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전공의들의 태도가 달라졌다. "정부가 특례 열어준다면 복귀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의사 커뮤니티에선 복귀 의향을 묻는 글이 올라오고, 지난 30일 기준 120명이 참여해 75% 가 동의했다. 이들은 진지하게 투표해보자는 분위기다. 서울대병원 전공의 비대위은 대전협과 별개로 내부 의견 수렴을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내년 전문의 시험 응시 자격을 얻기 위한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전공의들 사이에서 정부에 수련 특례를 요청해 병원에 복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0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의사 커뮤니티인 메디스태프에는 전날 오후 정부가 전공의 수련 특례를 인정해줄 경우 복귀 의사를 묻는 투표 글이 게재됐다.
이날 오후 기준으로 이 투표엔 120명이 참여했고 복귀한다는 응답률이 75%, 복귀하지 않겠다는 답이 25%다. 투표 글에는 "(매번) 투표하면 전반적으로 특례 원하는 비율이 75% 정도로 일정하게 나오는 듯", "항상 67∼73% 사이로 동일함"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이 커뮤니티는 전공의 외에도 다른 직역 의사와 의대생도 이용하기 때문에 투표자 전원이 전공의인지는 불분명하다. 더욱이 투표 인원이 지극히 소수여서 투표 결과가 대다수 전공의의 의중을 반영한다고 볼 수도 없다.그러나 사직 전공의 사이에서는 투표 결과처럼 이제라도 돌아갈 길을 찾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전공의들이 다시 정부에 특례를 요청하는 이유 중 하나는 내년 2월 전문의 시험이다. 규정상 전공의들은 수련 공백 기간이 3개월을 넘으면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다. 올해 수련이 3월에 시작했기에 5월까지 수련에 복귀하지 않으면 응시 대상자들로서는 내년 전문의 시험이 물 건너가게 된다.
연합뉴스가 인터뷰한 A씨는 "정부가 의료 정상화를 위해 사직 전공의가 밖으로 나올 수 있도록(병원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특례를 열어줬으면 좋겠다"며 "전공의 수련을 마칠 때까지는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는 조건이 추가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메디스태프에는 정부로부터 특례를 적용받지 못할 경우 "올해까지 백수로 기본 3년이 날아갈 수 있다"는 등 우려를 담은 글도 올라왔다.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로도 이 같은 전공의들의 요구가 접수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단 복지부는 하반기 정기 모집 전에 별도의 특례 모집을 할 가능성엔 선을 긋고 있다. 이미 여러 차례 특례를 적용하며 '후퇴'하는 모습을 보인 데다, 이번에 또 특례를 적용한다고 해도 전공의들이 상당수 돌아올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들의 동향은 듣고 있다"면서도 "(특례를 통해) 상반기 중에 전공의를 모집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 등 정부 정책 철회를 여전히 요구하는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한 불만도 드러냈다.
의정갈등 기간 미용 분야에서 1년 넘게 일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작성자는 메디스태프에 '박단 이제 패싱하자'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전공의들한테 방향성도 제시하고 출구 전략 짜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그냥 누우라고만 하니 답답하고 지친다"며 "이대로 가면 (공백) 2년각이다. 이제 갈 길 가자"고 했다.
대전협과는 별개로 병원 단위에서 사직 전공의들의 의견을 수렴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서울대병원 전공의협의회(서전협)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사직 전공의들에게 '서울대병원 사직 전공의 대상 현안 공유 및 의견 조사 안내문'을 보내 의견을 수렴 중이다.
서전협 비대위는 "투쟁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태에 대한 피로감이 증가하거나 투쟁 방향성에 의문을 가진 사직 전공의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현시점에서 대전협의 7대 요구안 및 투쟁 방향성에 대한 의견을 조사하고자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