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평화 위한 전진...휴전 소식에 팔레스타인도 이스라엘도 환호, 세계는 환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가자지구 전쟁 종식 위한 평화 구상 합의
이스라엘의 인질 가족과 가자지구 주민들 거리로 쏟아져 나와 환호
2023년 10월 하마스 급습으로 촉발…이스라엘 반격에 가자 초토화
'기근' 인도적 위기, 하마스 궤멸수준…'팔 국가인정' 봇물, 이스라엘도 고립
트럼프 미 대통령, 하마스 압박하며 결국 1단계 휴전 끌어내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9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위한 평화 구상 1단계에 합의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팔레스타인에서도 이스라엘에서도 환호하고 전 세계는 환영했다. 

 

이스라엘 시민들은 양측이 협상에 돌입한 전날부터 텔아비브 인질광장에 모여 협상 결과를 기다렸다. 이날 새벽 인질광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에서 1단계 협상이 타결됐다는 뉴스가 나오자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간의 전쟁에서 사망자만 6만8000명이 나온 것으로 분석했다. 수십만 명이 부상을 입고, 건물 파괴 등으로 천문학적 재산 피해를 냈다. 이런 '파괴와 상흔' 2년만에 출구를 찾는 형국이다. 


전쟁은 2023년 10월 하마스 급습으로 촉발되었다. 이스라엘의 반격으로 팔레스타인 지역은 초토화되고 수많은 인명 피해를 냈다. 기근에 허덕이는가 하면 병원이 폭격으로 파괴돼 부상당한 수많은 민간인이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져가기도 했다.

 

이 전쟁으로 하마스는 궤멸수준에 이르렀으며, 반면에 피해를 입은 팔레스타인에 세계가 국가로 인정한다는 봇물이 쏟아졌다. 이런 과정에서 휴전이 이루어지게 됐다. 이스라엘이 고립 위기에 몰린 것도 휴전에 돌입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가자지구 전쟁의 시발점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급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마스는 이른바 '알아크사 홍수' 작전을 통해 이스라엘인 약 1200여명을 살육하고 민간인과 군인 등 251명을 인질로 삼아 가자지구로 끌고 갔다.


하마스 급습을 예상하지 못했던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소탕하겠다며 지난 2014년 '50일 전쟁' 이후 9년 만에 가자지구 지상전을 개시했다.이후 압도적인 군사력을 앞세워 가자 지구를 봉쇄하고 북부로 진입, 지난해 5월 가자 최남단 라파까지 장악했다. 휴전 합의 전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전체 면적의 75%를 통제했다. 이스라엘의 일방적 공세로 하마스 군 조직은 궤멸 수준에 이르렀다.

 

이스라엘군은 작년 8월 하마스 등 무장대원 1만7000명이 숨졌다고 밝힌 후 공식 추계를 발표하지 않고 있지만 현재까지 약 2만명이 사망했다는 추정이 나온다. 하마스 수장이었던 이스마일 하니예는 작년 7월 이란 방문 도중 이스라엘의 표적 공습에 암살당했고, 이스라엘 기습 작전을 주도했던 야히야 신와르가 하니예의 뒤를 이었으나 그마저도 같은해 10월 가자지구에서 사살됐다.

 

이스라엘의 폭격이 멈추지 않으며 가자지구 대부분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지난 9월에는 이스라엘이 가지지구 북부 중심지 가자시티 완전장악을 위한 지상작전에 돌입하며 가자시티 주민 100만명 가운데 70만명이 대피길에 올랐다.

 

이스라엘의 총공세에도 하마스가 굴복을 거부하면서 가자지구 인명 피해는 2년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이스라엘이 하마스 조직원이 숨어있다며 난민촌, 학교, 보건시설 등에 대해서도 폭격을 멈추지 않아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스라엘은 이에 그치지 않고 레바논 남부의 헤즈볼라와 교전을 벌였고, 예멘의 후티 반군을 겨눠 공습을 퍼부었으며, 독재정권이 축출된 시리아의 혼란 속에 지상병력을 진군시켰다. 이란과도 유례없는 공습을 주고받으며 전선을 넓혔다.

 

지난달 말 가자지구 보건부는 2013년 10월 7일 이후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인한 팔레스타인 사망자가 6만6000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사망자 집계 시 민간인과 전투원을 구분하지 않지만, 사망자의 절반 이상이 여성과 어린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 측 전체 사망자가 군인을 포함해 약 2천명인 것을 고려하면 2년간의 전쟁 동안 사망자만 6만8000명 이상 발생한 것이다. 전쟁이 장기화하며 가자지구의 인도적 위기는 최악의 수준이 됐다.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고립시킨다는 목적으로 외부의 물자 지원을 철저히 통제했기 때문이다. 가자지구 봉쇄가 지속되며 지난 8월 유엔 기구와 비영리단체 등으로 구성된 기아 감시 시스템 통합식량안보단계(IPC)는 가자지구에 식량위기 최고 단계인 '기근'(famine)이 발생했다는 사상 첫 진단을 내리기도 했다.

 

유럽 등 서방은 이스라엘이 무고한 가자지구 민간인을 볼모로 잡고 있다며 교전을 멈추고 인도적 물품 지원을 재개해야 한다고 촉구했으나 이스라엘은 공습을 멈추지 않으며 '마이웨이' 행보를 보였다. 결국 지난 9월 영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등은 이스라엘을 압박하고자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공식 승인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수치스러운 결정"이라며 팔레스타인 국가 인정과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두 국가 해법에 대해 수용 불가 방침을 재확인했다.

 

연합뉴스는 "서방과 주변국은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 해결 촉구와 함께 양측의 휴전 협상도 압박했으나 2023년 11월, 지난 1월 두차례 이뤄진 휴전 합의는 모두 교전이 재개되며 실패로 돌아갔다"고 분석하고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네타냐후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20개 항으로 구성된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분쟁 종식을 위한 포괄적 계획'을 발표하고 하마스가 이에 동의해야 한다며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외신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안에 하마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으나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이집트 등 중동국가 8개국 외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중재안 지지 의사를 밝히며 하마스를 압박했다. 결국 이스라엘과 하마스 대표단은 지난 6일 이집트 휴양 도시 샤름 엘 셰이크에서 이집트, 카타르, 미국의 중재 하에 간접 협상을 시작했다. 이후 협상 개시 3일만에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휴전 계획을 수용하기로 하면서 전쟁 발발 2년을 꽉 채우고 가자지구의 포성은 멈출 수 있게 됐다.

 

하마스가 트럼프의 휴전안을 받아들인 것은 2년간의 전쟁으로 조직이 사실상 해체 수준에 이르러 이스라엘의 공세를 막아내기는 더이상 역부족이라는 현실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번 제안을 거부한다면 가자지구 인도적 위기에 하마스의 책임도 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트럼프가 내놓은 1단계 휴전 내용에는 하마스 측이 민감해하는 하마스 무장해제와 민간 정부 수립 내용도 담겨 있어 실질 이행 과정을 거쳐 최종 종전까지 이어질지는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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