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재난안전뉴스 이용훈 기자 | 울산 앞바다에 자리 잡은 에쓰오일 온산공장은 24시간 내내 불이 꺼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불빛을 지키는 건 단지 에너지 생산만이 아니다. 바로 ‘안전’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의 안전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의 조건이 되었다.
에쓰오일(대표 안와르 알 히즈아지)는 이를 조직 전체의 철학으로 받아들이며 정유·석유화학 업계의 안전관리 선도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최고경영진의 직접적인 리더십 아래 사업장 안전문화는 점진이 아닌 ‘도약’의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으며, 이제는 국내를 넘어 글로벌 벤치마킹 사례로까지 주목받고 있다. 에쓰오일의 안전 경영 상황을 짚어본다.
“안전이 곧 경쟁력”... 최고경영진의 안전경영 철학
정유·석유화학 업계에 안전경영이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에쓰오일은 “안전은 모든 경영활동의 최우선 가치”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한발 앞선 안전관리에 나서고 있다. 에쓰오일 류열 전략관리총괄 사장과 박봉수 운영총괄 사장 등 최고경영진은 안전·보건·환경에 관한 강력한 리더십을 공유하며 ‘무재해’ 사업장을 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실제로 에쓰오일 경영진은 전사 차원의 안전관리위원회(Executive Safety Council)를 둬 안전 이슈를 직접 챙기고, 본사와 공장 현장을 오가며 정기 경영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안전수칙 준수와 기업문화 정착으로 이어져, 전 임직원 및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참여하는 ‘Safety Golden Rules’ 준수 캠페인과 행동기반 안전(BBS, Behavior Based Safety)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안전한 작업습관을 체질화하고 있다.
이런 '안전 퍼스트 철학은 산업계 최대 이슈인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에서도 빛을 발했다. 지난 2022년 5월 울산 온산공장에서 발생한 폭발·화재 사고는 사망 1명, 부상 9명의 인명피해로 이어졌으나, 사고 이전부터 갖춰온 체계적 안전관리 시스템으로 대응해, 오히려 향후 사고 예방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었다.
에쓰오일은 이 사건을 교훈 삼아 재발 방지 대책을 한층 강화했다. 최고경영진이 나서서 사고 원인을 투명하게 규명하고 피해자 지원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전 사업장의 위험성 평가 절차와 현장 모니터링을 재점검해 사소한 위험요인까지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케어 프로그램을 가동했다.

“안전에 있어서만큼은 과할 정도로 세심해야 한다”는 류열 사장의 지론 아래, 에쓰오일 조직문화 전반에 ‘안전이 곧 경쟁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류 사장은 ESG 경영 측면에서 친환경·윤리 실천에도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류 사장은 ‘일회용품 제로 챌린지’ 캠페인에 동참해 “일상에서 친환경을 실천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는 등, 환경과 안전을 포괄하는 지속가능경영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했다.
박봉수 사장 역시 “최근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도입하며 현장의 안전성과 운영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다”고 강조하며, 디지털 혁신을 통한 안전관리 고도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안전하지 않으면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최고경영진이 솔선수범하는 에쓰오일의 안전문화는 전사적 공감대를 얻으며 뿌리내리고 있다.
전사 통합 안전체계와 ‘골든타임’ 대응 역량 집중한다
에쓰오일은 회사 규모와 사업 특성에 걸맞은 전사 통합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해왔다. 일찍이 2018년 정유업계 최초로 CSO(Chief Safety Officer) 직책을 도입하고, 본사와 울산공장, 전국 주유소까지 아우르는 전사 안전관리위원회를 신설하여 안전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했다.
특히 울산 콤플렉스(정유·석유화학 통합단지)는 물론 원유 운송선 등 물류 영역까지 위험요인을 관리하는 선박 위험성 평가(Vetting) 시스템을 운영해, 안전 기준에 미달하는 선박은 아예 입항을 차단해 사고예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긴급 상황 대응 역량도 세계 최고 수준을 지향한다. 사고 초기 단계에서 즉각 대응해 대형화 막기를 목표로 한 긴급통합대응체계(ECP)를 운영 중이다. 만약 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자동으로 울산 현장과 서울 본사에 비상대응센터(ECC)가 동시에 가동되고, 첨단 화상회의 시스템을 통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상황을 통제하는 것이다.
