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서울시가 서소문고가 해체공사 사고를 계기로 노후 교량과 고가차도 해체공사의 안전관리 체계를 전면 손질한다. 설계 단계부터 전문가가 해체 순서와 구조 안전성을 검증하고, 실제 공사 현장에는 해체 경험이 있는 감리인력을 배치한다. 아울러 붕괴 우려 등 위험 징후가 나타난 구조물은 사람이 직접 들어가 확인하는 대신 드론과 로봇 등을 활용한 무인점검을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1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노후 교량·고가차도 해체공사 안전관리 강화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5월 서소문고가 해체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 이후 해체공사 전반의 안전관리 체계를 다시 들여다본 결과다.
특히 앞으로 도림고가와 삼각지고가, 이촌고가 등 서울 시내 노후 토목구조물의 해체공사가 잇따라 예정돼 있어 사고가 발생한 뒤 수습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공사 시작 전부터 위험요인을 찾아 제거하는 쪽으로 안전관리의 무게중심을 옮기기로 했다.
정부도 현재 ‘민관합동 해체공사 안전관리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해 관련 대책과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정부 대책이 확정되기 전이라도 지자체 차원에서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조치부터 먼저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설계부터 따져본다… 해체 순서·지지방법 사전 검증
가장 큰 변화는 ‘해체설계’에 대한 사전 검증이다. 일반적인 건설공사와 달리 해체공사는 철거가 진행될수록 구조물의 형태와 하중 조건이 계속 달라진다. 어떤 순서로 구조물을 철거하는지, 철거 과정에서 구조물을 어떻게 임시로 지지하는지에 따라 안전성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시설물안전법상 제1~3종 시설물에 대해 실시설계가 끝나기 전 건설기술심의를 실시한다. 해체 단계별로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를 전문가들이 미리 검증하겠다는 것이다.
철도 위를 통과하는 고가차도인 ‘과선교’의 경우 충분한 작업시간을 확보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현재 철도 구간 공사는 열차가 다니지 않는 야간을 이용해야 해 하루 작업 가능 시간이 약 2시간 30분에 불과하다. 서울시는 국토교통부, 한국철도공사, 국가철도공단 등과 협의해 안전한 해체에 필요한 작업시간을 확보할 계획이다.
‘해체 경험’ 있는 감리 배치… 주요 작업은 영상으로 남긴다
공사 현장의 전문성도 강화한다. 감리업체를 선정할 때 실시하는 사업수행능력평가(PQ)에 참여 기술인의 ‘해체공사 경력’을 평가하는 기준을 새로 넣는다. 단순히 건설공사 감리 경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해체공사를 경험한 기술인이 현장에 상주하면서 공정을 관리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구조물을 절단하거나 들어 올리는 등 사고 위험이 높은 주요 공정은 영상으로 남긴다. 지금까지 현장 전경 등을 상시 촬영했다면 앞으로는 설계 심의 단계부터 반드시 기록해야 할 핵심 공정을 지정하고, 실제 작업 과정을 단계별로 촬영한다.
이 영상은 공사가 당초 설계대로 진행됐는지를 확인하는 자료로 활용하는 동시에 사고 발생 시 원인을 규명하는 자료로도 사용한다. 서울시는 이를 위해 ‘공사장 동영상 기록관리 매뉴얼’을 개정하기로 했다.
붕괴 위험 현장에 사람부터 보내지 않는다
사고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이상 징후가 나타났을 때 대응 방식도 달라진다. 구조물이 갑자기 처지거나 변형되는 등 이상이 확인되면 즉시 관계기관에 상황을 전파하고 상황판단회의를 열어 현장 통제와 긴급점검, 응급조치에 들어간다.
특히 안전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구조물에 점검 인력을 곧바로 투입하는 관행을 줄이기로 했다. 추가 붕괴 등으로 점검자까지 피해를 입는 ‘2차 사고’를 막기 위해서다.
앞으로 위험 구조물에 대한 긴급점검은 드론과 로봇, 내시경 등을 이용한 ‘비접촉 무인점검’을 원칙으로 한다. 사람이 직접 들어가야 하는 경우에도 충분한 안전조치를 취한 뒤 최소 인원만 투입한다.
서울시는 이미 지난 7~8월 무인점검 신기술을 공개 모집해 4건을 선정했다. 성산대교와 원효대교 등에서 현장 실증을 거친 뒤 성능이 확인된 기술은 한강 교량의 점검과 안전진단 등에 시범 적용할 계획이다.
안전비용 제대로 반영… 현장 투입 전문가 보호도 강화
안전에 필요한 비용을 공사비에 제대로 반영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해체공사의 설계비와 감리비, 공사비를 산정할 때 구조물 상태 검증과 무인점검 등 안전관리에 필요한 비용을 충분히 책정하고, 각종 심사 과정에서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추가 반영하도록 할 방침이다.
긴급 안전점검이나 기술자문을 위해 위험 현장에 투입되는 민간 전문가에 대한 보호장치도 마련한다. 전문가가 직접 현장을 확인해야 할 경우 시공사를 통해 해당 전문가가 ‘근로자 재해보장 책임보험’의 보장 대상에 포함되도록 하고, 공익적 안전점검에 참여하는 외부 전문가도 건설공사보험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손해보험협회 등과 협의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번 대책 가운데 즉시 시행할 수 있는 내용은 바로 현장에 적용하고, 철도 구간의 작업시간 확대처럼 정부 및 관계기관 협의가 필요한 사안은 국토교통부의 제도 개선 논의와 연계해 추진할 방침이다.
김용학 서울시 건설기술정책관은 “노후 토목구조물은 해체 과정에서 구조 상태가 계속 달라지는 만큼, 선제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통해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요인을 철저히 차단하겠다”며 “정부의 제도개선에 앞서 즉시 시행할 수 있는 대책부터 신속히 적용해 시민과 현장 작업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