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가 뜨거워지면서 그 어느해보다 올해 양식업계가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경남 남해안에서는 700만 마리에 가까운 양식어류와 100만 마리가 넘는 전복 등이 폐사하면서 피해액이 276억 원을 넘어섰다.
수온이 9월 들어 내려가기 시작했지만 피해는 오히려 뒤늦게 늘고 있다. 고수온에 장기간 노출된 물고기의 생리적 스트레스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고수온이 더욱 자주, 오래 나타날 가능성이 커진 만큼 기존의 여름철 비상대응 방식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이제는 전면적인 양식 시스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한다.
◇남해안, 동해안 고수온 피해
경남 남해안의 피해 규모가 가장 심각하다. 경남도 집계에 따르면 9월 18일까지 고수온으로 폐사한 양식어류는 697만8000마리, 전복은 143만8000마리, 멍게는 3695줄에 달했다. 재산 피해액은 모두 276억9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7월 말부터 남해·하동·통영·거제·고성 등 5개 시·군의 425개 해상가두리와 육상양식장에서 피해가 발생했다. 2024년 659억2000만 원에 이어 역대 두 번째 규모다. 8월 말에는 일부 남해안 해역의 수온이 30℃를 넘었다.
문제는 수온이 떨어졌다고 피해가 즉시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9월 들어 경남 남해안 수온은 25℃ 안팎까지 떨어졌지만 이미 고수온에 장기간 노출된 어패류가 그 여파로 뒤늦게 폐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실제 피해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고수온 피해는 주로 남해안의 문제로 인식됐지만 올해는 동해안에서도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7월 말부터 8월 말까지 경북 동해안에서 고수온으로 약 263만5000마리의 양식어류가 폐사했다. 피해액은 약 26억2000만 원이다. 이 가운데 강도다리가 258만 마리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포항에서만 251만7000마리가 폐사했다. 2024년 기록했던 300만5000마리 폐사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동해안에서는 8월 초 이미 울진 덕천의 수온이 28.7℃까지 올라갔고, 경주에서 강원 삼척에 이르는 동해 연안에 고수온 주의보가 발령됐다. 이후 경주~울진 연안은 고수온 경보로 격상됐다. 남해안에서 주로 문제가 됐던 조피볼락 등과 달리 동해안에서는 육상수조식 양식장에서 강도다리 피해가 집중됐다.
◇왜 바닷물이 이렇게 뜨거워졌나
고수온의 가장 큰 원인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온도 상승이다. 하지만 올해와 같은 극심한 고수온은 단순히 지구가 더워졌기 때문이라고만 설명하기 어렵다. 여러 기상·해양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올해 경남 연안 고수온에 대해 지구온난화와 함께 엘니뇨에 따른 열 수송, 장기간의 고기압 정체, 담수 유입에 따른 해수층 안정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강한 햇볕 아래 바다 표층이 뜨거워진 상태에서 집중호우 등으로 담수가 유입되면 표층의 물과 아래층의 바닷물이 잘 섞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면 표층에 축적된 열이 아래로 분산되지 못하면서 수온이 더 올라갈 수 있다.

실제로 KIOST 통영해상실증기지가 2008~2024년 통영 연안에서 관측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표층 수온은 10여 년 전보다 약 1.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평균 수온 상승폭보다도 컸다. 즉 올해의 고수온을 단순한 ‘유난히 더운 여름’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다.
◇물고기는 왜 뜨거운 바다에서 죽을까
물고기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수온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수온이 높아지면 물고기의 대사활동이 빨라지고 산소 소비량이 증가한다. 따뜻한 물에는 찬물보다 녹아 있는 산소가 적다. 결국 산소가 필요한 물고기에게 산소가 부족해지는 이중의 문제가 발생한다.
여기에 고수온 스트레스가 더해지면서 면역력이 떨어지고 질병에 취약해질 수 있다. 먹이 섭취도 감소하고 성장도 둔화된다. 양식장에서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좁은 공간에 많은 물고기를 사육하기 때문에 자연 상태보다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남해안에서는 고수온과 함께 적조가 발생하면서 양식어가들을 더욱 긴장시켰다.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이 고밀도로 발생하면 물고기의 아가미 기능을 떨어뜨려 호흡을 방해한다. 올해 경남 남해안에서도 한때 적조주의보가 발령되면서 고수온과 적조가 연이어 양식장을 위협했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수온이 28℃에 도달하면 고수온 주의보, 28℃ 이상이 3일 이상 지속될 경우 고수온 경보를 발령하고 있다.
◇고수온을 전제로 어종, 양식 방식 등 바뀌어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고수온 피해를 줄이기 위해 액화산소 공급장치, 순환펌프, 차광막 등의 장비를 지원하고 있다. 또 고수온에 취약한 어종의 조기 출하, 사육밀도 조절, 사료 공급량 조절, 긴급방류 등의 대책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피해 규모는 기존 대응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앞으로는 우선 고수온에 상대적으로 강한 품종을 개발·보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수온’만 보지 말고 물고기의 상태까지 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고수온 경보는 기본적으로 해수온을 기준으로 한다. 하지만 같은 28℃라도 어종과 크기, 사육밀도, 용존산소량 등에 따라 피해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수온+용존산소+어종별 생리 상태+사육밀도를 함께 분석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수온은 주로 바다 표층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따라서 고수온기에 양식시설을 상대적으로 차가운 깊은 수심으로 이동시키는 수직공간 양식도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KIOST는 통영해상실증기지에서 실제로 이런 방법을 시험하고 있다. 고수온뿐 아니라 적조와 태풍 피해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다.
KIOST 연구진은 최근 경남 앞바다의 고수온을 일시적인 이상기후가 아니라 앞으로 반복될 수 있는 ‘뉴노멀’로 보고 대응체계를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26년 고수온 피해는 단순히 물고기가 많이 죽었다는 문제가 아니다. 양식어가의 소득 감소와 지역경제 위축으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수산물 공급과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의 대책은 ‘고수온이 발생하면 어떻게 물고기를 살릴 것인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한다. 어떤 어종을 키울 것인가, 어디에서 키울 것인가, 어느 수심에서 키울 것인가, 얼마나 밀집해 키울 것인가, 언제 출하할 것인가를 기후변화의 관점에서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제 양식산업의 생존전략은 ‘고수온을 견디는 것’이 아니라 ‘고수온을 전제로 양식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