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로봇이 바꾸는 산업안전] <11‧끝> AI 시대, 산업안전의 미래는?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산업안전의 역사는 기술의 발전과 함께 진화해왔다. 기계가 등장하면서 산업생산은 폭발적으로 늘었지만 기계에 의한 사고도 증가했다. 이에 따라 안전장치와 보호구가 만들어졌고, 위험성 평가와 안전관리 제도가 발전했다.

 

이제 또 한 번의 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인공지능(AI), 로봇, 드론, 웨어러블 센서, 사물인터넷(IoT), 디지털 트윈 등이 산업현장에 들어오면서 산업안전의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사람이 위험한 현장에 들어가 위험을 확인했다. 앞으로는 AI가 먼저 위험을 찾아내고 로봇이 위험한 현장에 먼저 들어가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AI 시대의 산업안전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며 어디로 가야 할까. 가장 큰 변화는 사고가 난 뒤가 아니라 사고가 나기 전의 ‘위험 예측’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사고 후 대응’에서 ‘사고 전 예측’의 시대로

 

과거 안전관리자는 사고가 발생하고 나서야 원인을 분석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AI는 과거 사고의 설비 상태, 작업환경, 기상정보, 작업시간 등의 데이터를 분석해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도 고위험 사업장을 AI로 선별해 현장 점검에 활용하는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다. 산업안전의 중심축이 ‘사고 후 대응’에서 ‘사고 전 예방’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는 단순한 기술혁신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산업재해는 발생한 뒤에는 되돌릴 수 없기 때문이다. AI가 사고 가능성을 100% 예측할 수는 없더라도 위험도가 높은 곳을 먼저 찾아내고 예방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안전관리의 효율성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위험한 곳에는 사람이 먼저 들어가지 않는다. 로봇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화재현장, 붕괴 건물, 유독가스가 발생한 공장, 원전이나 화학시설, 깊은 바다와 지하공간 등은 사람이 직접 들어가기 어려운 곳이다. 이런 곳에 로봇과 드론을 먼저 투입하면 구조대원이나 노동자가 위험에 노출되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사람보다 먼저 들어가 현장을 확인하고, 온도와 가스를 측정하고, 생존자를 찾고, 위험지역의 위치를 알려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위험’이 될 수도

 

국제노동기구(ILO)도 로봇과 자동화 시스템이 위험한 환경에서 작업하거나 중량물을 다루고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등 이른바 위험한 작업을 사람 대신 수행함으로써 산업안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AI가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기술이 발전한다고 해서 모든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새로운 기술은 새로운 위험을 만들어낼 수 있다.

로봇이 오작동할 수도 있고 AI가 잘못된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센서가 고장 날 수도 있으며 통신이 끊길 수도 있다. 그래서 AI에 대한 과도한 신뢰도 위험하다.

 

류현철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사람이 로봇과 함께 일하느냐, 분리돼 일하느냐에 따라 위험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다. 기존 산업재해 대응 방식만으로는 새롭게 등장하는 위험을 따라가기 어렵다”며 제도와 조직도 함께 변화해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AI가 안전하다고 했으니 괜찮다”는 생각이 오히려 사람의 경계심을 약화시킬 수 있다. ILO 역시 AI와 자동화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인간의 감독이 줄어드는 것을 산업안전의 새로운 위험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한다. 로봇의 예측하지 못한 움직임이나 시스템 오류, 사이버 위협 역시 새로운 위험이 될 수 있다.

 

◇‘안전 모니터링’과 ‘노동자 감시’는 구분돼야

 

AI 시대에는 노동자 감시 문제도 중요한 산업안전 의제가 된다. 카메라와 웨어러블 센서를 이용하면 작업자의 위치와 움직임, 피로도 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 기술은 사고 예방에 유용하다. 예를 들어 작업자가 위험구역에 들어가거나 쓰러지는 상황을 AI가 즉시 감지한다면 신속한 구조가 가능하다.

 

하지만 같은 기술이 작업자의 행동을 지나치게 통제하고 감시하는 데 사용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안전을 위한 모니터링’과 ‘노동자에 대한 감시’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가 필요하다.

