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산업현장의 ‘안전’은 이제 ‘비용’이 아니다. ‘안전’은 생산성이고, 기업가치이며, 결국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경영요소라는 인식이 커져가고 있다. 이재명 정부도 산업안전을 국가의 중요한 현안 중 하나로 삼고 있다. 특히 올해 8월 1일부터 500인 이상 기업에 대한 ‘안전보건 공시제’가 시행돼 기업은 안전보건 관리체제, 산업재해 발생 현황, 안전보건 투자, 산업재해 재발방지 대책 등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 이제는 기업주가 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시대에서 투자와 경쟁력으로 인식하는 시대로 넘어가야 한다. 한국재난안전뉴스는 ‘안전이 기업을 살린다’ 기획연재를 통해 안전 문제가 기업의 핵심적 경영 요소이자 생존 전략이라는 점을 부각하고, 안전한 기업이 어떻게 더 강한 기업이 되는지 약 20회에 걸쳐 답을 찾아본다. [편집자 주]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나면 기업 이름이 언론에 오르내린다. 사망자 및 재해 규모와 사고 원인이 공개된다. 하지만 사고가 나기 전까지 그 기업이 안전에 얼마나 투자를 했고, 안전관리 인력을 얼마나 두고, 위험 요인을 어떻게 관리했는지는 외부에서 알기 어려웠다. 이제 이 같은 기업의 ‘안전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이건 가상의 시나리오다) 새벽 2시 30분. 경기도의 한 대형 제조공장은 평소처럼 야간 생산이 한창이다. 수십 대의 산업용 로봇이 자동차 부품을 조립하고 있고, 자율주행 운반로봇은 생산라인과 창고를 오가며 부품을 실어 나르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중앙관제실 모니터에 경고창이 떴다. “생산설비 통신 오류 발생.” 몇 초 뒤 일부 생산라인이 멈췄다. 이어 로봇 두 대가 비정상적인 경로로 움직이기 시작했고, 비상정지 버튼이 눌리면서 공장 전체가 긴급 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다행히 실제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원인을 조사하던 담당자들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침입한 악성 프로그램이 생산설비 제어망에 접근했던 것이다. 공장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말했다. “예전에는 산업안전이라고 하면 기계에 손이 끼이거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사고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컴퓨터 화면 속에서 시작된 공격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공장은 이제 거대한 컴퓨터가 됐다. 과거의 공장은 비교적 단순했다. 기계는 기계대로 움직였고, 작업자는 현장에서 직접 설비를 조작했다. 하지만 스마트공장은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점심때 철근을 잡으면 장갑 위로도 뜨거움이 느껴집니다. 손이 데일 정도예요. 그래도 공사는 멈출 수 없습니다.” “쓰러질 것 같아도 참고 합니다. 쉬면 그날 일당이 줄어드니까요.”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의 말이다. 연일 38~40도 안팎의 폭염이 이어지는데도 건설현장, 물류센터, 택배, 도로공사, 농어업 현장에서는 수많은 노동자가 불볕 야외에서 일하며 건강과 생명에 위협을 받고 있다. 폭염으로 발생하는 온열질환은 단순한 탈진이 아니다. 체온이 40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뇌 기능이 손상되는 열사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열사병은 응급치료가 늦어질 경우 사망 위험도 높다. 산업안전 전문가들은 “추락사고와 마찬가지로 폭염도 산업재해”라고 강조한다. 더위로 집중력이 떨어지면 실수와 사고가 늘어난다. 실제로 폭염 기간에는 건설현장 추락사고, 장비 충돌, 교통사고 발생률도 증가한다. 문제는 폭염이 ‘사회적 재난’ 수준으로 인식이 되고 있어도 노동현장의 기준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과연 사람은 몇 도까지 일할 수 있을까. 그리고 국가는 폭염에서 일하는 야외 근로자를 어디까지 보호해야 할까. ◇해외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AI와 로봇이 산업현장에 빠르게 들어오면서 가장 어려운 질문이 등장했다. “공장에서 사고가 났을 때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과거에는 비교적 분명했다. 대체로 원인을 추적할 수 있었다. 작업자가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았거나, 관리자가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기계의 결함이 있었던 경우다. 