현장 지휘차량의 카메라 영상이 ECC로 전송되면, 본사의 전문 인력이 화면을 분석해 원격으로 지휘 판단을 내리는 체계도 갖춰져 있다. 이러한 본사-현장 긴밀 대응으로 초기 골든타임을 확보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주력한다. 또한 지진 등 복합 재난에 대비한 시나리오별 모의훈련을 정례화하고 있으며, 예고 없이 불시 훈련을 시행해 실제 상황 대응 능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현장 직원들의 ‘STOP 권한’도 보장되어, 누구든지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즉시 작업을 중단시키고 개선 후 재개하도록 하고 있다. 아울러 사내 사고조사위원회(IIRC)를 운영해 크고 작은 사고 사례를 면밀히 분석하고, CASE DB를 구축하여 유사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전사에 전파하고 있다. 작은 아차사고(near-miss accident)도 놓치지 않는 이러한 예방 시스템이 “사고로부터 배우고 더욱 단단해지는” 에쓰오일만의 안전 DNA를 형성하고 있다는 평가다.
협력사까지 ‘원팀’… 동반성장으로 안전지수 상승한다

정유·화학 업계 특성상 협력업체의 역할은 지대하다. 울산공장은 2012년부터 협력사들과 함께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을 업계 모범 사례로 운영하고 있다. 협력업체 경영진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각종 산업안전보건 교육과 현장 컨설팅을 제공하고, 우수 안전관리 사례와 노하우를 공유해 협력사 자체 안전관리 역량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울산공장 내 34개 협력업체는 전원 KOSHA 18001(안전보건경영시스템) 인증을 획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사업장의 위험요소 관리와 사고예방 체계를 체계적으로 구축했음을 공식 인정받은 것이다. 더불어 이들 파트너사는 국가 안전당국으로부터 ‘위험성 평가 인증’도 받았다. 위험성 평가 활동이 사업장의 재해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판단 아래 도입된 제도인데, 에쓰오일과 협력사들이 적극 참여해 모범을 보인 것이다. 협력사 안전관리 수준 제고 노력은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공생협력프로그램 평가에서 에쓰오일 울산공장은 2016년과 2017년 2년 연속 최우수 등급(A)을 받기도 했다.
고위험 작업의 경우 협력사 직원이 작업 전 반드시 에쓰오일 관리자와 'Tool Box' 미팅을 거치도록 하여 안전조치를 재확인한다. 이러한 상생 안전문화 덕분에 협력사 재해율 역시 크게 개선되어, 최근 5년간 울산공장 협력사의 중대산업재해 ‘제로(Zero)’ 기록도 이어가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파트너들과 한 팀이 되어 안전을 지키는 것이 결국 회사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라며 동반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ESG 경영과 글로벌 인증으로 ‘안전 프런티어’ 노린다
산업안전은 이제 기업 ESG 경영의 핵심 요소로 자리잡았다. 에쓰오일은 안전경영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과 연계하여 윤리·인권·환경 전 분야를 아우르는 ESG 통합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21년 ESG 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설치하여 기후변화 대응, 중대재해 예방, 윤리경영 등 주요 의제를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ESG 노력은 대외 평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어, 국내 정유·석유화학업계 중 유일하게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 World 지수 편입에 성공했다.

안전관리 부문의 글로벌 벤치마킹도 활발하다. 에쓰오일은 국제표준 인증을 선도적으로 취득하여 시스템을 선진화했다. 2007년 국내 정유사 중 최초로 KOSHA/OHSAS 18001(안전보건경영 시스템) 인증을 획득했고, 2019년에는 최신 국제표준인 ISO 45001으로 전환해 전 사업장에 적용했다.
또한 전 세계 유수 에너지 기업들의 안전 모범사례를 연구해 최적 관행(best practice)을 도입하고 있다. 실제로 세계적 안전컨설팅 기업의 자문을 받아 안전문화 성숙도 평가를 시행하고, 직원들의 안전의식 수준을 수치화한 Safety Culture Score를 관리 지표로 활용한다. 2015년 해당 점수는 7.4로 국내 평균(4.9)을 훌쩍 넘는 ‘선도(Leading Edge)’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여기서 더 나아가 글로벌 최고 수준(Score 9 이상)의 안전문화를 목표로 삼고 전직원 참여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윤리·인권 경영 측면에서도 안전은 핵심 가치다. 에쓰오일은 윤리강령을 통해 “안전하지 않으면 어떤 경우에도 작업을 진행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모든 경영층에 산업안전보건 의무 준수를 강조하고 있다.
