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냐 논이냐 강이냐"...전국 강타한 집중 호우, 피해 급증

무너지고 잠기고 고립되고…전국 강타한 집중 호우에 오송 하천 또 범람
옹벽 붕괴, 차량·도로·주택 침수로 4명 사망...산사태도 이어져
하천 범람 우려에 곳곳 주민 대피령…철도와 바다, 하늘길도 마비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도로냐 논이냐 강이냐".  집중 호우로 도로가 물에 잠기고, 냇물이 범람했다. 경기 남부, 충청, 호남과 경북이 집중 호우로 물에 잠겨 옹벽이 무너지고 일부 주민이 고립되었다. 옹벽 붕괴와 침수 사고로 전국에서 4명의 사망자도 발생했다. 산사태로 집이 무너지고, 정전도 이어졌다. 일부 철로가 침수돼 기찻길이 끊기고 하늘길도 마비되었다. 

 

연합뉴스가 전국 지국망을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집중 호우 피해가 갈수록 늘고 있다.  16일부터 이틀간 전국적으로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에 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붕괴, 정전 피해와 고립 신고도 잇따랐다. 하천 범람 우려에 주민들이 긴급 대피하는가 하면 일부 학교는 학사 일정을 일시 중단했다. 또 도로·철도·배편·항공기 운행에 차질이 빚어져 이용객이 불편을 겪었다.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소방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 4분께 경기 오산시 가장교차로 수원 방면 고가도로의 10m 높이 옹벽이 무너지며 고가도로 아래 도로를 지나가던 승용차를 덮쳤다. 이 사고로 차량 운전자인 40대 남성 A씨가 사고 3시간 만인 오후 10시께 심정지 상태로 구조돼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피해 차량은 무게 180t, 길이 40m, 높이 10m가량 콘크리트 구조물에 눌려 있다가 굴착기 등을 동원한 작업 끝에 수습됐다. 사고 이후 가장교차로 도로는 차량 통행이 모두 제한된 상태이다. 이번 사고 직전인 오후 5시 44분∼6시 44분께 오산시의 시우량은 41㎜를 기록했다.

 

충남 서산과 당진에서는 도로와 주택이 침수되면서 3명이 숨졌다. 이날 오전 3시 59분께 서산시 석남동 한 도로에서 차량이 물에 잠겼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 당국은 오전 6시 15분께 정차돼 있던 침수 차량에서 심정지 상태의 60대 남성 B씨를 발견해 서산의료원으로 긴급 이송했으나 끝내 숨졌다.

 

수색을 이어간 소방 당국은 오전 11시 25분께 B씨를 발견한 지점 인근에서 80대 남성 C씨가 물에 빠져 숨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C씨 차량이 인근에 정차된 점을 토대로 그가 차량을 몰다가 밖으로 나와 폭우에 휩쓸렸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세한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당진에서는 이날 오전 10시 40분께 당진시장 부근의 침수된 주택에서 "아버지가 사라졌다"는 신고가 접수됐고, 출동한 소방 당국이 배수 작업을 하던 중 지하실에서 숨져 있는 80대 남성 D씨를 발견했다.


연합뉴스가 이밖에 집중호우 피해 집계에 따르면,  산사태 나고 침수에 고립되는가 하면 정전 사고도 잇따랐다. 충남 청양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주민 2명이 매몰됐다가 구조됐다.이들은 크고 작은 상처를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주시 정안면에서도 배수로 정비 작업을 하던 주민 등 3명이 폭우에 쓸려 내려온 토사에 신체 일부가 매몰돼 중경상을 입었다.

 

시간당 92㎜의 극한 호우가 쏟아진 광주 북구에서는 이날 오후 3시 54분께 임동 광천2교에서 빗물에 사람이 고립됐다는 신고가 접수돼 1시간 20여분 만에 구조작업이 완료됐다. 앞서 오후 1시 22분께는 광주 북구 오룡동 과학기술원 인근 도로가 잠기면서 주변을 지나던 시민들이 다수 고립됐다. 특히 로컬푸드 매장에 있던 77명이 통행로가 사라져 발이 묶였다가 재난 당국에 구조됐다.

