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 침수, 신림동 반지하 참사, 오송지하차도 참사 막을 수 있으려나?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2022년 8월 8~9일 수도권에 쏟아진 집중호우는 관측 사상 최고인 시간당 140㎜ 안팎을 기록하며 큰 피해를 남겼다. 특히 강남역 일대가 물바다가 되면서 전국적으로 큰 충격을 줬다. 2022년 8월 8일 밤 강남역은 주변보다 지대가 낮은 분지형 지형이어서 빗물이 한꺼번에 몰리며 도로가 강처럼 변했다. 수백 대의 차량이 침수되거나 고립됐고, 지하상가와 건물 지하층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 차량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40대 남매가 물에 잠긴 도로를 건너다 뚜껑이 열려 있던 맨홀에 빠져 숨지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후 법원은 서초구의 관리 책임을 일부 인정해 유가족에게 배상 판결을 내렸다. 또 다른 사회적 충격은 같은 날 밤 9시경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 침수 사고였다. 반지하 주택에 순식간에 물이 차오르면서 발달장애 가족 등 3명이 탈출하지 못하고 숨졌다. 집 안에 있던 40대 자매와 10대 딸 세 명이 지인을 통해 경찰에 구조를 요청했는데 소방이 출동해 물을 뺀 후 세 사람은 숨진 채 발견됐다. 반지하 주택 특성상 출입구가 사실상 계단 하나뿐이었다. 이 사고는 영화 ‘기생충’ 속 반지하 침수 장면을 현실로 보여준 비극으로 평가되며, 반지하 주거 문제를 촉발했다. 강남역 침수는 도시 배수시설의 한계를 보여준 사건이고, 신림동 반지하 참사는 사회적 취약계층이 재난에 더 크게 노출된다는 ‘재난 불평등’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었다. 그 다음해인 2023년 7월 충북 청주의 오송 지하차도에 물이 쏟아져 들어와 14명이 숨지면서 도시 침수 대응에 대한 요구는 커졌다. 정부는 이에 따라 ‘도시하천유역 침수피해방지대책법’을 제정, 2024년 3월 15일부터 시행했다. 침수 위험이 큰 하천을 ‘특정도시하천’으로 지정하고 하천·하수도·저류시설을 국가가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다. 이 법에 따라 도시 침수가 예상되면 이를 알려주는 ‘도시침수예보’가 19일부터 서울 강남·서초·관악·구로·동작·영등포 등 6개 구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된다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18일 밝혔다. 강남역과 신대방역 일대가 우려되는 곳이다. 기후부는 이번 예보 체계가 침수 관련 위험 정보를 사전에 전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현장 대응과 연계된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예보가 발령되면 서울시와 6개 자치구, 경찰, 소방 등이 현장에서 즉각 조치할 수 있도록 현장조치 매뉴얼에 따라 행동한다. 수방시설을 즉시 가동하고 반지하 주택 등 취약지역 주민 대피와 구조 활동도 수행한다. 침수주의보 단계에서는 현장 순찰 강화, 수방시설 가동 준비, 침수 취약가구 상황 공유가 이뤄진다. 경찰은 교통 통제를 준비하고 소방은 구조 출동을 준비한다. 침수경보가 내려지면 도로·하천 등 전면 통제, 차량 진입 차단, 인명구조와 긴급대피 지원, 지하철·지하상가 출입구 차수판 설치와 출입 통제 등이 이뤄진다. 실시간 자료 공유 시스템도 구축됐다. 기상청의 레이더 관측 및 예측 강우 자료, 국토부의 정밀 도로지도 기반 3차원 공간정보, 서울시의 관망자료와 관로·노면 수위계,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계측 자료를 실시간으로 통합 연계한다. 기후부는 이를 바탕으로 10분마다 자동으로 침수 상황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모델을 가동한다. 한강홍수통제소가 침수 가능성을 사전 예측해 침수주의보를 발령하거나 실시간 침수 감지 시 침수경보를 발령하면 대국민 안전안내문자(CBS)가 즉시 발송된다. 시민들은 안전안내문자에 포함된 링크를 통해 ‘내 위치 기반 침수 우려 지역 확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자신의 위치가 침수 우려 지역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대피를 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다. 기후부는 지난해 12월부터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기상청, 서울특별시와 공동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대응 방안을 마련했다. 현장 통제와 구조를 담당할 자치구, 경찰, 소방 등이 참여하는 실무협의회도 운영했다.

