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철도차량을 연결·분리하거나 이동시키는 이른바 ‘입환작업’의 안전체계가 대폭 강화된다.
국토교통부는 29일 철도 차량정리, 즉 입환작업 과정에서 발생하는 안전사고를 줄이기 위해 작업자의 화차 외부 탑승과 선로 내 위험구역 노출을 최소화하고, 후방카메라와 무선제어, 인공지능(AI) CCTV 등을 활용하는 내용의 ‘철도 차량정리 작업 안전강화 대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입환작업은 철도차량을 연결하거나 분리하고, 필요한 선로로 이동시키기 위해 이뤄지는 작업이다. 전국 115개 역에서 하루 평균 약 1370회 실시되고 있으며, 전체 작업의 41.4%는 작업자가 차량에 직접 탑승한 상태에서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사고 위험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 10년간 입환작업과 관련해 사망사고 3건, 부상사고 7건이 발생했다. 특히 사망사고 3건은 모두 기관사가 차량 뒤쪽을 제대로 볼 수 없는 후진 과정에서 작업자가 화차 외부에 탑승하거나, 기관사와 작업자·로컬관제 간 의사소통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하던 중 발생했다.
국토부는 이에 따라 그동안 작업자가 직접 위험구역에 들어가 후방 상황과 진로를 확인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작업자를 위험구역에서 최대한 분리하고 안전한 위치에서 차량 이동을 확인·유도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화차 외부 탑승 원칙적 금지.. “도보 이동이 원칙”
가장 큰 변화는 차량 후진 때 작업자가 화차 외부에 올라타는 작업방식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다.
앞으로 작업자는 도보로 이동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원거리 이동 등 불가피하게 차량에 탑승해야 할 경우에는 기관차 내부에 탑승하도록 한다. 또 기관사와 작업자가 탑승·하차 완료 여부를 서로 확인한 뒤 차량을 움직이도록 절차를 강화한다.
작업자의 이동 동선과 선로전환기 취급 지점, 차량 연결·분리 지점 등도 명확하게 표시한다. 필요한 곳에는 안전펜스와 안전라인을 설치해 작업자가 잘못 위험구역에 들어가거나 이동 중 차량과 접촉하는 사고를 막을 계획이다.
야간작업을 위한 조명도 확충하고, 선로 주변에 쌓인 폐침목이나 레일 같은 장애물도 정비한다. 작업자가 직접 선로 안으로 들어가 수동 선로전환기를 조작하는 일도 줄인다. 국토부는 2027년 12월까지 19개 역, 총 174개의 수동 선로전환기를 자동화할 계획이다.
후방카메라로 ‘기관사 시야 밖’ 없앤다
입환작업의 가장 큰 위험요인 중 하나는 차량이 후진할 때 기관사가 뒤쪽 상황을 직접 볼 수 없다는 점이다. 현재는 작업자가 차량 후부 외측에 탑승해 장애물이나 신호기, 선로 상태를 확인하고 이를 기관사에게 전달하는 방식이 많이 사용된다.
