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북한 핵실험장이 있는 풍계리 일대에서 수년째 지진이 잇따르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적인 학술지 ‘사이언스’에 19일 발표됐다.
핵실험이 잠자고 있던 단층을 깨웠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북한이 풍계리에서 반복한 지하 핵실험이 주변 암반에 손상을 쌓고 지하의 힘의 균형을 바꿔, 잠자던 단층까지 다시 움직이게 했다는 게 연구 결과다.
부산대학교 지질환경과학과 김광희 교수 연구팀은 18일 한국과 중국 동북부에서 2008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17년간 관측한 연속 지진파 자료를 분석해 북한 풍계리 만탑산 주변 단층의 재활성화 양상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중국 중국 청두이공대학교 판싱리(Xingli Fan) 교수팀, 중국과학원, 중국지진국, 산둥대학교 연구진과 공동으로 이뤄졌다. 논문 제목은 ‘Nuclear tests at Mt. Mantap have reactivated intraplate faults(북한 풍계리 핵실험이 만탑산의 잠자던 단층을 다시 움직였다)’이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풍계리 만탑산 일대에서 1차 핵실험이 있었던 2006년 이전에는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6년부터 6차 핵실험이 이뤄진 2017년까지 60차례가량 지진이 발생했다. 3차 핵실험이 있었던 2013년 이후 서서히 지진이 시작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2017년 규모가 가장 컸던 6차 핵실험이 있은 지 20일 후부터 지진 활동이 본격적으로 나타나 지금까지 무려 1330차례나 지진이 발생했고, 2개의 북북서 방향 길이 24㎞ 단층대에 집중됐다. 6차 핵실험 이후에는 통상 핵실험 뒤 발생한 지진이 수주 안에 잦아드는 것과 달리 만탑산 일대 지진 활동이 수년간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진 규모도 1.0∼1.3에서 시작해 시간이 지날수록 커져 2023∼2024년에는 규모 3대로 올라갔고, 최고 3.4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통상 지하핵실험 후 작은 지진이나 지하 갱도 붕괴 등이 잇따라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핵실험장의 사례에서는 이러한 지진활동은 수주 안에 감소했다.
연구진은 풍계리의 경우 반복된 핵실험이 지하 암반에 균열과 손상을 누적시키고 주변의 응력 상태를 변화시킨 것으로 분석했다. 이후 지하의 응력이 다시 분산되는 과정에서 이미 움직이기 직전 상태에 있던 기존 단층이 미끄러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즉, 핵실험으로 지하 암반이 반복적으로 충격을 받으면서 기존 단층이 버티지 못하고 조금씩 움직였다는 뜻이다.
김광희 교수는 지진이 집중되는 길이 24㎞ 단층대가 한꺼번에 재활성화될 경우 규모 6.4의 강진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우리나라 지진의 발생 깊이는 통상 15㎞ 안팎이지만, 풍계리 만탑산 일대에서는 대부분 1㎞ 이내에서 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연구는 핵실험 이후 발생하는 지진을 단기적인 현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김 교수는 “핵실험 후 장기간 지진 관측을 이어가고, 관측자료를 지속해서 축적 보존해 지진의 원인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특히 주목한 점은 2017년 핵실험 후 지진활동이 곧바로 잦아들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지진은 수년간 이어졌고, 시간이 지나면서 기존 단층을 따라 점차 뚜렷한 분포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팀은 앞서 2017년 포항지진이 지열발전 과정에서 이뤄진 유체주입으로 촉발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연구 결과를 2018년 사이언스지에 발표해 주목받은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