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무인전투기 항적은폐...국민안전 누가 지키나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우리 군이 북한군 무인기가 대통령실 인근 상공을 휘젓고 복귀했는데도 경계와 작전에 실패했음이 드러났다. 이를 시인하지 않다가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결국 시인했다. 군이 제공한 무인기 항적을 토대로 이의를 제기했지만 군은 끝까지 부인하면서 오히려 이를 제기한 야당 의원에게 힐난도 서슴지 않았다. 야당 의원 지적이 아니었다면 이번 사태도 어물쩍 넘어갈 뻔했다. 매번 이런식으로 비공개와 은폐를 일삼는다면 누가 군을 신뢰하겠는가.

 

지난달 26일 북한군 무인기 5대가 강화도 인천 서울 등을 활개한 이후 5일 합동참모본부(합참)는 “조사 결과 서울에 진입한 적 소형 무인기 1대로 추정되는 항적이 비행금지구역(P-73)의 북쪽 끝 일부를 지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최고의 경계태세를 유지해야하는 P-73은 용산 대통령실과 국방부 청사를 중심으로 하는 반경 3.7㎞ 구역이다. 당시 레이더에 항적이 일부 잡혔지만 작전 요원들은 이를 무인기라고 평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한미연합사령부 부사령관 출신인 김병주 의원이 이의를 제기하자 군은 뒤늦게 항적을 다시 분석해 보니 무인기가 P-73까지 접근했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은 한발 더 나아가 무인기가 대통령실까지 촬영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1968년 1월 21일 북한군 특수부대 31명은 청와대와 지척인 청운동까지 침투하다 경찰의 불신검문 끝에 교전을 벌이다 29명은 사살됐고 1명은 복귀, 1명은 생포됐다. 일명 김신조 청와대 습격 사태였다. 북한은 이번에 무인기로 대통령실을 노렸다고 볼 수 있다. 무기만 탑재했다면 그때와 다르지 않다.

 

지난달 29일 국회 국방위 간사인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무인기 비행 궤적을 근거로 문제를 제기하자 군은 “근거 없는 이야기”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며 오히려 반발했다. 이번 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10월 지대지 탄도미사일 현무-2C의 낙탄 사고는 8시간 뒤에야 공개했고, 11월에는 중거리 유도무기 천궁과 정밀 유도탄 발사에 실패했는데도 ‘정밀 타격에 성공했다’고까지 했다. 그런데도 5일 합참은 “북 무인기의 능력을 고려할 때 용산 대통령실 촬영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지만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에서 무인기가 대통령실 촬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군과 정보기관 간에도 이렇게 판단이 다르다.

 

군뿐만이 아니다. 지난 10.29 이태원 참사때 경찰을 포함한 재난안전 최고 책임기관인 행정안전부 등도 총제적인 안전 불감증에 빠져있음을 드러냈다. 이태원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당시 경찰과 용산구청 그리고 이태원 역장 등은 “몰랐다”거나 “보고가 없었다” 그리고 “상황을 명확히 몰랐다’ 등으로 답변했다. 사고 전 시민들이 수 차례 신고를 했는데도 응급 대응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 이태원은 대통령실과 지근거리이다.

 

국민의 안전과 국토방위 최전선에 있는 행전안전부와 군 그리고 경찰이 이런 식의 대응이라면 더 늦기 전에 수술이 필요해 보인다. 정권이 바뀌었다면 전 정권의 문제점을 개선해서 대응해야 마땅하다. 틈만 나면 전 정권 탓으로 돌리는 건 현 정권의 무능으로 비춰질 수 있다. 재난안전 기관과 군은 현 정권이 통제하고 지휘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다면 즉각 수습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도 현 정권 몫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3월 10일 당선된 이후 대통령직 인수인계 시기를 거쳐 5월 10일 취임했기 때문에 이젠 지난 정권 타령으로 돌리는데는 시간이 너무 흘렀다. 이번 사고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신고 부실대응과 대통령실 하늘까지 뚫린 그 책임을 물어서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기획·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