 

이날 오후 2시 21분께 대구 금호강변에 위치한 북구 노곡동 일대도 물에 잠기자 소방 당국이 구명보트 등을 동원해 주민 26명을 대피시켰다.천둥·번개를 동반한 비에 정전 피해도 발생했다.이날 오전 10시 50분께 광주공고에서 낙뢰로 인해 정전이 발생해 1시간 만에 복구됐다.하지만 수업 재개가 어렵다고 판단한 학교 측은 학생들을 귀가시켰다.이처럼 교육현장도 호우로 혼란을 겪었는데 충남의 경우 이날 하루 667개 학교에서 휴업(482곳)이나 등교시간 조정(51곳), 단축수업(132곳), 원격수업(2곳)이 이뤄졌다. 또 전국에서 접수된 정전 신고는 29건(가구수 9천784호)에 달했다.

 

많은 주민이 하천 범람 위기로 집을 떠나 대피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4시 기준 8개 시도, 20개 시군에서 421가구 주민 1천382명이 일시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새벽 한때 시간당 최대 67.4㎜의 폭우가 쏟아진 충북 청주에서는 10개 마을 주민 90여명이 대피했다.

 

하천 범람이 우려되는 오송읍 상봉2리·호계리, 북이면 화상리 등 4개 마을 주민 80여명은 인근 마을회관이나 다목적체육관으로, 산사태 취약지역 6개 마을에선 주민 10여명이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했다.

 

청주시는 대피한 주민들에게 이불, 베개, 수건 등 구호 물품을 지원했다. 충남 공주시 유구읍 유구리 일대는 마을 일부가 물에 잠기면서 주민 40여명이 마을회관과 인근 초등학교로 긴급 대피했다.

 

경남 창녕군은 이날 오후 1시 27분께 도천면 송진 2구 마을에 호우가 우려된다며 주민 모두 송진 1구 마을회관으로 대피해달라고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송진 2구 50가구 70여명 다수가 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광주 동구는 이날 오후 3시 40분을 기해 소태천 범람 우려로 소태·용산·운림동 주민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북구도 이날 오후 5시 14분께 석곡천 범람에 대비, 화암동 일대 주민들에게 동초등학교 대피시설로 이동하라고 명령했다.

 

밤사이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100㎜ 안팎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일반 열차 운행이 일부 중단됐다. 17일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30분부터 경부선 서울역에서 대전역 간(용산∼서대전 포함) 일반 열차의 운행이 일시 중지됐다. KTX는 전 구간 운행 중이다. 늘길도 운항 차질

 

많은 비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도로·철길이 끊기고, 배편과 항공기 역시 운항에 차질을 빚었다. 비탈면 토사가 흘러내린 대전당진고속도로 면천IC 부근 양방향이 한때 전면 통제돼 극심한 정체현상을 빚었다.

 

서해안고속도로 서울 방향 해미IC∼서산IC 구간도 통행이 차단되는 등 빗물과 쓸려 내려온 토사에 일부 고속도로가 통제됐다. 철도도 경부일반선(서울~대전역), 장항선, 서해선(홍성~안중역), 충북선(오송~공전역), 경전선(군북~함안역), 호남선(나주~고막원역) 등에서 운행이 정지됐다.

 

또 광주 도시철도 1호선이 침수되면서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됐다. 일부 배편도 끊겨 목포-홍도 등 26개 항로·34척 운항이 멈췄다.

 

제주공항의 경우 이날 오후 6시 기준 국내선 출발 26편과 도착 25편 등 51편이 결항했다. 국내선 110편(출발 54, 도착 56)과 국제선 2편(출발 1, 도착 1)은 지연 운항했다. 결항 지역은 원주, 광주, 김해, 청주, 여수, 포항경주 등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많은 비가 내린 곳들이다.

 

비는 주말까지 계속되고, 지역에 따라서는 집중 호우가 예상된다. 따라서 호우 피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중대본은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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