2026-06-18
[AI와 로봇이 바꾸는 산업안전] ②로봇이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을까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6월 15일 경기도 평택 외곽에 있는 한 화학공장. 국내 굴지의 석유화학 기업에 원료를 납품하는 중소기업으로 100명 정도가 일한다. 일반인은 접근과 촬영이 제한된 구역에서는 작은 드론이 천천히 날고 있다. 드론에는 열화상 카메라와 가스 감지 센서가 장착돼 있다. 이 드론의 역할은 단 하나다. 사람이 들어가면 위험한 곳을 먼저 대신 확인하는 것이다. 현장 책임자 박명수(45) 씨는 이렇게 설명했다. “예전에는 점검을 위해 작업자가 직접 탱크 위로 올라가 두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지금은 드론이 먼저 들어갑니다. 위험이 감지되면 사람은 들어가지 않습니다. 사람은 데이터만 봅니다. 그러니 인명사고는 당연히 줄 수밖에 없지요.” 이 공장에 드론이 활용되기 시작한 것은 이미 3년 전이다. 근처의 다른 공장들도 자체 설계한 드론을 작업장에서 많이 쓰고 있다고 한다. 산업현장에서 로봇이나 드론을 만나는 것이 낯선 시대가 아니다. 첨단 기계가 가장 많이 투입되는 영역은 이 공장의 경우처럼 ‘사람이 가장 많이 다칠 우려가 있는 곳’이다. 대표적으로는 고소(高所) 점검 작업, 밀폐공간 가스 점검, 고온 설비 유지보수, 방사선 구역 점검, 화재 초기 진압 등이다. 특히 원전과 대형 플랜트에서는 이미 사람이 직접 접근하지 않는 영역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그럼 실제로 산업재해는 줄고 있을까. 기자가 만난 현장 관계자들의 말에 따르면 체감은 긍정적이다. 특히 끼임, 추락, 질식 사고처럼 ‘즉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실수나 부주의로 인한 안전 사고’는 감소하는 추세라고 한다. 그러나 자신있게 “확실하게 줄었다”고 말하는 데는 주저했다. 즉, 아직은 로봇과 AI가 산업현장의 위험을 크게 만족할 정도로 정복하진 못하는 단계인 것이다. 산업안전연구원에서 팀장급으로 일하는 박 모씨는 이렇게 말했다. “로봇이 위험을 줄이는 건 맞지만, 사고가 사라진 건 아닙니다. 우리가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사고 형태가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새로운 사고 유형이 등장하고 있다. 로봇과 작업자가 충돌한다든지, 유지보수 중에 감전되거나 끼인다든지, 시스템 오류로 인한 오작동 사고라든지, AI의 판단 지연으로 인한 사고라든지 하는 것들이 그렇다. 박 팀장은 “위험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동한 것’이다”라고 표현했다. 현재의 기술 발전 상황에서 전문가들이 내리는 대체적인 결론은 “로봇이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모든 상황을 판단할 수는 없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로봇이 사람을 완전히 대신할 수는 없고 결국 마지막 판단은 사람의 몫이라는 것이다. 특히 돌발 상황에서는 로봇보다 인간의 대응력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구조물이 붕괴되거나 예상치 못한 화학 반응이 발생하는 경우, 로봇은 미리 학습된 범위 밖에서는 대응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산업현장에서 로봇과 관련해 자주 등장하는 표현은 “대체가 아니라 보조”다. 박 팀장은 이렇게 정리했다. “로봇은 위험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위험을 다른 방식으로 관리하는 도구입니다.” 로봇과 AI는 분명 산업재해를 줄일 가능성은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반복 작업과 고위험 작업에서는 인간을 보호하고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로봇이 있다고 해서 산업안전이 자동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오히려 새로운 안전 기준이 필요해졌다. 각각의 산업 현장에 맞는 로봇 안전 인증, AI 알고리즘 검증, 인간-로봇 협업 안전거리 기준, 시스템 장애 대응 매뉴얼 등의 기준과 운용 원칙을 만드는 일이 필요한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로봇 작업이 동시에 새로운 위험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산재 없는 세상’은 어쩌면 영원히 실현될 수 없는 꿈일지도 모른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안전은 쉬워지는 게 아니라 더 정교해진다는 말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로봇의 성능 수준이 아니라, 그것을 운영하는 인간의 안전 철학으로 귀결된다. 이런 질문은 아마도 오래 남아 있을 것이다. “로봇이 안전을 대신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인간이 더 안전하게 로봇을 통제할 수 있는가.”