사고가 발생하면 작업일지와 CCTV, 장비 상태 등을 확인해 과실의 원인을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AI와 자율형 로봇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AI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해 스스로 판단한다. 자율주행 로봇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이동 경로를 결정한다. 사람의 직접적인 명령 없이도 상황에 따라 행동이 바뀐다. 문제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다. AI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정확히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 것이다. 사람이 프로그램을 만들었지만 AI가 수많은 데이터를 학습해 새로운 판단을 할 경우, 사고 원인을 단순히 한 사람의 실수로 설명하기가 어려워진다. 로봇 사고의 책임을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제조사와 사용자 사이의 책임 문제다. 제조사가 안전하지 않은 로봇을 만들었다면 제조물 결함의 문제가 발생한다. 반대로 사용자가 안전장치를 임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큰불이 잡히고 잔불 정리 작업에 들어간 인천의 쿠팡물류센터 화재는 8층 규모에 랙(rack) 방식 복층 구조, 좁은 통로 등 복잡한 내부 구조로 인해 소방대원들이 진입하기가 어려웠다. 이같은 상황에서 소방당국이 사용한 ‘전술’이 있다. 국제적으로 사용되는 ‘환기 제어 및 수증기 질식·냉각 전술’이라는 것이다. 붕괴 가능성까지 제기됐던 물류센터 화재를 큰 인명피해 없이 진화하는 데 성공한 것은 이 전술 덕분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22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6시 54분께 지상 8층, 연면적 29만9천㎡ 규모의 쿠팡 32물류센터에서 불이 나자 소방 당국은 화마에 맞서 싸울 전술로 이 ‘수증기 전술’을 선택했다. 이 전술은 불타는 건물 내부에 호스로 쏟아부은 물이 고온의 열을 받아 수증기로 변할 때 부피가 약 1700배 팽창하는 원리를 활용하는 게 핵심이다. 수증기가 팽창하면 물류센터 내 산소 농도가 급격히 낮아져 불길의 화력을 낮출 수 있다. 게다가 물이 수증기로 변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열 흡수 효과로 창고 내부의 폭발적인 화재 확산을 막고 저온 연소(훈소)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소방당국은 화재 현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대형 물류센터가 전국 곳곳에 들어서고 있다. 온라인 쇼핑과 새벽배송이 일상화되면서 물류센터는 유통산업의 핵심 인프라가 됐다. 하지만 물류센터가 커지고 고층화될수록 화재 진압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이번 인천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이 문제를 다시 확인시켰다. 연면적 약 29만9천㎡, 지상 8층 규모의 대형 건물에서 발생한 불은 다량의 생활용품과 3단 선반 구조 때문에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전문가들은 이제 대형 물류센터의 화재안전은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물류센터를 단순한 ‘창고시설’이 아닌, ‘대형 복합산업시설’로 보고 종합적인 안전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물류센터의 화재안전은 여러 법과 기준에 의해 관리된다.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필요한 소방시설이 설치되고, NFPC 609(스프링클러 설치 기준 강화 등 창고 시설의 화재안전 조항)에 따른 기준이 적용된다. 건축법에 따른 내화구조와 방화구획, 피난시설 기준도 적용된다.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대형 물류센터 화재 예방 대책을 종합해보면 이런 것들이다. 우선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은 물류센터에 대한 정기적인 화재위험 재평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물류센터 화재가 발생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질문이 있다.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었는데 왜 불길이 그렇게 커졌는가?” 스프링클러는 물류센터 화재를 초기에 진압하는 가장 중요한 소방시설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다는 사실만으로 대형 화재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시설의 구조와 적재물에 맞게 설치됐는지, 실제 화재 상황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다. 현재 창고시설의 소방시설 기준은 과거보다 상당히 강화됐다. 창고시설의 화재안전성능기준(NFPC 609)은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창고시설에 설치해야 하는 소방시설의 성능 기준을 정하고 있다. 