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용훈 기자 | 국내 수산·식품 대기업 동원그룹이 ‘안전 최우선’ 경영 기조로 주목받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기업들의 안전관리 수준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가운데, 동원산업과 동원F&B를 양대 축으로 하는 동원그룹은 사업장 안전과 ESG 경영에서 모범 사례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실제로 동원그룹은 사업 현장에서 안전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여 최근 3년간 그룹 내 중대재해 '제로'를 이어가고 있다. 식품 대기업 SPC에서 잇달아 중대재해 사고가 발생해 산업계 경각심이 높아진 상황에서, 동원그룹의 선제적인 안전경영 행보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러한 결과는 동원그룹이 “안전이 최우선 가치”라는 기치 아래 전사적 안전경영 강화에 나섰다. 특히,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은 창업주 김재철 명예회장의 철학인 “성실한 기업활동으로 사회정의의 실현”을 계승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그룹 경영의 핵심으로 삼고 있다. 지난해 지주사 개편을 계기로 이사회 산하 ESG경영위원회를 그룹 차원으로 확대 신설하고, 기후변화 대응·탄소감축, 인재 및 협력사 관리, 윤리·공정경영 실현 등을 핵심 아젠다로 선정했다.
특히 산업안전보건 체계 확립을 그룹 ESG의 3대 목표 중 하나로 내세워 전 사업장에 국제 안전관리표준 ISO 45001 도입을 추진하는 등 안전관리 시스템 고도화에 힘쓰고 있다. 김남정 회장 역시 “ESG 경영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더 나은 미래를 위해 ESG 경영 활동에 총력을 다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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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은 최우선 가치” 현장에 뿌리내리다

동원그룹의 안전경영 드라이브는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전후해 본격화됐다. 핵심 계열사 동원산업은 2021년 7월 ‘안전재해통합TF’를 출범시키며 '자율적인 안전문화 정착을 통한 중대재해 발생 제로'를 경영방침으로 선포했다. 기존에도 컴플라이언스위원회와 안전보증팀을 통해 안전관리를 해왔지만, 새 TF는 법규 준수는 물론 인권·환경·품질까지 포괄하는 총체적 안전경영을 목표로 했다.
각 사업부문의 안전책임자 11명이 모인 이 조직은 그룹 전 사업장의 통합 안전관리와 재해 예방 활동을 전담하게 된다. 김남정 회장의 지휘 아래 동원산업은 안전경영 예산을 아끼지 않으며 “중대재해 Zero” 달성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이명우 동원산업 대표이사는 TF 발대식에서 “탑다운이 아닌 바텀업 방식의 문화로 임직원들이 스스로 안전의식을 가지고 실천하도록 장려해야 한다”며 “조직 전체에 성숙한 안전문화가 뿌리내리고 직원들이 안전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최고경영진의 의지에 맞춰 동원산업은 2021년 12월 TF를 안전보건관리위원회로 격상시켜 지속 운영하고, 전담 안전보건관리팀을 신설하는 등 그룹 전반의 산업안전 관리체계를 크게 강화했다.
그룹 내부 구성원들의 자율 안전경영 문화 확산 노력과 더불어,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한 법·제도적 대응도 정비됐다. 동원산업은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준수를 위한 점검과 교육을 전 사업장에서 정례화했고, VR 안전교육 콘텐츠 도입 등 신규 기법으로 임직원 안전의식 제고에도 힘쓰고 있다. 실제 동원그룹 물류계열사인 동원로엑스에서는 지난 2023년 3월 경기도 이천 물류센터에서 안타까운 지게차 사망사고가 발생해 고용노동부 조사가 이루어진 바 있다.
해당 사고 후 그룹은 물류센터의 지게차 방호장치 개선과 안전수칙 준수 교육 강화 등 재발 방지대책을 긴급 시행했다. 아울러 동원로엑스 냉장물류 자회사의 ISO 45001 안전보건 인증도 지원해 협력사까지 포괄한 안전관리 수준 향상을 도모했다. 김남정 회장은 이같이 그룹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를 직접 챙기며 “중대재해는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라는 인식을 조직문화로 정착시키고 있다.
식품안전 ‘HACCP 만점’… 동원F&B의 품질 책임
종합식품 계열사 동원F&B는 식품안전 확보를 위해 원료 수급부터 제조·유통 전 과정의 관리 수준을 꾸준히 높여왔다. 동원F&B는 식품업계 평균을 뛰어넘는 엄격한 위생 기준을 적용해왔으며, 주력 제품인 참치 통조림을 비롯한 전 공장의 생산라인이 일찍이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 인증을 취득해 운영되고 있다. 2002년 국내 식품업계 최초로 참치캔에 HACCP을 도입한 이후 20여 년간 큰 식품안전 사고 없이 소비자의 신뢰를 지켜온 점은 동원F&B의 중요한 자산이다. 특히 제품개발 단계부터 고객 식탁에 오르기까지 전 과정에서 이중·삼중의 품질검증 절차를 거쳐 식품 안전성을 담보한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식품은 안전이 곧 품질이자 경쟁력”이라며 “한 치의 빈틈없이 관리해 ‘사람이 먹는 것’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동원F&B는 또한 글로벌 식품안전 표준에도 부합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 중이다. 국제식품안전경영시스템 ISO 22000에 부합하는 위생관리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유럽연합(EU)·미국 FDA 등의 대외 기준도 충족하도록 설비와 프로세스를 개선해왔다.