2026-06-18
[궁금한 재난/안전] ⑥전기차 침수되면 감전될까?…전기차 침수 대처 요령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최근 기후변화로 국지성 집중호우가 자주 발생하고 도로나 주차장의 침수가 잦아지면서 전기차 운전자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특히 “전기차가 물에 잠기면 감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많다. 정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침수된 전기차의 가장 큰 위험은 감전보다 배터리 손상과 화재 가능성이다. 전기차는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침수 시 대응 방법도 다르다. 잘못 대처하면 차량 손상은 물론 화재 위험까지 커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전기차, 물에 잠겨도 자동 전원 차단돼 감전 안된다 많은 사람들이 전기차가 침수되면 감전 사고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하지만 실제로는 가능성이 거의 없다. 전기차는 국제 안전기준에 따라 고전압 배터리와 전기 시스템이 방수·절연 설계돼 있다. 배터리팩은 밀폐 구조로 제작되고 침수 시 누전이 감지되면 자동으로 전원을 차단하는 안전장치가 작동한다. 다만 사고로 배터리팩이 파손되거나 침수 후 장시간 방치된 경우에는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침수된 전기차, 가장 위험한 것은 배터리 손상 전기차 침수 사고에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고전압 배터리다. 배터리 내부에 물이 침투하거나 배터리 셀에 손상이 발생하면 화학반응으로 인해 수일 또는 수주 후에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다. 실제로 해외에서는 홍수 피해를 입은 전기차가 견인 후 보관 중 뒤늦게 화재가 발생하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침수 차량을 건조했다고 해서 안전하다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물이 차오를 때는 즉시 대피해야 집중호우로 도로가 침수됐다면 침수 구간을 통과하려 하지 말고 즉시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만약 차량 내부까지 물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면 시동을 걸어 이동하려 하지 말고 차량을 버리고 신속히 대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특히 지하주차장 침수는 매우 위험하다. 물은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차오를 수 있기 때문에 차량 이동에 집착하다가 인명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침수 후 ‘시동 걸기’ 절대 금물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금기사항은 ‘시동 걸기’다. 배터리와 전기계통 상태를 확인하지 않은 채 시동을 걸면 회로 손상이 확대될 수 있다. 충전기를 연결하거나 직접 배터리 분해 또는 점검하기, 임의로 전기장치 작동시키기 등도 피해야 한다. 침수된 전기차는 반드시 제조사 서비스센터나 전문 정비업체의 점검을 받은 후 충전해야 한다. 외관상 멀쩡해 보여도 배터리나 전기 배선 내부에 수분이 남아 있을 수 있다. 일반 정비소에서 무리하게 수리하는 것은 좋지 않다. 한국교통안전공단과 자동차 제조사들은 침수 차량을 충전기에 연결하지 말고 공식 서비스센터의 안전 진단을 먼저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일반 차량과 무엇이 다를까 내연기관 차량은 엔진으로 물이 들어가면 엔진이 망가지는 ‘워터해머’ 현상이 가장 큰 문제다. 반면 전기차는 엔진 대신 배터리와 전력제어장치가 핵심 부품이다. 따라서 침수 이후 가장 중요한 점검 대상도 엔진이 아니라 고전압 배터리와 전기 시스템이다. 또 일반 차량은 침수 후 비교적 빠르게 수리가 가능하지만 전기차는 배터리 안전성 검사 과정이 추가돼 점검과 수리에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전기차는 다양한 안전장치 덕분에 감전 위험은 매우 낮지만, 침수 후 배터리 손상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상태에서 운행하거나 충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집중호우 시에는 예방과 신속한 대피가 최선의 안전대책”이라고 강조한다. [일반 차량과 다른 전기차 침수 대처] ① 차량보다 사람 안전이 우선이다. ② 침수 구간 진입을 피한다. ③ 침수 후 시동을 걸지 않는다. ④ 충전기를 연결하지 않는다. ⑤ 제조사 서비스센터의 안전점검을 반드시 받는다.

