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을 통해 국민에게 전격 발표했던 ‘대왕고래’ 프로젝트(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가 실현 확률 0.0002%에 불과한 수치를 바탕으로 무리하게 추진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가 16일 나왔다.
이 사업은 경북 포항 영일만 앞바다 심해에 최대 140억 배럴의 막대한 양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탐사 및 시추를 진행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었다.
감사원은 16일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에 대한 감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산업통상부 장관이 사업 추진 전반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한 데 따른 것이다.
감사원이 내린 핵심적 결론은 사업 타당성 검토와 절차적 통제가 대통령의 임기와 성과 드라이브에 밀려 무력화됐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이 사업과 관련해 국가계약법 위반과 검증 부실, 성과평가 이해충돌 등 총 7건의 위법·부당사항을 적발했다.
감사원 발표에 따르면, 2024년 5월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통령실 대면 보고에서 미국 컨설팅 업체 액트지오(Act-Geo)의 유망성 평가 결과를 보고하며 “탐사 성공 가능성이 불확실해 대외 홍보를 자제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대국민 발표’를 일방 통보했고, 그해 6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은 참모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직접 국정브리핑을 열어 “최대 140억 배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윤 전 대통령이 언급한 ‘최대 140억 배럴’은 7개 유망구조가 모두 가장 낙관적인 확률(P10)로 탐사에 성공한다는 전제하에 단순 합산된 수치다.
감사원은 7개 구조가 모두 탐사에 성공할 확률은 0.000218%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시추 계획 수립에도 윤 전 대통령은 적극 개입했다. 2024~2026년 3개공을 석유공사가 단독 시추하고 2028년~2029년 나머지 2개공을 시추하는 계획을 보고했지만, 대통령실은 임기 내(2027년 5월)로 시추 계획을 앞당길 것을 요구했다.
이에 안덕근 전 장관이 2028년 1분기 완료로 일정을 단축한 시추 계획을 보고하며 “정무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하자, 윤 전 대통령은 “정무적 판단은 내가 하는 것”이라고 강하게 질책하며 일정 재수립을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해외 전문석유개발기업도 “탐사 성공률이 20% 이내로 불확실하니 대외 홍보를 자제하라”고 건의했고, 당시 산업통상자원부도 자원량 대신 면적으로 표현하자고 제안했으나 윤 전 대통령은 묵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산업부와 석유공사는 바다 밑을 뚫는 시추공 1개당 약 1000억 원이 투입되는 점을 고려해 1차 시추 결과를 정밀 분석한 뒤 후보지를 재선정해야 성공률을 높이고 예산을 아낀다고 판단했다. 이에 2029년까지 시추공 5개를 순차 시추하는 계획을 세웠었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기술적 검토를 배제하고 윤 전 대통령 임기(2027년 5월) 내 완료만을 일방 요구했다. 이에 산업부는 무리한 일정인 줄 알면서도 2026년까지 시추공 4개를 추가 시추하는 2차 계획안을 다시 보고했고, 임기 내 속도전을 맞추기 위해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와 장납기 자재 조기 발주 방안까지 보고서에 기재했다.
사업 집행 과정에서도 여러 문제가 드러났다.
용역업체인 액트지오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관련 실적 업체가 17개에 달해 지명경쟁 요건(10개 이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시장조사 없이 3~4개 업체만 임의 지명해 입찰에 부쳤다.
또 입찰 전 2단계 기술평가 기준을 공개하지 않았고, 2차 용역에선 기준에 없던 항목을 추가해 35년 경력자가 속한 경쟁사를 부적합 탈락시켰다. 정상적인 평가 시 두 업체의 입찰가가 180만달러로 같아서 국가계약법상 추첨(제비뽑기)으로 낙찰자를 가려야 했던 상황을 피하려 평가를 조작한 정황이다.
또 용역 결과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2023년 10월 시추계획을 수립하고 이사회 심의·의결 없이 시추선 용역을 선발주해 43억원의 예산 절감 기회도 날렸다
시추 실패에도 불구하고 내부 성과평가를 왜곡해 성과급을 챙긴 실태도 확인됐다. 석유공사는 가스전 담당 부서가 목표를 채우지 못한 계량지표 2건을 달성한 것으로 허위 처리해 평가등급을 상향했다. 전임 처장이었던 상임이사 본부장은 회피 신청 없이 직전 근무 부서에 만점을 부여해 성과급을 수령했다.
대왕고래-1 탐사정은 시추 결과 가스포화도가 6.3%에 불과하고 열적기원 가스가 아닌 생물분해 바이오가스로 확인돼 경제성 부족으로 최종 결론 났다
이처럼 1차 시추 실패와 정권 교체 등이 맞물리며 좌초 위기에 몰렸던 동해 심해 가스전 사업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발 에너지 쇼크가 겹치며 2차 시추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정부는 올해 5월 2차 시추 파트너로 영국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을 선정했다. BP 측은 1차 시추 대상이었던 대왕고래 구조보다는 나머지 유망 구조의 잠재 가치를 더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민간 자본 투자 유치 차원에서 BP의 지분을 최대 49%까지 인정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시추 비용 부담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2차 시추를 재추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