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최대 '범죄단지' 에서 모든 범죄자 사라졌다

정부합동대응팀 수도 프놈펜에서 40㎞ 떨어진 남부 타케오주 '태자 단지' 기습
한국 취재진과 함께 범죄단지 확인...캄보디아에서 가장 큰 범죄 구역으로 꼽혔던 곳
한국인 포함한 외국인 감금한 채 보이스피싱 하던 대규모 '웬치'(범죄단지)
올해 현지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6월부터 경찰관과 군인 30명이 관리
경찰 나섰어도 범죄자 체포 안돼 최대 '범죄단지' 방치 인상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납치와 감금 범죄가 잇따르는 가운데 범죄단지로 지목된 곳에서 범죄자들이 모두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때 현지에서 최대 범죄 구역으로 꼽힌 '태자(太子) 단지' 내부가 한국 언론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공개에서 드러난 것을 보면 범죄자가 떠난 캄보디아 최대 '범죄단지' 내부에 이불·옷 등이 그대로 남겨져 있었다. 범죄지대인 '태자 단지'가 한국 언론에 공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인데, 경찰 출동 전 범죄자 전원이 도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합뉴스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비롯한 정부합동대응팀은 16일(현지시간) 오후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 40㎞가량 떨어진 남부 타케오주의 태자 단지 내부를 한국 취재진과 함께 이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 단지는 한때 캄보디아에서 가장 큰 범죄 구역으로 꼽혔던 곳으로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을 감금한 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을 하던 대규모 '웬치'(범죄단지)였다. 그러나 올해 현지 경찰의 대대적인 단속 이후 지난 6월부터는 경찰관과 군인 30명가량이 관리하는 상태다.

 

연합뉴스는 태자 단지 내부에 과거 조직적으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추정되는 사무실과 500명 넘게 들어갈 수 있는 대규모 식당 등의 존재를 확인했다.  범행 현장인 사무실에는 책상과 의자를 비롯해 비닐을 뜯지 않은 대형 생수통 10개가 남아 있었다. 또 한국인을 비롯한 외국인들이 감금 생활을 한 숙소에는 미처 치우지 못한 이불과 옷가지 등이 그대로 널브러져 있는 상태였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이 "이 단지를 어떻게 단속하게 됐냐"고 묻자 캄보디아 온라인스캠대응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온라인 사기 신고를 접수하고 수사에 착수했다"며 "경찰이 도착했을 때 범죄자들은 이미 도주하고 장비만 남은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조심스럽게 첩보를 조사했는데 (범죄자들이 도주해)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차관은 "온라인 사기 범죄가 조직화하고 국경을 넘어서까지 네트워크가 연결돼 있다"며 "신속히 대응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기 위해서는 양국 협력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차관은 앞서 이날 오전 훈 마네트 캄보디아 총리를 예방했으며 캄보디아 온라인스캠대응위원회 사무총장과도 만나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캄보디아는 총리 산하에 온라인 사기와 납치 등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위원회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위원회는 지난 7월 27일부터 이달 14일까지 프놈펜을 비롯해 18개 지역에서 합동 단속을 벌여 20개국 출신 3천455명을 체포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이들이 저지른 범죄는 살인, 인신매매, 온라인 사기 등으로 이번 단속은 올해 캄보디아에서 진행된 가장 큰 규모의 사이버 범죄 합동 단속으로 꼽힌다. 최근 '고수익 해외 일자리'를 찾는 한국인들이 범죄 조직에 납치된 뒤 감금되거나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랐다.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감금 신고는 2021년 4건, 2022년 1건이었으나 2023년 17건을 기록한 뒤 지난해 220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8월까지 330건으로 또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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