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 대통령 출근길 언론과 소통 이어지길 바란다

한국재난안전뉴스 최종걸 편집인 |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옮기면서 눈여겨 봐야할 장면이 등장했다. 대통령이 출퇴근하면서 1층 국민소통관(기자실)을 통과할 때 마주치는 기자들과의 대화 장면이다. 윤 대통령은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면서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과 문답을 나눴다. 같은 건물 1층에 기자실을 두고 집무실이 위층에 있기 때문에 가능한 새로운 소통 장면이다. 집무실과 관저 분리가 낳은 이색적인 모습이다.

 

청와대 춘추관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대통령과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 간의 대화방식이라는 점에서 5년내내 이어지기를 우선 바란다.

 

윤 대통령은 청사로 출근하면서 1층에 마련된 기자실인 ‘국민소통관’에 출입하는 기자들과 만나 “책상은 다 마련했느냐”고 먼저 물었고, 기자들은 전날 취임사에 ‘통합’ 이란 표현이 없었다고 답을 요구했다. 그러자 윤 대통령은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취임사에서 뺐는데) 우리 정치 과정 자체가 국민 통합의 과정이다. 나는 통합을 어떤 가치를 지향하면서 할 것이냐를 얘기한 것”이라고 질의에 답했다. 출입기자들의 질문은 이어졌다. 새 정부 첫 국무회의를 앞두고 남은 장관 임명을 할 것인지 묻자 “출근해 챙겨보겠다”고 답했다. 240여개 국내외 언론사를 대표하는 출입기자들과의 출근길 대화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청와대를 떠난 이유를 찾을 만하다. 대통령실 출입기자는 국내외 여론을 수렴하고 이를 대통령실에 알리는 최일선에 있는 만큼 누구보다 객관적인 의사소통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대통령과의 소통이 단절된 받아쓰기 중심이었다. 어제 출근길 청사에서 일문일답은 그 받아쓰기가 사라졌다는 신호탄으로 보인다.

 

일 년에 서너 차례 기자실에 나타나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전에 주고받는 짜맞추는 형식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주목된다. 대통령으로서도 민심을 대변하는 기자들과의 자유스런 질의응답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민심을 소상히 파악하고 세상 소리를 듣는데 더 없는 출근길 소통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역사를 보면 왕조시대부터 왕과 대중사이의 간극을 좁혀보려는 수많은 제도와 시도가 이어져왔다. 신문고 제도부터 청와대 홈페이지에 국민청원 등이다. 문재인 정부시절 개설한 국민청원은 조선시대 신문고를 현대적으로 이어온 사례이다. ‘현대판 신문고’로 불리던 청와대 국민청원은 “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라는 취지로 지난 2017년 8월 19일 개설된 이후 5억 1600만 명 이상 방문했고, 억울한 사연, 갖가지 정책 제안이 쏟아질 만큼 국민과 소통창구 역할을 했다. 남녀노소 누구나 억울하고 안타까운 호소를 하는 디지털소통 공간이었다. 누군가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사회는 소통하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징표이다.

 

이제 그 국민과의 소통공간이 디지털공간이 아닌 여론을 대표하는 출입기자들과 직접 소통하는 또 하나의 장이 생긴 만큼 민심의 창으로 삼기 바란다. 출입기자들과 소통 방식이 그간 고장난 벽시계처럼 일년에 한 두 번 마주하는 것이 아닌 매일 아침과 저녁 출퇴근 시간으로 전환하기를 바란다.

 

기자들에 대한 속설이 있다. 이 서 말을 움직이는 것보다 기자 한 명 대하기가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런 기자들을 상대로 질의응답을 하다보면 민심이라는 창은 저절로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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