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100달러 돌파...국내 기름값 다시 오르나

미·이란 전쟁 종전 기미 안 보여
호르무즈 해협 통과 감소로 원유 공급 차질 심화
현재는 국내 휘발유 2천원선 재진입 가능성
종전 시기, 원·달러 환율, 정부의 가격정책이 변수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장기화하면서 국제유가가 다시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끌어올리는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현재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국제유가보다 상당히 낮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정부가 시행 중인 석유제품 최고가격제가 가격 상승을 일정 부분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9월 14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126.70달러, 브렌트유는 105.68달러, WTI는 101.39달러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정유사들이 주로 수입하는 원유의 기준가격인 두바이유가 120달러를 넘어선 것이 특히 부담이다.

 

국제유가 급등의 핵심 배경은 중동산 원유의 공급 차질 우려다. 특히 세계 원유 공급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9월 15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4척에 그쳤으며, 평소 10일 평균인 18척보다 크게 감소했다. 이 해협을 통해 세계 석유와 액화천연가스 물동량의 약 5분의 1이 이동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요 송유관까지 공격을 받아 가동이 중단돼 중동의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동안에도 국내 주유소 가격은 오히려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59.1원, 경유는 1,844.0원이었다. 휘발유 가격은 17주 연속 하락세였다. 9월 15일 현재 한국석유공사가 집계한 전국 평균은 휘발유 1,858.54원, 경유 1,843.92원이다.

 

국제유가가 급등했는데도 국내 기름값이 당장 따라 올라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국제유가와 국내 주유소 가격 사이에 시간차가 있기 때문이다. 통상 국제유가 변동이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기까지는 2~3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한다. 따라서 최근 국제유가 상승분은 앞으로 국내 주유소 가격에 본격적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 유가 2천원 돌파 가능성은?

 

가장 큰 관심은 국내 휘발유 가격이 다시 리터당 2천원 시대에 들어갈 것인가다. 현재 상황만 놓고 보면 2천원선 재진입 압력은 분명히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원유 도입가격 기준인 두바이유가 120달러를 넘어섰다. 또 9월 둘째 주 국제 휘발유 가격은 배럴당 131.2달러, 국제 자동차용 경유는 170.4달러까지 올랐다.

 

또 환율도 변수다. 9월 16일 원·달러 환율은 장중 1,370원대까지 올라섰다. 원유를 달러로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국제유가 상승과 원화 약세가 동시에 나타날 경우 이중으로 원가 부담이 커진다.

 

따라서 전쟁이 장기화하고 두바이유가 높은 수준을 계속 유지한다면 국내 휘발유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석유제품 최고가격제’

 

그러나 이번에는 과거와 상황이 다르다. 정부가 지난 3월부터 석유제품 최고가격제를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정한 9차 최고가격은 휘발유 리터당 1,784원, 경유 1,773원, 등유 1,380원이다. 정부는 8월 22일부터 4주 동안 이 가격을 유지하기로 했다.

 

문제는 국제유가가 당시보다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다. 정부가 최고가격제를 유지하면 국제유가 상승분이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 반면 국제유가가 계속 상승하면 정유사의 원가 부담과 정부의 보전 비용이 커진다.

 

결국 정부 입장에서는 소비자 부담을 줄이는 것과 가격 통제로 발생하는 재정부담 사이에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실제로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운영을 위해 정유사 손실 보전 등을 위한 목적예비비도 편성해 놓은 상태다.

 

◇가장 큰 변수는 ‘전쟁이 언제 끝나느냐’

 

앞으로 국내 기름값을 결정할 최대 변수는 결국 미·이란 전쟁이 언제 끝나느냐다. 일찍 종전이 되면 국제유가는 빠르게 안정되겠지만 반대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 또는 사실상의 통항 제한이 장기화하면 국제유가의 고공행진도 길어질 수 있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선박 숫자가 평소보다 크게 감소한 것은 단순한 심리적 불안과는 다른 문제다. 실제 원유 운송량이 줄어들 경우 국제 석유시장의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업계는 당장 원유 부족을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 정부와 업계는 9~10월 도입 예정 원유 물량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역시 비축유 스와프와 우회항로 지원 등 공급망 안정 대책을 가동하고 있다.

 

◇세 가지 시나리오

 

결국 국내 기름값 전망은 세 가지 시나리오로 압축된다. 첫 번째 경우가 전쟁 조기 종료다. 호르무즈 해협의 운항이 정상화되고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국내 기름값도 2~3주 정도의 시차를 두고 안정될 가능성이 있다.

 

두 번째는 전쟁 장기화 경우다. 국제유가가 100달러 이상에서 장기간 머물 경우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상승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최고가격제가 유지되더라도 정부 재정부담과 정유업계 부담이 커진다.

 

세 번째는 원유 공급 차질이 심화하는 경우다.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인 봉쇄나 중동 주요 산유국의 생산 차질이 확대될 경우 국제유가가 추가로 급등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국내 기름값뿐 아니라 운송비·전기료·물류비 등으로 충격이 확산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어느 한 시나리오를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국제유가 상승분이 아직 국내 주유소 가격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소비자들이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고유가가 몇 주 이상 지속된다면 그동안 억눌렸던 원가 상승 압력이 국내 기름값에 뒤늦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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