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화재 옆 건물 번지는 불길 막는다".. 소방연구원 ‘수막설비’ 실증

전용 하이브리드 노즐 개발.. 기존 드렌처보다 물 사용량 82~84% 절감
동일 수원으로 가동시간 약 6배 확대.. 소방대원 방어주수 부담도 줄여
21~30일 실화재 실험 통해 설치 간격·적정 압력 등 현장 적용기준 마련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공장화재가 발생했을 때 인접 건축물로 불길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새로운 수막설비가 실제 화재 실험을 통해 현장 적용 단계로 들어간다.

 

소방청 산하 국립소방연구원은 이달 21일부터 30일까지 공장화재 시 인접 건축물로의 연소 확대를 막기 위한 수막설비 설치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실화재 실험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개발된 수막설비는 공장 건축물 외벽에 물막을 형성해 인접 건물에서 발생한 화염과 복사열로부터 건축물을 보호하는 장치다.

 

특히 공장 간 이격거리가 좁은 산업단지나 밀집된 공장지역에서 화재가 발생할 경우 불길이 바로 옆 건물로 옮겨붙는 것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펌프차 연결만으로 작동.. “소방력 손실 줄인다”
국립소방연구원이 개발한 설비의 가장 큰 특징은 별도의 펌프 없이 소방펌프차에 연결해 바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인접 건물로 화재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소방대원이 직접 '방어주수'를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과정에서 인력과 소방용수가 분산되면서 정작 불이 난 건축물 진압에 투입할 소방력이 줄어드는 문제가 있었다. 방어주수(防禦注水)는 화재가 난 건물을 직접 끄는 물줄기라기보다, 불이 주변 건물이나 시설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을 뿌리는 소방활동을 말한다.

 

이번 설비를 활용하면 외벽에 설치된 수막설비가 방어주수 역할을 대신할 수 있어 소방대원은 발화 건축물 진압에 보다 집중할 수 있다.

 

연구원은 실증실험을 통해 수막설비가 화염에서 발생하는 복사열을 차단하고, 건물 외벽 표면에 물을 지속적으로 흐르게 해 축적되는 열을 낮추는 효과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히 불꽃이 직접 닿는 것을 막는 수준을 넘어 건축물 외벽 자체의 온도 상승을 억제해 인접 건물의 발화 가능성을 낮추는 방식이다.

 

기존보다 물 82~84% 절약하고 가동시간 6배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소방용수 사용량이다. 기존 공장 외벽 수계설비에는 주로 ‘드렌처 노즐’이 활용돼 왔다. 드렌처 노즐은 건축물 외벽에 물막을 만들어 외부 화재로부터 방호대상을 보호하는 개방형 노즐이다.

 

하지만 이를 소방펌프차와 연결해 사용할 경우 펌프차가 보유한 물이 빠르게 소진되는 한계가 있었다. 실제 대형 공장화재에서는 장시간 진압이 필요한 경우가 많은 만큼 수원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립소방연구원이 새로 개발한 하이브리드 노즐은 이 문제를 크게 개선했다. 연구원에 따르면 새 수막설비는 기존 드렌처 노즐과 비교해 수원 사용량을 82~84% 줄일 수 있으며, 같은 양의 물을 기준으로 할 경우 수막설비 가동시간을 약 6배까지 늘릴 수 있다. 공장화재 현장에서 한정된 소방용수를 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장 요청에서 출발한 연구.. 노즐 간격·펌프 압력까지 ‘실제 기준’ 만든다
이번 기술 개발은 소방 현장의 요구에서 시작됐다. 지난 2024년 인천소방본부가 국립소방연구원에 공장화재가 인접 건축물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안 마련을 요청했고, 연구원은 이후 2년간 연구와 실험을 거쳐 현장 요구사항을 반영한 수막설비 전용 하이브리드 노즐을 개발했다. 

 

단순히 연구실에서 설계된 장비가 아니라 실제 공장화재 진압 과정에서 소방관들이 겪는 문제점을 바탕으로 개발된 셈이다. 국립소방연구원은 이미 올해 초 해당 노즐에 대한 특허 출원을 완료했으며 현재 등록을 기다리고 있다.  

 

이번 실화재 실험의 핵심은 기술 개발을 넘어 실제 설치 기준을 만드는 데 있다. 연구원은 실험을 통해 공장 외벽에 수막설비를 설치할 경우 노즐을 어느 정도 간격으로 배치해야 효과가 가장 높은지, 소방펌프차의 적정 압력은 어느 정도인지 등을 구체적으로 도출할 예정이다.

 

이 같은 데이터는 향후 수막설비를 실제 공장건축물에 적용하는 과학적 근거자료로 활용된다. 설치기준이 마련되면 공장건축물에 시범 적용한 뒤 현장 활용성을 검증하고, 향후 공장화재 확산 방지 설비로 보급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국내 산업단지는 공장 간 이격거리가 충분하지 않은 곳이 적지 않아 한 건물에서 시작된 화재가 인접 공장으로 옮겨붙으면서 피해가 급격히 커지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공장 내부에는 가연성 자재와 각종 제품이 대량으로 적재돼 있는 경우도 많아 일단 연소가 확대되면 진화에 장시간이 걸리고 막대한 재산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김연상 원장 “공장화재 인명·재산 피해 줄이는 데 활용”
김연상 국립소방연구원장은 “국내 공장건축물 간 이격거리가 협소한 만큼 본 설비는 공장화재 시 매우 유용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실제 현장에 적용 가능하도록 연구·개발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수막설비가 현장에 정착할 경우 공장화재 대응 방식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동안 소방대원이 직접 수행하던 방어주수의 일부를 설비가 대신하면서 인접 건물로의 연소 확대를 억제하는 동시에, 한정된 인력과 소방용수를 실제 발화지점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이 난 공장을 끄는 것’과 함께 ‘옆 공장으로 불이 번지는 것을 미리 막는 것’까지 자동화하는 새로운 공장화재 방어수단이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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