2026-06-17
잔잔한 바다 믿지 마세요…피서철 ‘침묵의 습격자’ 너울성 파도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지난 6일 아침 5시 10분경 강원도 강릉시 연곡면 영진해변에서 사진을 찍던 여성 두 명이 파도에 휩쓸려 바다에 빠졌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주문진파출소 해안순찰팀이 즉시 출동해 표류하던 30대 여성 2명을 구조했다. 30대 여성 1명은 의식을 잃고 심정지 상태였다. 해양경찰이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한 뒤 응급실로 이송했지만 결국 사망했다. 함께 구조된 20대 여성은 저체온증 증상으로 병원에서 치료받았다. 두 여성은 해변에서 사진을 찍던 중이었다. 이튿날 인근 해변에서도 7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이들이 갑자기 밀려온 ‘너울성 파도’를 보지 못해 휩쓸린 것으로 판단했다. 과거에도 너울성 파도로 인한 인명사고는 반복됐다. 2020년 강원도 고성군 해변에서는 너울성 파도에 휩쓸린 일가족 4명 중 3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6세 어린이 2명과 이를 구하려던 30대 여성이 목숨을 잃었다. 2023년에는 부산 영도 앞바다에서 물놀이를 하던 20대 4명 가운데 2명이 너울성 파도에 휩쓸렸고, 이 중 1명이 숨졌다. 특히 강원 동해안은 우리나라에서 너울성 파도 사고가 가장 빈번한 지역으로 꼽힌다. 한 해에 평균 5~10명 정도가 사고를 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 고성군에서부터 경북 경주시 일부 해역까지를 담당하는 동해해경청에 따르면 2023∼2025년 3년간 관할 지역 내 연안 사고는 330건 발생해 82명이 숨졌다. 이 중 65%인 213건(사망 56명)이 6월에서 9월 사이 여름 성수기에 집중됐다. 사망 사고의 경우 물놀이 중에 발생한 사망자가 37명(66%)으로 가장 많았다. 장소별로는 해안가가 35명(63%)을 차지했다. 이중 상당수가 너울성 파도의 희생자로 판단됐다. ◇먼바다에서부터 조용히 습격한다...“조금 전까지 괜찮았는데 갑자기 덮쳤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수욕장과 해안가를 찾는 사람이 급증하면서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다가 순식간에 사람을 덮치는 너울성 파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너울성 파도는 태풍이 지나간 뒤에도, 하늘이 맑은 날에도 발생한다. 해변에 있던 사람들이 위험을 알아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파도가 높을 때가 아니라, 바다가 너무 평온해 보일 때 사람을 방심하게 만들어 더 위험하다. 그래서 너울성 파도는 ‘맑은 날의 해양 재난’, ‘침묵의 습격자(Silent Killer)’라고 불리기도 한다. 너울성 파도는 먼바다에서 발생한 강한 바람이나 저기압, 태풍 등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파도가 장거리를 이동해 해안에 도달하는 현상이다. 일반 파도와 달리 주기가 길고 많은 에너지를 품고 있어 평소 잔잔하던 해안에도 갑자기 거대한 물기둥처럼 밀려들 수 있다. 일반 파도는 바람이 부는 즉시 거칠게 부서져 예측이 가능하지만, 너울성 파도는 먼바다에서 웅크린 채 잔잔하게 다가오다가 해안가에서 폭발해 예측하기가 어렵다. 먼바다에서는 물결이 완만해서 알아채기 힘들지만, 이 에너지가 해안가 얕은 물을 만나면 갑자기 수십 배의 크기로 돌변해 솟구치게 된다. 평온한 상태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연속으로 밀려오면서 방파제나 갯바위, 해변에 있는 사람들을 순식간에 휩쓸어 버린다. 희생자들은 대부분 사진 촬영이나 낚시, 물놀이 중에 휩쓸리는 경우가 많다. 해양경찰은 너울성 파도를 “해안 안전사고의 가장 위험한 변수 중 하나”로 꼽으며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너울성 파도, 피할 수 없다...