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전날까지만 해도 '이제 곧 여름이구나'라고 생각했던 날씨가 한겨울 초입 같은 느낌으로 온도가 뚝 떨어졌다. 4월 중순, 봄기운이 절정에 이르는 시기에 한파특보가 내려지는 이례적인 상황이 오늘 아침에 발생했다.
일주일 사이에 기온이 여름과 늦가을 오가는 극단적 현상이 나타나면서 기후위기 이상징후가 올해에도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 패턴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강원 남부 산지와 충남 공주시·금산군, 전북 무주군 일대에 한파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5년 이후 가장 늦은 시기의 한파특보다. 통상 겨울철 종료 시점인 4월을 넘어서까지 한파특보가 이어지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반팔 옷을 꺼냈던 사람들이 모두 초겨울 파카를 입고 출근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번 특보는 절대적인 저온보다 ‘급격한 하강 폭’이 기준을 충족하면서 발효됐다. 실제로 21일 아침 중부 내륙 일부 지역의 기온은 영하권까지 떨어졌다. 충남 계룡은 영하 1.9도, 청양 정산 영하 1.4도, 공주 정안 영하 0.6도, 세종 전의 영하 0.5도 등을 기록하며 봄철로는 보기 드문 기온 분포를 보였다.
불과 하루 전 낮 기온이 30도에 근접했던 점을 고려하면, 기온 낙폭은 10도 이상에 달했다. 기상청은 북서쪽에서 유입된 찬 공기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남쪽에서 유입되던 따뜻한 공기가 물러난 뒤, 서쪽에 자리 잡은 고기압의 영향으로 북풍이 강화되면서 기온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급격한 기온 변동은 봄철에 간헐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최근 들어 변동 폭이 커지고 발생 빈도도 잦아지는 양상이 뚜렷하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고온과 저온이 짧은 주기로 반복되는 ‘기온 롤러코스터’ 현상은 기후변화의 특징적 징후로 지목되고 있다.
기온 급변과 함께 황사까지 유입되며 대기질도 악화됐다. 이른바 '겨울 황사' 같은 느낌으로, 북서풍을 타고 고비사막과 내몽골 고원에서 발생한 황사가 한반도로 이동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일시적으로 상승해 기온과 대기환경이 동시에 흔들리는 복합적 기상악화가 나타난 셈이다.
이런 문제는 비단 개인 건강에만 악영향을 주는 게 아니다. 농장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특히 과수와 채소 등 개화기에 들어선 작물은 저온에 취약해 냉해 피해 가능성이 커지는데, 최근 중동 정세 불안으로 에너지와 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농가 부담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상저온까지 겹치며 생산 차질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와 관련, 농림축산식품부는 김정욱 농산업혁신정책실장 주재로 이날 긴급 점검회의를 열고, 농촌진흥청과 지방자치단체가 참여한 가운데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했다. 회의에서는 과수·채소 등 주요 작물의 저온 피해를 줄이기 위한 예방 조치와 현장 대응 방안이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기상청은 21일 오전을 기해 해당 지역의 한파주의보를 해제했지만, 당분간 일교차가 크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낮 기온은 평년 수준을 회복하더라도, 아침과 밤 기온은 크게 떨어지는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단순한 ‘늦은 꽃샘추위’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계절의 경계가 흐려지고 극단적인 기온 변동이 잦아지는 현상은 전형적인 기후위기 징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기후 전문가는 “기후변화는 평균 기온 상승뿐 아니라 변동성 확대가 핵심”이라며 “짧은 기간 내 급격한 기온 변화가 반복되는 현상은 앞으로 더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