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정위, 한화-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승인 주저할 이유 없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승인에 머뭇거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한화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상징이었던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서 국내 방산업계의 일부 분야의 독과점 우려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3년 사이 대우조선해양을 둘러싼 국내외 시선은 엇갈렸다. 통상 국제간 독점적 지위를 우려한 경쟁 당국의 눈엣가시 대상이 대우조선해양이었다. 대우조선해양은 국내 조선사들의 출혈 저가 수주 경쟁의 상징이라 할 만큼 국내 조선산업을 위기 속으로 몰아넣지만 해외 선주들에게는 저가로 발주할 수 있는 지렛대나 다름없었다. 유럽연합(EU)은 1년 전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것을 액화천연가스(LNG)선 건조의 독점적 지위를 우려해서 인수 불가 판정을 내렸다. 그랬던 EU가 이번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자 찬성했다. 그런데도 공정위가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것을 두고 방위사업청도 찬성한 것에 대해 기업결합 승인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니 의아할 수밖에 없다.

 

EU 등 7개국이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찬성한 것은 국내 조선소끼리 수주 경쟁이 자국 선주들의 발주 조건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때와는 전혀 다른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서 수직 계열화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면 발주단가가 높아질 것을 우려해 반대했지만,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면 국내 조선소끼리 가격경쟁을 시킬 수 있어서 반대할 이유가 없다.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국내 조선소들의 저가 수주 경쟁이 낳은 건 무차별 공적자금 투입 후 해체였다. 지금도 전국 해안에 거대한 선박 구조물들을 들어 올리는 골리앗 크레인들이 녹슬어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도 정부의 공적자금이 투입되지 않았다면 같은 처지였을지도 모른다. 국내 조선소들끼리 해외 저가 수주로 발주받은 선박 건조는 건조할 때부터 적자 건조가 누적된 결과였기 때문이다. 독과점도 문제지만 과당경쟁을 방치한 산업정책의 대표적인 산업이 바로 조선업이라 할 만큼 국내 조선소들은 비슷한 선형 건조를 위해 경쟁적으로 설립했다. 소위 그룹이라는 허명에 취해 해안가 곳곳에 조선소를 설립하는 경쟁 시대가 있을 정도였다.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19일 양사 기업결합 심사에 착수한 이후 EU는 애초 예상보다 20여 일 앞서 지난달 31일 공정위보다 먼저 인수합병을 승인했다. 하지만 공정위는 한화의 방산 부문(무기)과 대우조선 함정 부문의 수직결합 여부가 국내 업체들과 불공정한지를 살펴보고 있다고 한다. 군함 무기 설비·제작을 하는 한화와 군함을 건조하는 대우조선해양이 합쳐지면 수직 계열화가 발생하고 시장 경쟁이 제한될 수 있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한화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함정 부품 기술 정보와 가격을 차별적으로 제시할 때 함정 입찰 때 경쟁사들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U와 공정위 역할이 뒤바뀐 듯한 판단이다.

 

EU가 지난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합병을 불허한 이유는 두 기업의 합병으로 에너지 소비자 가격이 급등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LNG 운반선 시장 점유율이 60%에 육박하는 양 사가 합병으로 운임 가격을 올리면 덴마크 머스크 등 유럽 선사는 물론 소비자들까지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다. 국내 조선산업의 구조조정을 교묘히 방해한 조치였다. 그런 EU 잣대를 이번엔 공정위가 비슷한 이유를 들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공정위를 포함한 산업통상자원부 등 정부 당국은 이번 한화와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을 계기로 조선산업의 단계적인 구조조정의 시발점을 삼아야 한다. 중복된 선형끼리 경쟁이 아닌 방산 분야, LNG 분야, 해양 시추 등 특수선 분야의 전문 조선소로 조선산업의 재편을 해서 세계시장에서 저가 수주를 원초적으로 차단하는 산업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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