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처벌법 미비하다고 '안전 역주행'할 수 있나

노사 안전의식 공유 인식 계기로 삼아야

한국재난안전뉴스 편집인 |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 처분을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2021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후 1년만인 오는 27일 시행된다. 문제는 발효를 앞두고 사업주와 노동자 모두 준비가 덜 된 것 같다.

 

이 법에 따르면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 원 이하의 벌금,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노동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단, 5인 미만 사업장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법은 있는데 법을 지켜야하는 현장은 준비가 안됐기 때문이다. 사업주 측에서는 코에 걸면 코거리라는 법적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고, 노동자측에서는 처벌수위가 낮다는 불만이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법인과 별도로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기존 산업재해 관련법과 차이를 두고 있다. 이 법의 적용은 사기업이든 공공기업 할 것 없이 적용된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의 안전에 대한 인식을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높이기 위한 시스템 개선도 병행돼야 가능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이 법의 단초가 된 것은 공기업인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의 어머니인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지난 2020년 8월 26일 ‘안전한 일터와 사회를 위한 중대재 해기업처벌법 제정에 관한 청원’에서였다. 이전에도 산업현장에서 수많은 사고로 사망과 부상이 있었지만 법으로 사업주를 처벌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일하다 사고로 숨진 근로자는 828명에 달한다고 한다. 그만큼 산업현장이 안전하지 않다는 사례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현대중공업부터 대중교통의 버팀목인 지하철, 국내 최고 포털 기업인 네이버에 이르기까지 산업현장에서 안전과 질병 등 사고로 숨지고 있다.

 

잘 먹고 잘 살자고 일하는 일터에서 목숨을 담보한다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다. 처벌이 목적이 아닌 예방을 통해 산업현장의 안전을 확보하자는 게 우선이지만 그마저도 지키기 쉽지 않다는 산업현장의 목소리다. 그럼함에도 불구, 최고 책임자는 모든 것을 대변해야 하는 만큼 책임으로부터 면책에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게 이번 법의 골자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법 적용을 받는 50인 이상 중소제조업 322개사를 대상으로 ‘법 준수 가능 여부’를 묻는 질문에 53.7%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고 한다. 50~100인을 둔 기업의 경우 60.7%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한발 더 나아가 중소기업중앙회 노동인력위원회는 지난 24일 “중대재해처벌법의 처벌 수준은 세계 최고인데 이를 완벽히 준수할 수 있다고 누구 하나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는 게 현실”이라며 “국회는 사업주의 고의나 중과실이 없을 때는 면책하는 규정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사업하다 구속되느니 차라리 사업을 접는 게 낫다”는 사업주들의 하소연을 들며 법 처벌수위에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산업재해가 쏟아지는 건설현장을 보면, 이 법이 반드시 문제라고만 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가장 최근 광주광역시 화정동 HDC현대산업개발이 공사 중인 주상복합 현장 붕괴사고는 고질적인 원청과 하청간 구조적 문제점이 여전하다는 단적인 예다. 수사 결과가 온전하게 나와봐야 알겠지만, 현재로서는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이 관리 감독의 부실에서 빚어진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적지 않다. 사고는 언제 어디서든 발생한다. 산업질병을 제외하고 사고로 인한 산업재해사망자가 매년 800여명이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틀 앞으로 다가온 법 적용을 계기로 최고 책임자부터 갓 합류한 새내기까지 안전은 모두의 책임이라는 인식을 공유해야 산업현장의 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물론, 이번 중대재해처벌법과 그 시행령에 대해 문제점 논란은 여전하다. 법 적용을 통해 바로잡을 것은 바로잡아야 하지만, 안전 그 자체를 후퇴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안전의식 공유가 모든 일터에서 확산되는 계기로 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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