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산불 사망자 26명·헬기 추락사도..."산불 피해 구역 3만㏊ 넘을 것"

2025.03.26 21:32:27 이계홍 기자 kdsn6@gmail.com

경북 북동부권 5개 시·군 산불 규모 3만㏊ 훌쩍 뛰어넘어
사망자 22명까지 늘어...'대피행렬' 이어지는 혼란상
고령자 간과하고 사전 대처에 소홀했던 탓에 사상자 더 늘었다는 비판
남서풍 방향 강풍 지속될 경우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울진 등 동해안 지역도 위험할 수도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경남 산청과 경북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지금 경북 북부 최악의 산불로 번지고 있다. 사망자가가 속출하고 헬기 추락사까지 있었다. 경북의  5개 시·군 산불 피해 영향구역 3만㏊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사망자도 22명으로 늘었으며, 산청 사망자 4명을 포함하면 이번 산불 사망자는 26명으로 늘었다.

 

산불 양상으로 볼 때 사망자가 더 나올 것이 크게 우려된다. 안동 하회마을과 청송 대전사도 피해가 걱정된다. 남서풍이 지속할 경우 동해안권이 크게 위험하다고 기상청은 예보했다. 

 

산불이 동진하는 경로를 따라 사망자와 부상자, 실종자 등 인명피해도 빠르게 늘고 있다. 25일 오후부터 26일 현재까지 영양군, 청송군, 영덕군, 안동시 등 4곳에서 발견된 사망자는 모두 22명이다. 사망자들은 화마가 휩쓸고 간 야산 주변 도로와 주택 마당 등에서 발견됐으며 이 가운데는 일가족도 포함됐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영덕군 사망자 일부는 실버타운 입소자로 대피 도중 산불확산으로 타고 있던 차량이 폭발하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다수 사망자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산불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를 미처 피하지 못해 질식하는 등 피해를 본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더 큰 문제는 산불 피해가 난 지자체들이 주민 대다수가 신속한 대처가 불가능한 고령자임을 간과하고 사전 대처에 소홀했던 탓에 산불 피해 사상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지자체들이 산불이 옮겨붙기 직전 체계 없는 혼란스러운 재난·대피 문자를 발송한 까닭에 지역마다 '대피행렬'이 이어지는 등 혼란상도 연출됐다.

 

경북 의성 산불이 강풍을 타고 북동부권 4개 시·군으로 계속 번지면서 현장 상황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산불을 당국이 막지 못하면서 북동부권 산불 현장은 이제 피해 규모를 산출하는 데 손을 놓을 정도로 엄청나게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진화 헬기 추락 사고나 산불 확산에 따른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26일 낮 12시 51분께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한 야산에서 진화 작업에 투입된 헬기 1대가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해 진화 작업에 핵심 장비인 헬기 운항이 잠정 중단됐다가 오후 3시 30분부터 순차적으로 재개됐다.

 

추락 헬기는 강원도 인제군 소속의 담수 용량 1200ℓ의 S-76 기종으로, 헬기를 몰던 기장 A(73)씨는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사고 현장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는 민가도 있어 하마터면 추가 인명·재산 피해도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전날 오후 6시 기준 진화율이 68%에 머물렀던 의성·안동 산불 진화작업은 기상 악조건과 돌발 사고 등이 겹치면서 계속해서 더디게 진행된 까닭에 1만5185ha로 추정됐던 산불영향구역이 현재 어느 정도까지 늘었는지는 가늠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산림 당국은 일출 시각인 26일 오전 6시 30분을 전후해 의성, 안동, 영양, 청송, 영덕 등에 진화 헬기 87대와 인력 5천421명, 진화 장비 656대를 투입해 주불 등을 끄는 데 힘을 쏟았다.진화 작업은 주요 시설과 인구 밀집 지역 등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순간 최대 초속 11m 이상의 강한 바람이 불고 낮 최고 기온도 20도를 웃도는 기상 악조건이 닷새째 이어지면서 진화 작업도 어려움을 겪었다.


산림청이 산불영향구역을 추산하기 위해 항공기 정찰을 실시했으나 분석할 영상 자료 등이 많아 아직 집계를 완료하지 못한 까닭이다. 이런 이유로 산림청은 이날 의성·안동을 제외한 청송·영양·영덕 3곳의 산불영향구역이 1만6019㏊로 집계됐다고 밝혔다.또 의성·안동 2곳 산불영향구역은 여전히 조사·분석 중이라고 했다. 다만 전날 오후까지 집계된 의성·안동 2곳 산불영향구역 범위를 감안하면 현재 불이 확산 중인 북동부권 5개 시·군 수치를 합한 전체 규모는 이미 3만㏊를 훌쩍 뛰어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급변하는 풍향에 따라 전방위로 확산 중인 산불에 세계문화유산과 유명 고찰 등도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의성 산불은 직선거리로 세계문화유산인 안동하회마을 앞 4∼5㎞ 지점 야산까지 다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기와집과 초가집이 많이 남아 있고 유교 문화를 비롯한 전통이 온전하게 보존된 하회마을을 사수하기 위해 진화 헬기 2대를 투입해 진화 작업을 시도했으나 시정이 좋지 않아 철수했다. 현재 하회마을은 5∼10㎞ 떨어진 야산, 골프장 등에서 발생한 산불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로 뒤덮인 상황이다.

 

당국은 세계유산인 봉정사를 보호하기 위해 사찰 주변 30m에 있는 나무를 벌채해 안전을 강화했다. 이날 청송 주왕산 국립공원에도 또다시 불길이 번져 천년고찰 대전사를 위협하고 있다.

 

소방 당국 등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사찰 뒤편에서 벌채 작업을 벌였고, 사찰 내 주요 문화재를 부직포로 감싸 보호했다. 승려를 비롯해 사찰 관계자들은 석탑 등을 제외한 일부 문화재를 추가로 반출하는 한편 불쏘시개가 될 수 있는 풍등도 제거하는 등 방어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

 

일몰 후 야간 대응 체제로 전환한 당국은 인력 3천333명을 투입해 전력 시설, 민가, 다중이용시설, 국가문화 유산 등과 같은 중요 보호시설 주변에 방화선을 구축할 계획이다. 특히 병산서원 등 주요 시설물 주변에는 산불확산 지연제(리타던트)도 살포한다. 

 

하지만 당국의 계속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남풍과 남서풍 방향 강풍이 지속해 이어질 경우 산불이 원자력 발전소가 있는 울진 등 동해안 지역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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