방파제, 갯바위에 가지 말아야 너울성 파도는 일단 덮치기 시작하면 피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파도를 피하는 것보다 위험한 장소에 가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너울성 파도 사망 사고의 대부분은 해수욕장보다 방파제·갯바위·해안 절벽에서 발생한다. 평소에는 파도가 닿지 않던 곳까지 갑자기 2~5m 높이의 파도가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너울성 파도 사고의 특징은 10분 동안은 발목 정도였다가 갑자기 허리 높이 이상으로 변한다는 점이다. 가장 위험한 행동은 방파제 끝에서 사진 촬영을 하거나, 바닷가 바위 위에서 일출이나 일몰을 감상하는 것, 해안가 테트라포드(삼발이 구조물) 위를 걷는 것 등이다. 가능하면 해안가에서는 구명조끼를 입고 다니는 것이 좋다. 해안에 도착하면 최소 5~10분 정도는 바다를 관찰하는 것이 좋다. 너울성 파도가 있는 날에는 평소보다 파도 간격이 길고 몇 분 동안 잔잔하다가 갑자기 큰 파도가 몰려온다. 기상청은 여름철에 너울 예비특보와 풍랑특보를 발표한다. 맑은 날씨라도 태풍이 수백 km 떨어져 있거나 동해 먼바다에 강한 저기압이 형성되면 너울성 파도가 발생할 수 있다. 동해지방해양경찰청은 17일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양양 해조대 해변에서 연안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너울성 파도와 급경사 해저지형, 스노클링 사고 등 동해안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고 유형을 실제 상황처럼 재연했다. 특히 너울성 파도 체험은 바다의 위험성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겉보기에는 평온한 바다였지만 예상치 못한 순간 큰 파도가 덮치면서 구조대원을 순식간에 물속으로 끌고 갔다. 김인창 동해해경청장은 “여름철 동해안은 너울성 파도와 급경사 지형처럼 보이지 않는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 한순간의 방심이 돌이킬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진다”며 “바다를 찾을 때는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기본적인 안전 수칙을 꼭 준수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또 다른 위험 ‘이안류’ 너울성 파도와 함께 여름철 해변 안전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것이 ‘이안류’(離岸流, Rip Current)다. 너울성 파도는 먼바다의 태풍·강풍이 만든 파도가 해안으로 밀려오는 것이지만 이안류는 해변으로 밀려온 많은 양의 바닷물이 한꺼번에 순식간에 바다 쪽으로 빠져나가는 현상이다. 물에 있던 사람은 순식간에 먼바다로 끌려 간다. 파도가 해변으로 계속 밀려오면 많은 양의 바닷물이 해안에 쌓인다. 이 물은 다시 바다로 돌아가야 하는데, 해저 지형이 낮거나 파도가 약한 틈을 따라 좁고 빠른 물길을 형성하며 바다 쪽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이안류다. 폭은 보통 10~50m 정도지만, 유속은 초속 1~2m를 넘는 경우도 있어 성인 수영선수도 거슬러 헤엄치기 어렵다. 이안류에 휩쓸리면 사람은 자신도 모르게 해안에서 수십~수백 미터 떨어진 곳까지 떠밀려 간다.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해변 쪽으로 헤엄치려 하지만, 강한 물살을 이기지 못해 체력이 소진되고 결국 익사하는 경우가 많다. 이안류에 휩쓸렸을 때는 해변을 향해 정면으로 헤엄치지 않고 물에 뜬 상태로 체력을 아끼다가 해안과 평행하게 옆으로 이동하면서 이안류 구역을 벗어나 해변으로 돌아오는 게 요령이다. [해안 안전사고 일반 수칙] 풍랑주의보·풍랑경보가 발효되면 해안 접근을 자제한다. 방파제와 갯바위에서는 사진 촬영이나 낚시를 삼간다. 해안가에서는 구명조끼를 입고 다니는 것이 좋다. 파도가 잔잔해 보여도 바닷가 가장자리 접근을 피한다. 너울성 파도와 이안류의 위험성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한다. 어린이는 반드시 보호자와 함께 물가에 있어야 한다. 기상청과 해양경찰의 너울성 파도 예·경보를 수시로 확인한다. 사고 발생 시 즉시 해경 122 또는 119에 신고한다.

