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외교 다자주의 원칙 고수해야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부터 2박3일간 공식 방한한다. 일정을 보니 역대 미국 대통령이 방한 시 단골로 찾았던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비무장지대(DMZ)는 빠지고 평택 삼성반도체 공장이 포함됐다. 전체적인 일정을 보면 국내 기업 총수들과의 대면비중이 많다. 삼성, SK, LG, 현대 등이 반도체, 배터리, 전기자동차 공장을 미국에 아낌없이 투자해준데 대해 감사표시와 함께 더 투자하라고 오는 듯하다. 이를 통해 군사동맹과 함께 경제동맹도 강화하자는 행보로 보인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우리 외교 전략의 틈새를 노리는 노회한 외교 전문가다운 일정이다. 방한에 맞춰 미국 주도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에 우리나라도 가입키로 했다. 중국을 배제한 일종의 경제전선을 노골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DMZ 대신 삼성전자 등을 방한 일정에 포함시켰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수출로 먹고 살아야 하는 우리는 어느 편일 수 없는 다자주의 정책에 한 치의 흔들림도 없어야 한다. 우리가 누린 지난 수십 년간의 무역흑자 기조는 미국에서 점차 중국을 포함한 베트남 등 수출국 비중을 다변화시키면서 가능했다. 북극의 에스키모인들에게도 냉장고를 팔았다는 수출 다변화 전략 덕분이었다. 무역 다자주의의 상징인 세계무역기구(WTO)체제를 두고도 국가별 자유무역협정(FTA)과 지역 간 무역동맹을 경쟁적으로 맺고 있다. 합종연횡을 더 강화하는 거미줄망이다. 이는 다분히 미국과 중국간 경제전선에서 동맹국 확보 경쟁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이 세계의 공장으로 성장하면서 국내총생산(GDP) 규모 기준으로 미국의 턱밑까지 치고 오자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 주도 거미줄망을 구축하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중국이 유럽과 아프리카를 잇는 경제동맹체인 일대일로에 이어 역내포괄적동반자협정(RCEP),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TP)이라는 자유무역협정(FTA)에 적극 나서자 미국은 IPEF로 그 틈새를 벌어놓겠다는 전략이다.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경제전선에서 국익중심의 다자주의를 견지해야 한다. 우리와 수출입비중을 놓고 볼 때 중국은 전체 교역 면에서 25%, 미국은 15% 수준으로 중국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교역에 따른 무역수지 흑자 상황도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라는 호된 시련을 겪고 있다. WTO도 모자라 각종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고도 툭하면 수출금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에너지와 곡물을 무기로 줄서기까지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공급망사태이다. 일본이 위안부와 강제징용 문제를 빌미로 삼성전자의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주요 물질에 대해 금수 조치한 유형의 무역보복이 언제 어디서든 재발할 수 있다. 무역 다자주의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사례들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조사에 따르면 미국이 공급망 동맹을 통해 중국을 배제하려는 반도체·배터리·희토류· 의약품 산업에서 한국의 대중 의존도는 각각 39.5%, 93.3%, 52.4%, 52.7%라고 한다. 이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홍콩을 포함한 중국이 차지한 비중은 30%로, 같은 기간 대미 수출 비중은 15%보다 두 배나 많다. 대중국 무역흑자도 596억 달러로, 대미 흑자 227억 달러 대비 2.6배다. 한국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가 50%를 넘는 품목이 1088개나 되고, 70%를 넘는 품목은 653개에 달한다. 우리가 IPEF에 가입한다고 해서 미국이 보존해줄 상황이 아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려고 우리에게 일방적인 줄서기를 강요하면 우리만 큰 곤경에 처할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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