국토부는 이 방식을 줄이기 위해 차량 후부에 탈부착식 후방카메라를 설치한다. 작업자가 화차 외부에 올라타지 않아도 카메라 영상을 통해 차량 뒤쪽 진로와 장애물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후방카메라는 오는 11월 오봉역에서 먼저 시범운영한 뒤 현장 의견을 반영해 개선하고 단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로컬 관제' 기능도 적극 활용한다. 역내 신호와 선로전환기 상태를 관리하는 로컬관제원이 관련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기관사에게 전달하도록 함으로써 작업자가 직접 위험구역에 들어가 상태를 확인하는 상황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기관사와 수신호 대신 ‘무선제어 입환’ 확대
기관사와 작업자 사이의 수신호나 무선통신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사소통 오류도 줄인다. 국토부는 작업자가 기관차 외부에서 무선제어 장치를 이용해 기관차를 직접 이동·정지시킬 수 있는 ‘무선제어 입환 시스템’을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입환작업량과 난이도 등을 고려해 입환 전용기관차가 배치된 화물역 16곳 가운데 8개 역 10개소에 2027년 7월까지 순차적으로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대상은 오봉역 2개소와 제천조차장 2개소, 대전조차장·도담·동해·수색·영주·괴동역 등이다. 지난 8월 29일 사고가 발생한 의왕역에도 2028년 상반기까지 무선입환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시범운영 이후에는 작업량과 위험도, 역별 작업방식 등을 고려해 다른 화물역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AI CCTV가 쓰러짐·위험구역 진입 실시간 감지
AI 기술도 철도 입환작업 안전관리 현장에 본격 도입된다. 국토부는 2027년 상반기부터 선로 주변에 AI 기반 CCTV를 확대 설치할 계획이다. AI CCTV는 작업자가 쓰러지거나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 또는 위험지역으로 진입하는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해 작업자와 로컬관제원에게 알려준다.
작업자의 의사소통 오류를 줄이기 위한 웨어러블 장비도 도입한다. 2027년 상반기부터 도입되는 웨어러블 조끼는 작업자의 발언에 따라 색상이 자동으로 바뀌도록 설계된다. 기존처럼 수신호용 깃발을 별도로 들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방식이다.
핸즈프리 무선마이크는 주변 소음을 줄여 작업자의 음성을 기관실 모니터에 문자로 표시해 기관사와 작업자 사이의 소통 오류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
사고 위험 높은 ‘후진·탑승입환’.. 재해강도 5배
국토부에 따르면 입환작업 과정에서 특히 위험한 것은 후진입환과 탑승입환이다. 최근 10년간 발생한 사망사고는 모두 기관사의 시야 밖에서 차량이 후진하는 과정과 작업자의 화차 외부 탑승이 함께 이뤄진 작업에서 발생했다.
후진입환과 탑승입환 과정에서 사고가 날 경우 재해강도는 다른 입환작업보다 약 5배 높은 것으로 분석됐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이번 대책의 핵심을 ‘작업자를 차량과 선로 주변의 위험구역에서 얼마나 떼어낼 수 있느냐’에 두고 있다.
역별 매뉴얼·교육도 강화.. “기술만으로는 부족”
설비와 첨단기술만 도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업절차와 교육도 함께 강화한다. 각 역의 선로 구조와 특수 위험요인을 반영한 맞춤형 작업 매뉴얼을 구체화하고, 실제 작업 상황을 반영한 교육도 확대한다.
입환작업 현장은 소음이 크고 자갈길 등 보행환경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고려해 작업자의 건강상태와 피로도를 사전에 확인하고 숙련도에 맞춰 인력을 배치하도록 한다.
역장 등 관리자는 작업 현장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작업절차와 안전대책이 제대로 지켜지는지도 확인한다. 국토부 철도안전감독관 등을 통한 집중점검도 실시하고, 현장에서 제기되는 의견과 문제점을 다시 작업절차에 반영하는 환류체계도 강화한다.
현장에서 효과가 입증된 우수 안전사례는 표준화해 다른 사업장으로 확산하고, 안전관리 우수 직원에 대한 포상과 인센티브도 검토한다.
김태병 국토교통부 철도국장은 “이번 대책은 작업자가 위험한 곳까지 가서 직접 확인하던 작업방식을 바꾸는 데 초점을 뒀다”며 “작업자를 위험구역에서 최대한 분리하고, 후방카메라와 무선제어, AI CCTV 등 기술을 적극 활용해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현장 여건에 맞게 작업 매뉴얼을 구체화하고 실질적인 교육을 통해 작업자의 안전 역량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며 “현장에서 효과가 확인된 우수사례는 다른 작업장에도 적극 확산하고, 대책이 실제 작업 과정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속적으로 점검·보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