이 기준은 적층식 랙(rack, 중층 구조) 등 물류창고의 특성을 별도로 규정하고 있다. NFPC 609에 따르면 창고시설에는 원칙적으로 ‘라지드롭형’ 스프링클러헤드를 습식으로 설치하도록 하고 있다. 물 분사를 기존의 분당 약 80리터 수준에서 160리터 수준으로 강화하고 방수 지속 시간도 기존 약 20분에서 60분 수준으로 강화한 것이다. 특히 랙식 창고는 천장 스프링클러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랙 높이 3m 이하마다 스프링클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큰불을 잡기까지 61시간이 걸렸다.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초기 진화까지 가장 긴 시간이 걸린 국내 물류센터 화재로 기록됐다. 20일 인천소방본부에 따르면 쿠팡 물류센터 화재는 18일 오전 6시 54분께 발생해 61시간 만인 20일 오후 8시 초기 진화됐다. ‘초기 진화’는 소방 당국이 화재 현장에서 큰 불길을 잡고 잔불 정리를 시작할 때 선언한다. 지금까지 초진까지 최장 시간을 기록한 화재는 5년 전인 2021년 6월 발생한 쿠팡의 경기 이천 덕평 물류센터 현장이다. 6월 17일 오전 5시 20분께 발생해 55시간 뒤인 19일 낮 12시 25분께 초기진화가 됐다. 불을 완전히 끄는 데 130여 시간이 걸렸다. 당시 화재로 건물 안에 있던 적재물과 포장 종이·비닐 등 5만3천여㎥가 모두 탔다. 물류센터의 경우 건물 면적이 넓고 고층인데다 내부가 물건을 촘촘하게 많이 적재할 수 있는 랙 구조, 메자닌 구조로 돼 있는데다 가연성 적재물이 많고 복잡한 내부 구조 탓에 화재 발생 시 소방당국이 진화에 애를 먹는다. 2020년 경기 군포 한국복합물류센터 화재와 2022년 경기 평택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의 초진 소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끔찍한 화재였다. 2020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는 38명 근로자의 목숨을 앗아갔다. 같은 해 용인 SLC 물류센터 화재에서도 5명이 숨졌다. 2021년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에서는 진화에 나선 소방관이 순직했다. 이 사고들은 물류창고가 왜 화재에 취약하고 대형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큰지, 한번 불이 나면 완전 진화가 어려운지를 잘 말해주는 사례다. 물류센터는 이제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시설이다. 온라인 쇼핑과 새벽배송이 일상화되면서 전국 곳곳에 대형 물류센터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난 18일 오전 6시 54분께 발생한 인천 서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 화재는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지만 3일째인 20일 오후까지 완전 진화되지 않고 있다. 소방당국은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하고 진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건물 내부에 쌓인 물품과 복잡한 구조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변 초등학교와 어린이집은 연기와 냄새, 붕괴 우려로 휴교를 하는 등 지역사회 피해도 커지고 있다. ◇대형 물류센터 구조적으로 화재진압 어려워 물류센터는 단순한 창고가 아니다. 수만~수십만㎡에 이르는 거대한 공간에 종이박스, 플라스틱 포장재, 섬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인천 쿠팡 물류센터의 불길은 사흘째 잡히지 않고 있다. 18일 오전 6시54분쯤 인천 서해구 석남동 쿠팡32물류센터에서 시작된 화재는 20일 오전 9시 현재까지도 완전히 진화되지 않았다. 국가소방동원령까지 발령돼 전국 8개 시도에서 특수 소방장비와 인력이 투입됐지만, 내부에 쌓인 생활용품 등 가연물이 계속 타고 짙은 연기가 빠지지 않으면서 진화 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구조물 붕괴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인근 상가와 공장에는 대피령이 내려졌고, 주변 초등학교와 어린이집도 휴교·휴원 조치에 들어갔다. 20일 소방청 등 관계당국과 쿠팡 등에 따르면, 화재 당시 물류센터 내부에 있던 관계자 121명은 모두 대피했다. 현재까지 대규모 인명피해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진화 과정에서 소방공무원이 탈진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은 뒤 퇴원했고, 또 다른 소방대원은 연기를 흡입해 치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불은 8층짜리 건물 6층에서 시작된 뒤 7층까지 번졌고, 3단 랙식 창고에 적재된 가연성 물품 때문에 내부 진입과 시야 확보가 어려운 상황으로 파악됐다. 대응 2단계 넘어 국가소방동원령까지 소방청에 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