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대형산불 '제로’, 산림청 등 부처대응 성과일까?...기상변수가 관건

발생 건수·피해면적 감소 사실이지만 강수·기온 변수 고려해야
불법 소각, 작업장 부주의 등은 여전히.. 예방 효과라고 보기 어려워
전문가들, 기상 바뀌면 언제든 상황 바꿀 수 있어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산림청이 올 봄 '대형산불 제로’를 달성했다고 일제히 지난 20일 발표했지만, 이를 온전히 정책 성과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산불 발생 건수와 피해 면적이 최근 10년 평균 대비 크게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기상 조건 등 외부 변수의 영향도 적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혹시라도 '자화자찬'이라면 너무나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22일 산림청과 관계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3월 14일부터 4월 19일까지 37일간 운영된 ‘대형산불 특별대책기간’ 동안 대형 산불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같은 기간 최근 10년 평균이 2건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결과다.

전체 산불 발생 건수 역시 98건으로, 최근 10년 평균(168건) 대비 약 42% 감소했다. 피해 면적도 24㏊에 그쳐 과거 평균 대비 2% 수준에 머물렀다. 연초부터 누적 기준으로도 산불 발생은 267건으로 평균보다 줄었고, 피해 면적 역시 크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산림청은 이 같은 성과의 배경으로 예방과 대응 역량을 동시에 강화한 점을 꼽는다. 실제로 산불 취약지역 단속 인력은 지난해 2,059명에서 약 1만4000명으로 크게 늘었고, 헬기 가동률 상승과 전진 배치 등을 통해 초기 대응 속도도 개선됐다. 신고 접수부터 첫 물 투하까지 걸리는 시간은 전년보다 6분가량 단축됐다고 설명했다.

또 행정안전부, 국방부, 소방청 등 관계 부처가 협업 체계를 강화한 점도 주요 요인이라고 보도자료에 명시했다. 군 헬기 투입 확대와 산림 인접 화재의 조기 진압 등이 대형 산불 확산을 억제하는 데 기여했다는 설명이다.

박은식 산림청장은 보도자료에서  “국민들의 협조와 정부의 대응이 맞물리며 산불 발생과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며 “남은 산불조심기간에도 예방과 신속 대응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를 두고 ‘정책 효과’로만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실제 산림청도 일부 발표에서 강수량 증가 등 기상 여건이 산불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지만, '갑작스럽게' 예방과 대응 조치를 잘했다는 것만으로 40%가 줄어들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실제로 산불 발생의 횟수와 강도는 인위적 요인뿐 아니라 기온, 습도, 강수량 등 기상 조건에 크게 좌우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특히 올 봄은 지역별로 강수 편차가 있었지만, 특정 시기에  비가 집중되면서 산불 확산을 억제하는 환경이 형성됐다는 분석이다.

또한 산불 원인을 보면 여전히 인재(人災) 비중이 높다. 이번 특별대책기간 동안 발생한 산불의 주요 원인은 불법 소각, 작업장 부주의, 건축물 화재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예방 정책이 크게 영향을 줘서 산불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산불 예방 정책과 별개로 불법 소각 관행이 여전히 남아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이 영농부산물 파쇄 지원과 교육을 확대했지만, 현장 체감도는 지역별로 차이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단속 인력 확대와 대응 체계 강화가 일정 부분 효과를 낸 것은 맞지만, 구조적인 개선으로 이어졌는지는 사실상 별도 '검증'이 필요한 대목이라도, 자칫 자화자찬의 상황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산림재난 전문가는 “대형산불이 없었던 것은 긍정적이지만, 단기간 성과만으로 정책의 성공을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기상 조건이 바뀌면 언제든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산림당국은 특별대책기간 종료 이후에도 5월 15일까지 이어지는 봄철 산불조심기간 동안 대응 체계를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누적 강수량이 적은 수도권과 충청, 강원 영서 지역을 중심으로 대비 태세를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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