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안전엔 타협 없다” 정의선의 현대차, 글로벌 사업장 ESG 경영 가속하다

정의선 회장 "품질.안전에는 타협 없다"
임직원 안전 최우선 기조 확산… 중대재해 발생 시 이사회 직접 보고 지시
국내외 사업장 안전관리 평가 H-SAT 도입… 위험성 개선 조치 534건 전면 완료
美공장 협력사 아동노동 적발에 공급망 전수조사·지분 매각… 글로벌 윤리경영 강화
2045 탄소중립 목표, 국내 최대 태양광 전력구매계약 체결 등 친환경 투자 확대
안전성과 높지만 연간 400여 건 산재 발생 “현장 인식 전환 시급” 지적

 

한국재난안전뉴스 이용훈 기자 | 지난 2년여간 현대자동차가 ‘안전에 타협 없다’는 기조 아래 국내외 사업장에서 안전관리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취임 이후 “품질과 안전에는 어떠한 타협도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로 모든 경영활동의 최우선 가치로 안전을 강조해 왔다. 이러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현대차는 국내외 생산현장에서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과 더불어, 환경·보건·안전 및 윤리·인권 경영을 강화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한 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안전경영 현주소를 짚어본다. 

 

“안전 최우선” 현장 경영…중대재해법 대응 강화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현대차 이사회에서 “안전을 중시해야 한다”는 특별 지시를 내렸다. 과거 울산공장 사망사고를 계기로 정 회장은 “앞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즉시 이사회에 보고하고, 사고 원인과 대책을 투명하게 공유하라”는 원칙을 임원들에게 강조했다. 그룹 차원에서도 산업재해에 단호히 대처하겠다는 강한 의지 아래, 2012년부터 도입한 준법지원제도를 통해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해왔다. 이 제도는 공정거래, 반부패, 지식재산권, 안전·환경 등으로 구성되며, 2022년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도 이 범주에 포함돼 있다.

 

정부의 산업재해 예방 강화 기조에 발맞춰 현대차그룹이 안전경영에 방점을 찍고 전사적인 대응에 나선 배경이다. 현대차는 현장 안전수준을 체계적으로 높이기 위해 자체 개발한 안전보건 관리수준 평가 도구인 H-SAT(Hyundai-Safety Assessment Tool)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사업장별 안전·보건·소방 관련 지표를 정량 평가하고 취약점을 도출해 개선하는 선순환을 구축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한 해 현대차 사업장에서 H-SAT 평가로 발견된 534건의 부족사항에 대해 100% 개선 조치를 완료했다. 또한 전사 차원에서 매월 ‘안전점검의 날’을 운영해 고위험 시설을 집중 점검하고, 위험성 평가 전담팀의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작업환경과 설비의 위험 요인을 지속 개선하고 있다.

 

현대모비스 등 그룹 계열사도 "환경·사회·지배구조(ESG)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고, 중대 재해 등 안전사고는 기업 경영의 큰 리스크이자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한다”면서 임직원들에게 안전수칙 준수와 실질적 예방 활동을 거듭 당부하고 있다. 협력사까지 포함한 안전보건 상생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현대차는 위험도가 높은 공정에 대해서는 협력업체 직원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안전교육, 작업환경 개선 자문 등을 제공하며, 협력사와 함께 무재해 달성을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미국 앨라배마 공장 전경. 해외 생산거점에서도 글로벌 수준의 안전관리 및 윤리경영이 추진되고 있다.

 

해외 사업장 ESG 리스크…윤리·인권경영 강화

 

현대차는 해외 사업장에서도 동일한 안전 기준을 적용해 글로벌 경영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그러나 작년 미국 앨라배마주 부품공장에서 협력업체의 아동 노동 문제가 발생하며 윤리·인권 경영의 과제가 부각됐다. 美연방노동부 조사 결과 현대차 미국 자회사인 스마트 앨라배마 공장에서 만 13세 노동자가 위험한 생산라인에서 일한 사실이 드러나 현대차와 현지 협력사가 소송을 당하는 사태로 이어졌다.

 

현대차는 즉각적인 내부 감사에 착수해 앨라배마주 현지 29개 1차 협력사를 전수 조사했고, 그 결과 문제의 자회사와 협력사 2곳에서 미성년자 고용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해당 협력사들은 허위 신분서류를 제출한 인력공급 업체와의 계약을 즉각 해지했으며, 현대차는 문제 자회사 지분 72%를 매각하기로 결정하는 강도 높은 조치를 내놨다. 정의선 회장을 비롯한 이사회도 지속가능경영위원회를 통해 이번 사안을 예의주시하며 “전사적 차원에서 ESG 관리 수준을 높여야 한다”는 주문을 내놓았다.

