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자전거 도로 2만 8,000㎞ 시대, 인프라는 양적으로 대폭 확충됐지만 사고 사망자는 오히려 늘어나는 역설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한국재난안전뉴스는 행정안전부 국가승인통계를 바탕으로 자전거 1,000만 시대의 실질적 위험 요인을 진단하고, 사후 보상을 넘어 선제적 예방 중심으로의 정책 전환을 모색하는 기획 리포트를 3회에 걸쳐 연재합니다.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전국 자전거 도로망이 2만 8,000㎞를 돌파하고 지자체 단체보험 가입 인원이 전 국민의 90%에 육박하는 등 외형적 인프라는 꾸준히 확충되고 있지만, 정작 자전거 사고로 인한 인명 피해는 오히려 대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사고 건수는 소폭 감소했으나 사망자 수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며, 양적 성장에 치우친 자전거 안전 정책의 한계와 실질적 재해 예방 체계의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난 29일 발표한 ‘2026년(2025년 기준) 자전거 이용 현황 국가승인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자전거도로 총연장은 2만 8,453㎞로 전년(2만 7,754㎞) 대비 2.5%(699㎞) 증가했다. 지자체의 지속적인 확충 노력으로 2021년(2만 5,249㎞)과 비교하면 4년 만에 12.7%(3,204㎞)나 늘어난 수치다. 공영자전거 보유 대수 역시 7만 1,938대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고, 지자체 단체보험에 가입해 보장 혜택을 받는 국민도 약 4,700만 명에 달해 전 국민의 90% 이상을 커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인프라 확장 뒤에 숨은 안전 지표는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도로교통공단 집계 결과 지난해 자전거 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총 5,235건으로 전년(5,571건) 대비 6.0% 감소했으나, 사망자 수는 75명에서 85명으로 13.3%(10명)나 급증했다. 사고 자체는 다소 줄었지만, 한번 사고가 발생하면 치명적인 인명 피해로 직결되는 고위험 사고의 비중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겸용도로 비중 74%… 보행자 위협하는 '무늬만 자전거 도로'
전문가들은 이 같은 ‘인프라 확충과 사망자 증가의 역설’을 부른 첫 번째 원인으로 자전거 도로의 질적 구조 한계를 꼽는다.
통계에 따르면 전체 자전거 도로 2만 8,453㎞ 중 절대다수인 74.0%(2만 1,033㎞)가 보도 위에 흰 선을 그어 보행자와 공간을 공유하는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인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차량이나 보행자와 물리적으로 완벽히 분리된 ‘자전거 전용도로’는 13.6%(3,875㎞)에 불과했으며, 자전거 우선도로(8.6%)와 자전거 전용차로(3.8%)가 그 뒤를 이었다.
이러한 구조적 한계는 사고 양상의 변화로 그대로 투영됐다. 유형별 사고 분석을 살펴보면, 자전거가 차를 가해한 사고는 2024년 3,638건에서 2025년 3,331건으로 8.4% 감소한 반면, ‘자전거의 사람에 대한 가해사고’는 1,677건에서 1,685건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좁은 겸용도로 위에서 자전거와 보행자, 전동 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장치(PM)가 한데 엉키면서 보행자를 위협하는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건설안전 및 교통공학 전문가들은 “실적 쌓기식으로 보도 한쪽에 표지판만 설치한 겸용도로는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 모두를 위험으로 몰아넣는 구조”라며 “물리적 펜스나 단차를 통한 실질적 공간 분리가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안전운전 불이행이 66%… 헬멧 미착용·속도 경쟁 등 안전불감증 심각
인프라 문제와 더불어 운전자들의 낮은 안전의식과 법규 위반 역시 치명적 사고를 키우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법규 위반별 사고 분석 결과, 전체 사고 5,235건 중 무려 66%에 달하는 3,458건이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속, 전방 주시 태만, 과도한 휴대전화 사용, 야간 전조등 미켜기 등 기본적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인재(人災)가 대부분을 차지한 셈이다.
특히 고령 운전자의 경우 신체 반응 속도가 저하된 상태에서 헬멧 등 보호장구를 착용하지 않은 채 사고를 당해 사망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빈번하며, 청소년층 역시 내리막길 과속이나 무리한 차선 변경 등으로 대형 사고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안전모 착용이 의무화되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 단속이나 처벌 수위가 낮아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후 보상 위주 정책 탈피… '예방 중심 스마트 인프라'로 재편해야
지자체들이 다투어 도입한 ‘자전거 단체보험’ 등 사후 보상 중심의 정책에서 벗어나, 사고 자체를 줄이는 ‘선제적 예방 정책’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 지자체 자전거 안전 관련 예산의 상당 부분이 사고 발생 후 지급되는 Insurance 배상금이나 단체보험료로 지출되고 있어, 정작 위험 도로 단차 개선이나 교차로 안전시설 설치 등 사고 예방을 위한 직접 투자 예산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행정안전부는 이번 통계 결과를 바탕으로 국토종주 자전거길 노선 확대와 함께 지자체 안전교육 지원 등 이용 문화 확산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현장에서는 보다 과감한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교통안전 전문가들은 “자전거를 단순한 레저 수단이 아닌 ‘도시 교통수단’으로 정립하고, 사고 다발 구간에 대한 AI 기반 빅데이터 분석 및 노면 상태 정비, 겸용도로의 물리적 분리 등 예방적 안전 인프라 구축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한다”며 “아울러 연령대별 특성을 고려한 실효성 있는 체체험형 안전교육이 병행되어야만 사망자 수 증가라는 역설을 끊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