2026-06-17
"때이른 무더위, 안전사고 키운다".. 수상안전 대책 한 달 앞당겨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예년보다 이른 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정부가 여름철 수상 안전관리 대책을 한 달가량 앞당겨 가동했다. 본격적인 휴가철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6월부터 낮 기온이 크게 오르며 하천과 계곡, 해수욕장을 찾는 발걸음이 빨라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11일 관계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수상 안전관리 강화 방안을 점검하고, ‘여름철 성수기 수상 안전관리 특별대책 기간’을 지난 12일부터 운영하고 있다고 16일 밝혔다. 예년에는 7월 15일쯤부터 특별대책 기간을 운영했지만, 올해는 무더위가 빨리 시작된 점을 고려해 한 달 이상 앞당겼다. 특별대책 기간은 8월 17일까지다. 물놀이 사고는 여름마다 반복되는 대표적인 생활안전 사고다. 특히 하천과 계곡은 겉으로 보기에는 얕고 잔잔해 보여도 갑자기 수심이 깊어지거나 유속이 빨라지는 구간이 많다. 해수욕장에서는 이안류와 너울성 파도, 해파리 유입 등 예측하기 어려운 위험도 있다. 정부가 올해 대책의 초점을 ‘성수기 대응’이 아니라 ‘조기 예방’에 맞춘 이유다. 하천·계곡, 주말 안전요원 배치 의무화 가장 먼저 관리가 강화되는 곳은 하천과 계곡이다. 그동안은 여름 휴가철에 맞춰 안전요원을 집중 배치하는 방식이었지만, 올해는 6월 12일부터 주말 안전요원 배치를 의무화했다. 피서객이 몰리는 7월 8일부터는 평일에도 하천·계곡 물놀이 관리지역에 안전요원을 전수 배치키로 했다. 행안부는 성수기 휴가철을 앞두고 하천·계곡 안전요원을 지난해보다 180명 이상 늘려 모두 2800여 명을 확보키로 했다. 시·군·구별 전담 공무원도 지정해 현장 순찰과 홍보를 강화한다. 주변 위험요소를 주민이 직접 신고하거나 점검을 요청할 수 있는 주민점검신청제도 함께 운영할 예정이다. 구명조끼 착용을 유도하기 위한 장치도 늘린다. 정부는 물놀이객이 무료로 구명조끼를 빌릴 수 있는 대여소를 지난해 123곳에서 올해 552곳 이상으로 확대했다. 구명조끼를 가져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안전장비 없이 물에 들어가는 일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다슬기 채취 사고도 관리 대상 물놀이뿐 아니라 다슬기 채취 중 발생하는 익수 사고도 중점 관리 대상에 포함됐다. 다슬기 채취 사고는 일반 물놀이 사고와 달리 고령층 피해가 많다. 최근 3년간 사고 피해자의 평균 81%가 고령층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부터 9월까지 다슬기 채취 중 숨진 사람은 14명이었고, 이 가운데 13명이 60대 이상이었다. 고령자 피해를 줄이는 방안이다. 정부는 경로당과 마을회관을 중심으로 고령층 대상 홍보를 강화하고, 다슬기 상습 채취 지역에 대해서는 현장 점검과 계도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물이 깊지 않아 보이는 하천이라도 미끄러운 바닥과 갑작스러운 수심 변화, 빠른 물살이 겹치면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알릴 예정이다. 해수욕장 개장 전에도 주말 순찰 강화 해수욕장과 연안 지역도 조기 관리에 들어간다. 해수욕장이 정식 개장하기 전이라도 이용객이 많은 주말에는 계도 요원이 순찰을 강화하고, 개장 이후에는 안전요원을 지난해보다 125명 이상 늘려 모두 2,600여명을 배치해 안전사고 예방에 힘쓸 계획이다. 해수욕장에서는 이안류나 너울성 파도가 발생할 경우 현장 안내방송을 강화하고, 해파리 유입에 대비한 모니터링과 차단 조치도 병행한다. 