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정부 출범 100일...잔칫상 대신 쇄신 주문만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우리는 탄생 100일을 특별한 날로 기념하기 위해 잔치를 열어 아이와 산모의 건강을 기원했다. 의술이 열악했던 때에 아이가 태어나 100일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이다. 100일을 넘긴다는 건 축복이었던 시절이다. 또 이를 넘겨 1년이 되면 더 성대한 돌잔치를 열었다. 심지어 아이 탄생 1-2년이 지난 후에야 출생신고를 하는 집안도 있었다. 아이 생사를 장담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이 같은 의식은 출생에서 비롯해 대학입학 학력고사를 치르는 학생들에게까지 다양하게 이어지고 있다. 축하와 기원을 담은 의미있는 날임을 상징한다.

 

17일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지 100일이 되는 날이다.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두고 출근길 윤 대통령은 “그동안 취임 이후에 여러 가지 일들로 정신없이 달려왔다”면서 '취임 100일(17일)을 전후로 대통령실 인적구성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휴가 기간부터 제 나름대로 생각해놓은 것이 있고, 국민을 위한 쇄신으로서 꼼꼼하게 실속 있게 내실있게 변화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취임 100일에는 통상적으로 담화나 대통령실에 출입하는 기자들 그리고 방송을 통해 소회와 국정운영을 밝히는 의례적인 100일 잔치성 공식행사가 있었다. 윤 대통령도 17일 취임 100일을 맞아 대통령실에서 기자회견이 예정돼 있다. 지난 100일을 돌아보고 국정에 대한 소신을 다시 밝힐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대통령실 기자들의 약식 질문에는 뼈가 있는 질문을 예고하고 있다. 대통령실 인적구성의 변화가 있느냐는 사전 질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잔칫날에 무병장수와 복을 기원하는 덕담보다는 산모에게 애를 어떻게 잘 키울지를 묻고 따지는 날이 될 것 같다. 지난 100일이 던진 변수 때문으로 보인다.

 

단임제 하에서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누구나 처음이다. 대통령의 취임 100일은 역대 어느 대통령이나 동일한 조건이다. 100일 동안 역대 정권이 맞이한 도전과 시련이 그랬다. 정권마다 취임이후 100일동안이 맞이한 변수들은 시대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다. 그 100일동안 국민은 대통령의 위기관리 통치력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가 기억하기에는 김영삼 대통령은 취임 11일만인 1993년 3월 8일 군부 내 사조직인 하나회를 전격 해체시키는 명령을 내렸다. 하나회 출신 육군참모총장이었던 김진영과 기무사령관이었던 서완수를 필두로 노태우 전임 대통령이 퇴임직전 임명한 장군들의 옷을 벗겼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 호랑이들로 둘러싸인 군부 실세들의 조직을 해체시킨 대통령만이 내릴 수 있는 결단이었다. 이 일은 이어 금융실명제로 이어졌다. 김영삼 대통령만의 결단과 통치력으로 기억된다. 대통령이 취임이후 100일 동안 전임 정부와 차별화와 희망을 동시에 제시할 수 있는 시간에 극적 효과를 거뒀다고 볼 수 있다. 그 100일동안 윤 대통령은 갖가지 과제만 안은체 지지율은 득표율보다 반토막이 났다. 본인과 측근들의 갖가지 구설에다 대통령과 호흡해야할 집권 여당의 권력암투가 그 100일동안 겹친 결과이다. 역대 어느 정권 초기에 ‘양’과 ‘개고기’ 그리고 ‘새끼’라는 말이 대통령과 여당 대표사이에 오고간 적은 없었다. 심지어는 수도 서울에 물폭탄이 쏟아진 현장인 동작구 사당동을 찾은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수해 복구 작업을 지원하던 중 “솔직히 비 좀 왔으면 좋겠다. 사진 잘 나오게”라고 발언해 무리를 빚고 있다.  대통령과 여당의원들의 발언들이 다르지 않다. 퀴퀴한 냄새가 진동하는 어느 골목식당에서 오갈 수 있는 잡소리들이 명색이 세계 10대 대국을 이끌고 있는 대한민국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쓰는 말이다. 능력과 실력은 온데 간데 없이 의혹투성이로 지명한 장관들은 낙마했고 그 의혹을 넘어서 임명된 장관은 취임 35일만에 사퇴했다. 그로 인해 장관급 5개자리가 공석이다. 코로나가 재창궐인데도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장관은 언제 임명될지 모른다. 표적방역 과학방역 소리만 높지만 확진자는 인구비례당 세계1위이고 위중증과 사망자는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징후들이다.

 

취임 100일전후로 대통령 지지율을 뛰어넘는 역대 정권은 없었다. 그 100일전후가 지지율 꼭짓점이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에게는 기회가 있을지도 모른다. 이 보다 더 내려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100일 잔칫날 떡과 음식을 이웃과 함께 나눠 무병장수와 복을 기원했던 것처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국민 메시지를 기대한다.

 


기획·칼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