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해변에서 물놀이를 하다 사고를 당하는 것은 흔히 밀물 때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물이 빠지는 썰물 때도 익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우려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바다가 잔잔하고 물이 빠질 때 사람들이 경계를 늦추면서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썰물은 바다가 안전해지는 시간이 아니라 해변의 지형과 물길이 바뀌는 시간이다.
서해안처럼 조수간만의 차가 큰 지역에서는 썰물 때 드러난 갯벌에 고립됐다가 물살에 휩쓸리거나 움푹 파인 갯골에 빠져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12일 썰물에 휩쓸린 모자 익사
12일 오후 1시 51분께 전남 광주 진도군 의신면 신비의 바닷길 인근 해안에서 물놀이를 하던 일가족 4명이 물에 빠졌다. 이 사고로 40대 어머니 A씨와 3세 아들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숨졌다.
해경이 인근 CCTV 등을 확인한 결과, 당시 A씨는 모래사장에서 자녀 3명이 물놀이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아이들은 튜브나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어머니 A씨는 아이들이 해변에서 점차 멀어지자 이들을 구하기 위해 물에 들어갔다가 함께 사고를 당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당시 해안은 오전 11시 41분께 만조를 지난 뒤 물이 빠지는 썰물 상태였다. 해경은 일가족이 물놀이를 하던 중 썰물에 휩쓸린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8세 아들은 해상에서 양식장 밧줄을 붙잡고 버티다가 구조됐고 6세 딸은 물에서 빠져나온 뒤 가족들이 나오지 않는다며 주변에 도움을 요청했다. 이곳은 해수욕장으로 지정된 곳은 아니지만, 관광객들이 종종 물놀이를 하는 소규모 해변이다.
◇썰물의 강한 물길과 갯골이 위험하다
썰물은 단순히 바닷물이 해변에서 멀어지는 현상이다.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물이 바다 쪽으로 빠져나가는데, 이 과정에서 해저의 골짜기나 좁은 수로를 따라 물이 집중되면 예상보다 강한 물길이 만들어질 수 있다. 특정 지점에 물살이 집중될 경우 사람이 서 있기 어려울 정도의 흐름이 만들어질 수 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곳이 갯골이다. 갯골은 갯벌에 물이 드나들면서 만들어진 물길이다. 썰물 때는 주변 갯벌보다 깊게 파인 형태로 드러나기도 한다. 멀리서 보면 단순한 골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당히 깊을 수 있고, 물이 흐르는 곳에서는 발을 딛는 순간 몸의 균형을 잃을 수 있다.
갯벌을 걷다가 갯골이나 깊은 웅덩이에 빠져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밀물이 시작되면 매우 위험하다. 갯벌에 발이 빠지면 몸을 빼내기가 쉽지 않다. 당황해서 무리하게 발을 빼려 할수록 몸이 더 깊이 빠질 수도 있다.
썰물이 시작돼 물이 얕아졌다고 생각해 먼 곳까지 걸어가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해변의 수심은 일정하게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모래톱과 웅덩이, 해저 골짜기 등에 따라 깊이가 갑자기 달라질 수 있다.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물살을 거슬러 해변으로 돌아오려고 하다 체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또한 썰물 때 바위나 방파제가 드러나면 사람들이 낚시나 해산물을 채취하기 위해 바다 쪽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도 주의해야 한다. 썰물 때 드러난 바위는 매우 미끄럽고, 바다 쪽으로 나간 뒤 밀물이 시작되면 육지로 돌아오는 길이 물에 잠길 수 있다.
◇서해안에서는 물때를 미리 확인해야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서해안에서 조수간만의 차가 크기 때문에 물때와 만조·간조 시간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기본 수칙이다.
갯벌에 들어갈 때는 반드시 정해진 출입구와 탐방로를 이용하고, 출입이 통제된 지역에는 들어가지 않아야 한다. 갯벌에서 멀리 이동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특히 어린이나 고령자는 갯벌에서 혼자 이동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갯벌이나 진흙에 발이 빠졌다면 당황해서 두 발을 한꺼번에 힘껏 빼려고 하기보다 몸을 낮추고 무게를 분산시키면서 천천히 빠져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12일 발생한 전남 진도의 모자 익사사고처럼 구조하려는 사람이 함께 빠지는 2차 사고도 발생할 수 있다. 구조자가 직접 깊은 갯벌이나 갯골로 접근하는 것은 피하고 신고를 먼저 하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