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기업을 살린다] ⑥ 안전투자에도 ROI(투자수익률)가 있다

가장 성공적 안전투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
무사고로 발생하지 않은 손실이 안전투자의 수익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공장 생산라인이 멈췄다. 작업자가 다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설비 하나에 이상이 생겼고,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라인을 세웠다. 생산팀에서는 납기를 걱정하고, 관리자는 생산량 감소를 계산한다. 현장에서는 “이런 것까지 꼭 해야 하나”라는 불만도 나온다.

 

그런데 만약 이 점검을 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됐을까.

 

작은 이상이 큰 고장으로 이어지고, 작업자가 다치거나 설비가 파손됐다면 생산라인은 몇 시간 또는 며칠 동안 멈출 수 있다. 치료와 보상, 사고조사, 설비수리, 대체인력 투입, 납품 지연까지 뒤따른다.

 

안전투자는 바로 이 ‘멈춤’을 예방하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이다. 그래서 최근 산업안전 분야에서는 안전을 단순한 비용이 아니라 투자수익률(ROI·Return on Investment)을 따져야 하는 경영활동​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안전투자 1원, 과연 얼마가 돌아올까

 

안전투자의 경제적 효과를 보여주는 자료는 적지 않다.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은 기업이 안전보건 프로그램에 투자하면 산업재해와 질병을 줄이는 것은 물론 산재보상비, 의료비, 사고조사 비용, 대체인력 교육비 등을 줄일 수 있고 생산성과 재무성과도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OSHA가 소개하는 20015년 미국 최고재무책임자(CFO)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0% 이상이 부상 예방에 투자한 1달러당 2달러 이상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답했다. 또 40% 이상은 효과적인 안전 프로그램의 가장 큰 경영적 효과로 생산성을 꼽았다.

 

2023년 안전 전문 잡지 ‘Safety Science’에 발표된 연구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제조·운송·건설업체를 대상으로 안전보건 지출의 재무적 편익을 추정했다. 그 결과 추정 ROI는 제조업 1.24, 건설업 1.34, 운송업 2.14였다. 연구진은 사고와 질병 예방으로 인한 직접적인 비용 절감뿐 아니라 근로자 유지, 사기, 생산품질, 기업 평판 등의 효과까지 포함했다.

 

바로 이 대목이 중요하다. “안전에 돈을 쓰면 무조건 돈을 번다”가 아니라 “어떤 안전투자가 실제 손실을 줄이는지 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장에서는 사고 한 번이 얼마나 비쌀까

 

기업이 안전사고를 계산할 때 흔히 치료비와 보상금만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훨씬 복잡하다.

 

예를 들어 작업자가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해보자. 먼저 작업이 중단된다. 동료들은 작업을 멈추고 사고현장을 정리한다. 관리자는 사고경위를 확인해야 한다. 안전담당자는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부상자가 병원으로 이송되면 치료와 보상에 비용이 들어간다.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면 해당 작업자를 대신할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그동안 생산량이 줄어든다. 납품이 늦어질 수도 있다. 고객사의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사고 이후 작업자들이 불안감을 느끼면서 생산속도가 떨어질 수도 있다.

 

숙련된 작업자가 장기간 현장을 떠나면 더욱 큰 문제가 생긴다. 새로 투입된 인력은 업무를 익히는 데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안전이 ‘가장 빠른 길’

 

기업이 안전투자를 망설이는 이유는 앞의 비용은 눈에 보이지만 뒤의 비용은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안전은 천천히 가자는 게 아니다” 김현중 당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2025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문제를 생산성과 연결해 설명했다. 김 이사장은 “사업주들은 안전설비에 투자하는 비용을 생산성과 떼어놓고 생각한다”고 지적하면서 “한 번의 실수가 사망으로 이어지면 공정이 중단되고, 이는 생산성 손실로 이어진다”며 “안전설비 투자는 사고 피해를 줄이면서 생산성도 높이는 길”​이라고 말했다.

 

그가 강조한 표현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안전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말이다. 김 이사장은 “안전은 천천히 가자는 게 아니다. 안전에 신경을 쓸수록 사고가 덜 난다. 공사든, 제품 생산이든 중단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는 안전할수록 더 빨라진다”고 설명했다.

 

현장 관리자라면 이 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생산성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 가운데 하나는 생산라인을 멈추지 않는 것이다. 생산라인을 멈추게 하는 대표적인 원인이 고장과 사고다.

 

◇중소기업일수록 ‘작지만 확실한 투자’부터

 

안전투자 이야기가 나오면 중소기업 경영자는 부담을 느낄 수 있다. “대기업처럼 수억원씩 안전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전투자의 핵심은 돈을 많이 쓰는 것이 아니다. 위험도가 높은 곳에 돈을 쓰는 것이다.

 

작업자들이 매일 오가는 통로의 턱 하나를 없애는 것, 기계의 방호덮개를 제대로 설치하는 것, 손이 끼일 수 있는 부분에 안전장치를 설치하는 것, 전기설비의 노후 부품을 교체하는 것처럼 상대적으로 작은 투자로 큰 위험을 제거할 수도 있다.

 

안전투자는 반드시 ‘큰돈을 쓰는 사업’이어야 한다는 고정관념부터 바꿀 필요가 있다. ROI가 낮더라도 해야 하는 안전투자가 있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원칙이 있다. 모든 안전투자를 ROI로만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망사고나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기본적인 안전조치는 경제적 수익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지기 전에 필요한 경우가 있다. 또한 예방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나타나거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효과를 측정하기 어려운 투자도 있다.

 

안전투자의 ROI를 계산하다 보면 한 가지 역설을 만나게 된다. 가장 성공적인 안전투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하지 않은 손실이 안전투자의 수익이다. 안전전문가들이 안전을 ‘비용’이 아닌 ‘투자’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안전은 돈을 버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돈을 잃지 않게 하는 가장 확실한 경영전략 가운데 하나다. 이제 기업은 안전을 이렇게 물어야 한다. “안전에 얼마를 쓸 것인가?”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물어야 한다. “안전에 투자하지 않았을 때 우리가 잃을 수 있는 것은 얼마인가?” 바로 그 질문에서 안전경영의 진짜 ROI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