또 노동존중·인권경영 헌장을 제정해 근로자의 안전하고 쾌적한 근무환경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해관계자 대상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여, 2006년부터 매년 소방관 영웅 시상식을 열어 순직·공상 소방관과 가족들을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 안전망 강화에 기여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에도 지난 16일 안와르 알 히즈아지 대표가 소방영웅지킴이 후원금 전달식에서 직접 참석해 5억6천500만원을 전달한 바 있다.
이처럼 에쓰오일은 안전을 대외 이미지 제고나 평가 점수 이상의 실질적 신념으로 삼아 기업가치를 높이고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세계적인 기업들도 안전이 곧 ESG 경쟁력인 시대”라며 “에쓰오일은 앞으로도 글로벌 최고 수준의 안전경영을 향해 꾸준히 정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탄소중립 시대, 수소 신사업과 안전이 만나다
정유회사들의 미래는 에너지 전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쓰오일은 탄소중립 흐름 속에서 신재생 에너지 및 수소사업과의 시너지를 모색하며, 안전경영의 무대를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2021년 2050년 넷-제로(Net Zero) 달성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탄소배출 전망치 대비 35% 감축하겠다는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생산공정 전반에 에너지 고효율 장비 도입, 공정 개선, 외부 저탄소 스팀 도입 등 온실가스 저감 투자를 늘리고 있다.
또한 사우디 아람코 본사와 협력하여 CCUS(탄소포집·활용·저장) 기술 개발을 추진, 정유공장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신사업 연료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기후대응 노력은 안전 분야와도 맞닿아 있다. 공장의 플레어스택(가스 연소 시설)에 AI를 적용해 미연소 가스 발생 시 자동 제어함으로써 대기오염과 화재 위험을 동시에 줄이는 등, 환경 안전 설비를 첨단화하고 있다.

특히 수소경제 시대에 대비한 행보가 돋보인다. 에쓰오일은 지난해 국내 수소 연료전지 전문기업 FCI사에 전략 지분 투자를 단행하며 수소산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향후 2027년까지 1000억 원을 투자해 100MW 규모의 연료전지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장기적으로 그린수소 생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
수소 연료전지는 화석연료를 대체해 탄소 배출이 거의 없는 청정에너지원으로 각광받지만, 동시에 안전성이 담보돼야 하는 분야다. 에쓰오일은 정유·석유화학 분야에서 축적한 공정 안전관리(PSM) 노하우를 수소 생산·운송 분야에도 적용해 사고 없는 수소 공급망 구축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다. 이미 울산 및 수도권 주유소 일부를 수소충전소 겸용으로 전환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며, 충전 설비의 고압가스 안전기준을 엄격히 준수함은 물론 자체 수소 안전 매뉴얼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또 하나의 신사업 축은 친환경 연료 생산이다. 에쓰오일은 작년 국내 정유사 최초로 국제항공 분야 지속가능항공유(SAF)를 생산할 수 있는 ISCC CORSIA 인증을 획득해 주목받았다. 지속가능항공유는 폐식용유 등 바이오원료로 만드는 차세대 항공유로, 기존 석유 항공유 대비 온실가스 배출을 90% 가까이 줄일 수 있다. 현재 울산공장 샤힌 프로젝트 내 관련 생산설비를 구축 중이며, 2026년 상업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처럼 탄소감축 신사업을 추진하면서도 에쓰오일은 “안전만큼은 선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새로운 공정 도입 시 초기 설계 단계부터 공정위험성평가(HAZOP)를 거쳐 위험요인을 제거하고, 파일럿 가동 시에도 사전 안전검사를 철저히 시행한다. 이를 통해 친환경 신기술 도입과 안전 확보를 두 마리 토끼 모두 잡겠다는 전략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에쓰오일이 미래 에너지 사업에서도 안전관리 모범을 보여주면, 친환경 분야의 ESG 선도기업으로 입지를 굳힐 것”이라고 전망한다. 에쓰오일은 울산 온산공장에 공정 안전 및 운전 위험 관리 솔루션(PSORMS)을 도입, 방폭 태블릿을 활용한 전자 작업허가 시스템 등으로 스마트 안전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에쓰오일의 안전경영은 더 이상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선다. 협력사 상생부터 디지털 기반의 스마트 안전체계, 수소·탄소중립 등 신사업과의 유기적 연계는 안전을 기업 지속가능성의 축으로 만들고 있다. 경영진의 의지와 조직문화가 뒷받침된 이 행보가 정유·화학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