이와 함께 식품 방어(Food Defense) 체계를 도입해 외부 위해요소로부터 생산시설을 보호하는 등 선제적인 예방조치도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동원F&B는 최근 5년간 해외로 수출되는 자사 식품에서 단 한 건의 리콜이나 규제 위반 사례 없이 ‘클린 수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국내 식품업계 전반을 대상으로 한 식품안전지수 평가에서 최상위권을 차지하며 동원F&B의 철저한 식품안전 관리 수준을 입증하기도 했다.
스마트물류·건설안전… 첨단 기술로 현장 위험 제거

동원그룹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안전투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물류 계열사 동원로엑스는 지난해 12월 전북 완주에 국내 최초의 ‘스마트 케미컬 물류센터’를 준공했다. 2차전지·반도체 소재 등 유해화학물질 전용 보관시설로 설계된 이 물류센터는 AIoT 기반 안전관리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센터 내 온도 변화를 24시간 AI로 감지해 화재·누출 사고를 예방하고, 위험 물질 취급구역을 자동 모니터링하는 등 안전관리에 중점을 두고 구축됐다.
동원로엑스는 해당 센터로 스마트물류센터 1등급 인증을 획득했으며, 향후 부산·울산 등지 기존 물류거점에도 이 같은 첨단 안전설비를 확대 적용할 계획이다. 건설 부문에서도 디지털 안전장비 투자가 한창이다. 동원산업 산하 동원건설산업은 작년 위험성평가 제도 개편에 맞춰 상시 위험성 평가 시스템을 전 현장에 도입, 예측 예방 중심의 안전관리로 전환했다.
모든 작업자가 매일 작업 전 스스로 위험요인을 점검·서약하는 전자위험성평가 프로그램을 자체 개발해 현장에 적용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또한 근로자 실시간 위치파악이 가능한 AIoT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해, 작업자들이 스마트폰만 지니면 위험구역 접근 시 자동 경고가 이뤄지도록 했다.
이러한 과감한 투자와 체계 구축으로 동원건설산업은 중대재해 ‘Zero’ 기록을 이어가며 2024년 대한경제 건설안전대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동원그룹 관계자는 “안전에 대한 선투자는 궁극적으로 품질과 원가경쟁력 향상으로도 이어진다”며 “스마트 안전관리 시스템을 그룹 모든 사업장에 확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한 수산과 윤리경영… “ESG에 진심”
바다에서 식탁까지 이어지는 사업 특성상, 동원그룹은 지속가능성 확보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국내 최대 수산기업인 동원산업은 2016년 세계 유수의 수산기업들과 SeaBOS(Seafood Business for Ocean Stewardship) 이니셔티브를 발족하여 해양생태계 보전에 앞장서왔다.
SeaBOS의 유일한 한국 회원사로서, 동원산업은 해양 플라스틱 저감 분야 리더 기업을 맡아 선단에서 발생하는 폐어구를 줄이는 방안을 산업계에 전파하고 있다. 2020년에는 업계 최초로 ‘플라스틱 줄이기 3개년 계획’을 선포하고, 참치잡이에 쓰이는 어군집어장치(FAD)를 생분해 소재로 교체하는 등 혁신을 이어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동원산업은 8년 연속 수산업 부문 ‘가장 존경받는 기업’ 1위에 선정되는 등 대외적으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동원F&B 역시 친환경·사회책임 경영에 적극적이다. 동원F&B는 ESG위원회 산하에 환경·안전관리·윤리경영 등 이슈별 전담 조직을 두고, 제품 개발부터 포장재까지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생수병 라벨 제거와 페트 경량화를 통해 연간 1,200톤 이상의 플라스틱을 절감하고, 플라스틱 트레이를 없앤 친환경 김 제품(에코패키지) 등을 출시해 소비자 참여를 이끌었다. 또 MSC 인증(해양관리협의회 지속가능수산물 인증) 참치캔과 동물복지 우유 등 친환경·윤리 제품군을 확대하며 2025년까지 친환경 제품 매출 1천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든 임직원이 일상에서 환경보호 실천을 다짐하는 ‘에코 챌린지’ 캠페인도 전사적으로 전개 중이다. 한편 윤리·투명경영 측면에서도 그룹 차원의 개선이 이뤄졌다. 동원산업은 지배구조 투명성 강화를 위해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추천위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하고, 사외이사를 1명에서 5명으로 늘리는 혁신을 단행했다.
협력사와의 공정거래 및 상생 협약을 체결해 공급망 차원의 지속가능성도 확보하고 있으며, 내부 신고 시스템을 통해 부정행위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ESG위원회를 중심으로 인권경영 선언과 임직원 윤리강령 준수 여부도 정기 점검해 노동인권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김남정 회장은 지난해 4월 동원산업이 동원F&B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감한 지배구조 재편을 결정하며 그룹의 새 도약을 선언했다.
동원산업을 정점으로 식품·수산부문의 역량을 결집해 글로벌 시장 공략과 ESG경영 일원화를 동시에 추진하려는 전략이다. 이번 통합으로 동원그룹은 중복상장 해소를 통한 투명경영 강화와 더불어, 연구개발 통합으로 친환경·안전 기술 혁신에도 속도를 낼 계획이다. "ESG와 안전경영은 지속가능한 성장의 키워드”라는 동원그룹 최고경영진의 신념 아래, 바다에서 공장과 물류센터를 거쳐 소비자 식탁에 이르기까지 전 방위에 걸친 안전망을 구축하려는 동원그룹의 항해가 올해는 어떻게 빛을 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