 

현대차는 이어 협력사 대상 글로벌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에 새로 가입하며 공급망 책임을 강화했다. 실제로 현대차는 올해 '임감 있는 기업 동맹(RBA)에 가입해 국제 기준에 따른 협력사 노동·인권 실사와 위험 평가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해외사업장과 공급망 전반의 윤리·인권경영 체계를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해외 공사 현장의 산업안전에도 경각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현대차그룹 본사 차원에서도 이러한 해외 사고 사례를 교훈 삼아 글로벌 안전 기준을 더욱 엄격히 적용하고, 국내외 사업장 어디서든 위험 요인에 대한 선제 대응과 실시간 모니터링을 강화하도록 지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해외법인과 협력사까지 안전 관리 수준을 정기 진단하고 개선하도록 체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며 “국경을 막론하고 현대차와 관련된 어떤 사업장에서도 중대 재해나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환경 경영 가속…2045 탄소중립 향해 투자 확대

 

 

ESG 경영의 또 다른 축인 환경·기후 분야에서도 현대차는 국내외 사업장을 아우르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 말 국내 기업 최대 규모의 태양광 전력구매계약(PPA)을 체결하며 생산공장의 재생에너지 전환을 본격화했다. 현대차 울산공장은 2025년까지 현대건설이 운영하는 태양광 발전설비로부터 64MW에 이르는 전력을 공급받을 예정이며, 이를 통해 연간 약 3만9000톤의 탄소를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직접 PPA 계약 기준으로 국내 최댓값에 해당하는 이번 계약으로,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의 심장부인 울산공장이 대규모 친환경 전력을 도입하는 상징적 사례가 됐다. 현대차는 이와 별도로 2025년까지 국내 사업장 부지 내 태양광 설비 구축에 2,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2030년까지 국내외 전체 사업장 전력의 6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한다는 중장기 목표도 수립했다.

 

해외 공장들도 속속 RE100(재생에너지 100%) 공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현대차는 미국 신공장(메타플랜트)과 앨라배마 공장, 체코 공장, 인도 및 터키 공장 등 11개 해외 생산거점을 단계적으로 재생에너지로 전력 공급하도록 전환 중이다. 특히 정의선 회장의 특별 지시로 올해 안에 미국·유럽 등 6곳의 해외 생산시설을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해 연말까지 총 8개 공장의 RE100 달성을 목표하고 있다.

 

이는 강화되는 글로벌 탄소규제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전력을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로 신속히 전환하는 움직임이다. 정의선 회장은 최근 그룹 차원의 탄소중립위원회를 신설하고 직접 위원장을 맡아 계열사별 탄소중립 전략과 이행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미 글로벌 RE100 캠페인에 2050년 대비 5년 이른 2045년까지 재생에너지 100% 전환을 공식 목표로 선언한 바 있으며, 이러한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의지가 그룹 전반의 친환경 투자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터키 공장은 지난해까지 전력의 90% 이상을 재생에너지로 조달한 데 이어 올해 공장 지붕에 5MW급 태양광 발전설비를 완공해 RE100을 달성할 예정이다.

 

체코 공장도 하반기 5MW 태양광을 추가 도입하고, 인도네시아 공장은 11MW급 설비를 추진하는 등 해외 거점별로 현지 최적화된 탈탄소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가 생산과정의 탄소저감 노력을 통해 유럽 등 선진 시장의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면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탄소세 부담 절감에 따른 비용 경쟁력도 확보할 것”으로 분석했다.

 

투명경영·윤리경영 정착 노력하다

 

지배구조 및 윤리 부문에서도 투명한 경영문화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그룹 이사회는 2021년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ESG위원회)로 확대개편해, 환경·안전 등 비재무 이슈까지 최고 의사결정기구 차원에서 심의·관리하도록 했다. 현대차는 주주권익 보호와 경영진 견제를 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사외이사 중에서 선임이사를 선출해 이사회 운영의 독립성을 강화했다.

 

또 이사회 산하에 내부거래위원회, 투명경영(감사)위원회 등을 설치하고 윤리규범 실천을 점검하는 컴플라이언스 조직을 전 계열사에 두는 등 기업 거버넌스 측면의 신뢰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현대차는 윤리헌장과 임직원 행동강령을 통해 “해당 국가의 법규를 준수하고 투명하고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한다”는 원칙을 천명하고, 정기적인 임직원 윤리교육과 내부신고 제도를 운용해 부정행위 예방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협력사 행동규범을 제정하고 공급망 ESG 평가를 실시하는 등 이해관계자 전체의 윤리의식 제고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윤리·인권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라며 “회사 내부는 물론 협력사, 해외사업장까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윤리경영을 정착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안전 문화의 내재화가 열쇠다

 

 

현대차의 이같은 안전 경영과 ESG 경영 강화 노력은 상당한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완성차 제품 부문의 경우 최근 5년간 미국 IIHS 충돌안전평가에서 현대차그룹 차량 110여 종이 최고 등급(TSP 및 TSP+)을 획득해 글로벌 최고 수준의 차량 안전성을 입증했다. 이 같은 제품 안전 경쟁력은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판매 증가와 브랜드 신뢰도 제고에 밑바탕이 됐다는 평가다.

 

현대차가 최고경영자의 의지와 제도적 뒷받침을 넘어, 일선 작업자 한 명 한 명까지 안전을 체질화하는 문화 정착에 성공할 때 ‘안전 경영’은 비로소 완성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현대차가 인간 중심의 안전철학을 바탕으로 국내외 모든 사업장에서 진정한 무재해·무인권침해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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