰 나무들이 피뢰침처럼 벼락을 먼저 받아내는 역할을 했지만, 벌목과 개발로 이런 나무가 줄어들면서 사람들이 낙뢰에 직접 노출되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분석이다.
방글라데시 기상청의 무함마드 아불 칼람 말릭 선임 기상학자는 “낙뢰 예보의 정확도는 크게 좋아졌지만, 문제는 현장 대응”이라며 “사람들은 경고를 받고도 여전히 제때 행동을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농촌 노동자들이 가장 큰 위험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폭풍이 매우 빠르게 만들어지기 때문에 밭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안전한 장소로 이동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일부 주민들은 소와 염소 등 가축을 챙기려다 오히려 낙뢰 위험에 노출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방글라데시의 이번 번개 참사는 기후 변화와 취약한 생활 환경이 겹칠 때 자연재난이 얼마나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예보 기술이 발전하더라도 현장에서 곧바로 대피할 수 있는 교육, 경보 전달 체계, 안전한 피난 공간이 함께 갖춰지지 않으면 피해를 줄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여기서 나올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