연안 사고 예방을 위해 지역 주민으로 구성된 연안안전지킴이의 활동 시간도 월 51시간에서 80시간으로 늘린다. 해변과 항·포구 등 사고 위험이 큰 구역의 감시를 촘촘히 하겠다는 취지다. 수상레저사업장에 대한 점검도 강화된다. 정부는 최근 3년간 사망사고가 발생했거나 대형 장비를 보유한 수상레저사업장 40곳을 중점 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안전관리 실태를 확인한다. 무면허 조종, 술을 마신 뒤 조종하는 행위, 안전장비 미착용, 무등록 영업, 승선정원 초과 등 안전과 직결된 위반행위에 대해서도 집중 단속할 방침이다. 국립공원도 안전요원 조기 배치 국립공원 내 물놀이 허용 구간에도 이달부터 안전요원이 조기 배치된다. 휴가철에는 물놀이객이 몰리는 취약 시간대 순찰을 강화한다. 입수를 막는 그물망과 지능형 CCTV 설치도 확대하고,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재난문자와 전광판 등을 통해 신속한 대피를 유도키로 했다. 정부는 자율방재단, 119시민수상구조대 등 민간 구조단체와도 협력한다. 현장 순찰과 계도 활동을 강화하고, 위험구역 통제나 퇴거명령에 불응할 경우에는 엄정하게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한 안내에 그치지 않고, 실제 사고 위험이 높은 곳에서는 현장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의미다. 김광용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은 “최근 무더위가 더욱 빠르고 길게 찾아오고 있는 만큼, 정부는 이러한 기후변화에 발맞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에 두고 안전관리 대책을 앞당겨 시행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서도 지정된 구역 외에서는 물놀이를 자제하고, 구명조끼 착용과 같은 기본 안전수칙을 꼭 지키면서 물놀이를 즐겨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수영 실력 믿는 순간 위험”.. 기본수칙 지켜야 전문가들은 물놀이 사고의 상당수가 시설 부족만이 아니라 이용자의 방심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한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젊은 층 익수 사고와 관련해 “신체 능력에 대한 과신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수영을 할 줄 안다는 자신감이나 평소 체력에 대한 믿음이 오히려 위험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본 수칙은 복잡하지 않다. 물에 들어가기 전에는 준비운동을 하고, 심장에서 먼 다리와 팔부터 물을 적신 뒤 천천히 입수해야 한다. 하천과 계곡, 바닷가에서는 구명조끼를 착용하는 것이 안전하다. 술을 마신 뒤 수영하거나 야간에 물에 들어가는 행동은 피해야 한다. 어린이는 반드시 보호자 시야 안에서 물놀이를 해야 하며, 튜브나 물놀이용품에만 의존해서도 안 된다. 익수자를 발견했을 때 무작정 물에 뛰어드는 것도 위험하다. 먼저 주변에 큰소리로 알리고 119에 신고한 뒤, 구명환이나 로프, 긴 막대 등 주변 구조장비를 활용해야 한다. 안전전문가들은 "구조 경험이 없는 사람이 직접 물에 들어가면 구조 대상자뿐 아니라 구조자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26-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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