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화재가 발생하면 보통 “창문을 열어 연기를 밖으로 빼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특히 집 안에 연기가 차기 시작하면 연기를 내보내기 위해 창문부터 열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화재 상황에서 창문을 여는 것이 언제나 안전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화재 위치와 연기의 이동 방향에 따라 창문을 여는 행동이 화재와 연기를 더 빠르게 확산시키거나 외부의 연기를 집 안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화재가 났을 때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창문을 열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특히 아파트에서 내 집이 아닌 다른 세대나 복도, 계단, 주차장 등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는 창문을 닫아두는 것이 안전하다. 소방청도 다른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자신의 집으로 화염이나 연기가 들어오지 않는 경우에는 세대 안에서 상황을 지켜보면서 연기가 들어오지 않도록 창문을 닫도록 안내하고 있다.
왜 창문을 닫아야 할까.
첫 번째 이유는 외부의 연기 유입을 막기 위해서다. 아파트 화재에서는 불이 난 세대에서 발생한 연기가 복도와 계단을 통해 주변으로 퍼질 수 있다. 특히 고층 아파트에서는 연기가 계단실을 타고 위층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창문을 열어놓으면 바깥으로 빠져나가야 할 연기가 오히려 집 안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 이유는 화재에 산소가 공급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불은 연료와 산소가 있어야 계속 탈 수 있다. 화재가 발생한 실내에 창문이나 출입문 등을 통해 공기가 대량으로 유입되면 연소가 더 활발해질 수 있다.
실제로 소방청이 소개한 아파트 실물화재 재현실험에서는 출입문을 열어놓은 경우 산소 공급으로 화염이 빠르게 확산돼 계단에 연기가 가득 찼다. 반대로 출입문을 닫았을 때에는 연소에 필요한 공기가 제한되면서 화염이 점차 약해지는 양상이 나타났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창문은 무조건 닫아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자신의 집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현관을 통해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 창문을 열고 연기를 빼는 것보다 신속하게 밖으로 대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때는 현관문을 닫고 계단을 이용해 지상층이나 안전한 장소로 이동해야 한다.
반대로 다른 곳 화재로 집 안에 이미 연기가 들어오고 있는데 현관 밖에도 연기와 불길이 있어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에는 창문을 무조건 열어 환기하려고 하기보다는 연기가 들어오는 경로를 차단하고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피가 어려운 경우에는 문을 닫고 틈새로 연기가 들어오는 것을 막으면서 119에 자신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창문은 언제 열어도 될까.
대표적인 경우가 실내에 고립돼 구조를 기다리면서 자신의 위치를 알릴 필요가 있을 때다. 소방청의 안전교육에서도 문으로 나갈 수 없는 위급한 상황에서는 창문을 통해 옷가지나 베개 등을 흔들거나 밖으로 던지는 방식으로 구조 신호를 보낼 수 있다고 안내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창문을 활짝 열어 환기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다. 구조대가 자신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도록 신호를 보내는 것이 핵심이다.
화재 때 창문과 관련해 특히 피해야 할 행동은 “연기가 보이니까 일단 창문부터 연다”는 식의 무조건적인 행동이다.
화재에서는 연기의 방향과 양상이 매우 중요하다. 창문 하나를 여는 행동이 연기를 밖으로 빼주는 역할을 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새로운 공기의 흐름을 만들어 화재를 키우거나 외부 연기를 실내로 끌어들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일반인이 화재 현장에서 임의로 환기를 시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창문뿐만 아니라 현관문도 마찬가지다. 화재가 발생한 집에서 문을 열어놓은 채 대피하면 화재와 연기가 복도와 계단으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 소방청은 공동주택 화재에서 세대와 계단실 등의 출입문을 닫고 대피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화재 때 창문 열기에 대한 원칙은 정리하면 이렇다.
-밖에서 연기가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면 닫는다.
-내부에 연기가 있다고 무조건 열지는 않는다.
-대피가 가능하다면 환기보다 대피가 먼저다.
-대피가 어렵다면 연기 유입을 차단하고 구조를 요청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