 

ILO가 2026년 발표한 연구에서도 AI 기반 작업관리 시스템이 노동자의 자율성, 감시, 스트레스 등 심리사회적 환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따라서 미래의 산업안전은 단순히 “AI로 노동자를 더 많이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AI로 노동자의 위험을 줄이는 것”​이어야 한다.

 

◇AI가 판단해도 마지막 결정은 사람이

 

그렇다면 AI 시대의 안전관리자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과거의 안전관리자가 기계와 작업환경을 점검했다면 미래의 안전관리자는 여기에 AI와 로봇까지 관리해야 한다.

 

AI가 어떤 데이터를 사용했는지, 예측 결과가 신뢰할 만한지, 센서에 문제가 없는지, 로봇이 비정상 상황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 확인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AI의 판단을 사람이 검증하는 체계다. AI가 “위험하다”고 하면 왜 위험한지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반대로 AI가 “위험하지 않다”고 판단해도 현장 작업자가 위험하다고 느낀다면 그 의견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것은 결국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자가 AI 안전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주체’가 돼야

 

AI 시대의 산업안전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 가운데 하나가 노동자 참여다. ILO는 AI와 디지털 기술을 산업안전에 적용할 때 정부와 기업뿐 아니라 노동자와 산업안전 전문가가 기술 도입의 설계부터 실행, 평가까지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AI가 아무리 정교해도 현장의 모든 상황을 데이터로 담아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미래의 산업안전은 AI와 인간의 경쟁이 아니라 AI와 인간의 협업이어야 한다.

 

서용윤 동국대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지난 6월 산업안전 토론회에서 “AI 도입 자체가 곧 안전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점을 강조하며 “스마트 안전장비가 현장에서 ‘고비용·저효율’로 방치되는 문제를 넘어서려면 양질의 데이터 확보와 위험제어 알고리즘의 신뢰성, 인공지능의 효과·경제성 검증이 뒷받침돼야 한다. 정부가 재해·사고 데이터와 기술 표준을 제공하는 기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서 교수는 “산업안전 분야에서 인간과 AI의 협력체계를 확산하려면 과학적 검증과 지속적인 피드백이 가능한 연구개발 체계가 먼저 구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전한 AI’를 만드는 것이 새로운 산업안전 경쟁력

 

앞으로 산업안전의 경쟁력은 단순히 AI 기술을 얼마나 많이 보유했느냐로 결정되지 않을 것이다. 얼마나 안전하게 AI를 사용하느냐가 더 중요해질 수 있다. AI가 사고 위험을 제대로 찾아내지 못한다면 좋은 기술이라고 할 수 없다. 로봇이 작업자를 보호하지 못한다면 첨단 로봇의 의미도 반감된다.

 

김현중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지난해 스마트 안전기술 세미나에서 “AI·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첨단 기술이 산업안전보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으며 산업현장에 어떻게 적용하는가에 따라 국가 안전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AI와 로봇을 평가하는 기준에도 ‘안전성’이 포함돼야 한다. 정확도와 생산성뿐 아니라 오작동 가능성, 설명 가능성, 인간의 개입 가능성, 개인정보 보호, 노동자 참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AI 시대, 산업안전의 새로운 원칙

 

10회에 이르는 시리즈에서 살펴봤듯이 AI와 로봇의 산업안전 혁신을 하나로 정리하면 몇 가지 원칙으로 정리할 수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AI 시대의 6대 원칙’이다.

 

첫째, 위험한 작업은 사람에게 맡기지 않는다. 로봇과 자동화 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위험작업은 적극적으로 대체한다.

 

둘째, 사고 전에 위험을 찾는다.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사고의 패턴을 분석하고 고위험 작업을 사전에 찾아낸다.

 

셋째, AI의 판단을 맹신하지 않는다. AI는 안전을 위한 강력한 도구이지 최종적인 책임자가 아니다.

 

넷째, 노동자를 감시하기보다 보호한다. AI와 센서의 목적은 노동자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데 있어야 한다.

 

다섯째, 노동자가 기술 도입 과정에 참여한다. 현장의 경험과 판단을 AI 데이터와 결합해야 한다.

 

여섯째, 기술과 함께 안전문화도 발전시킨다. 아무리 뛰어난 AI와 로봇이 있어도 위험하면 작업을 중단할 수 없는 조직에서는 사고를 막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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