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본보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소설가 이계홍이 새 장편소설 《이모 말고 너라고 부를게》(문예바다)를 펴냈다. ‘깃발’, ‘고독한 행군’, ‘해인사를 폭격하라’, ‘제국의 섬’ 등 역사와 사회의 굵직한 문제를 다뤄온 작가가 이번에는 인간의 욕망과 성, 가족의 균열이라는 민감한 영역으로 시선을 돌렸다.
소설은 중학교를 중퇴하고 서울로 올라온 10대 김희수와 50대 여성 채명선의 파격적인 만남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희수에게는 함께 고향을 떠나온 여자친구 이성금이 있고, 명선 주변에도 예비역 장군 박철만과 금융잡지사 사장 오대원 등 여러 인물이 얽혀 있다. 이들의 관계는 사랑과 욕망, 책임과 배신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들며 예측하기 어려운 방향으로 흘러간다.
표면만 보면 불륜과 일탈을 전면에 내세운 통속적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작가가 겨냥하는 지점은 그보다 깊다. 등장인물들이 사회적 규범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통해 오늘날 개인의 욕망을 통제해온 가족과 공동체, 도덕의 울타리가 얼마나 견고한지를 되묻는다. 결국 작품을 관통하는 질문은 “왜 우리에겐 스스로를 지키는 울타리들이 허술한가”라는 문제의식으로 모아진다.
특히 작품 속 인물들은 선과 악으로 단순하게 갈리지 않는다. 사회 통념의 눈으로 보면 이들의 선택은 부도덕하고 위험하지만, 작가는 이들을 손쉽게 심판하기보다 각자가 지닌 외로움과 상처, 욕망의 근원을 따라간다. 채명선은 안정된 관계보다 젊음의 강렬함에 끌리고, 희수는 자유분방함 뒤에 불안정한 성장의 흔적을 품고 있다. 임신한 이성금 역시 흔들리는 현실 속에서도 생명을 지키겠다는 선택을 한다. 이처럼 작품은 욕망의 뒤편에 놓인 결핍과 고독을 함께 비춘다.
작가는 이를 ‘성의 사회학적 접근’이라고 설명한다. 시대마다 성풍속은 달라지지만 인간의 욕망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인식에서 출발해, 각종 연구자료와 대중매체 보도 등을 참고하며 변화하는 성의 풍경을 소설 속에 끌어들였다. 단순한 애정소설이 아니라 오늘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투사하는 사회소설을 지향했다는 것이다.
소설가 백시종은 이 작품을 “여러모로 문제작”이라고 평하면서 인간의 욕망과 그 경계에 선 인물들, 그리고 상처 입은 존재들을 끌어안는 서사에 주목했다. 자극적인 소재에 머물지 않고 인간에 대한 연민과 구원의 가능성으로 나아간다는 평가다.
35년간 언론 현장을 지킨 뒤 20여 년 동안 소설 집필에 몰두해온 이계홍은 기자의 현장 감각과 소설가의 상상력을 결합해왔다. 이번 작품 역시 욕망이 넘치는 도시를 무대로 인간의 내면과 사회적 금기의 충돌을 밀도 있게 그려낸다. 불편할 수 있는 소재를 피하지 않으면서도 그 끝에서 인간은 무엇으로 자신을 지켜야 하는지 질문한다. 《이모 말고 너라고 부를게》가 단순한 ‘파격’보다 오래 남기는 대목도 바로 그 질문이다.
《이모 말고 너라고 부를게》, 이계홍 지음, 문예바다, 1만8,0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