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화재가 발생하면 “젖은 수건으로 코와 입을 막고 빠져나와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젖은 수건을 얼굴에 대고 연기 속을 빠져나오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과연 젖은 수건만 있으면 연기로부터 안전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젖은 수건이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는 있지만, 화재 연기의 유독성 가스까지 걸러주는 보호장비는 아니다. 젖은 수건을 믿고 연기 속에서 이동하거나 구조를 기다리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젖은 수건이 마른 천보다 도움이 되는 이유는 뜨거운 공기와 일부 연소 입자가 호흡기로 직접 들어오는 것을 어느 정도 막아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분이 증발하면서 코와 입 주변의 열감을 낮추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연기가 많지만 아직 대피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임시적인 보조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화재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불길만이 아니다. 건물 내부에서 발생하는 연기에는 일산화탄소를 비롯해 여러 유해물질이 들어있다. 특히 플라스틱이나 합성수지 등이 타면서 발생하는 연기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젖은 수건이 일산화탄소 같은 유독가스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일산화탄소는 색과 냄새가 없어 사람이 알아차리기도 어렵다. 젖은 수건을 얼굴에 대고 있다고 해서 이 같은 유독가스로부터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젖은 수건이 연기 자체를 완전히 걸러주는 것도 아니다. 연기 속에는 매우 작은 입자와 각종 화학물질이 섞여 있다. 따라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 “젖은 수건을 준비해 입을 막고 연기 속으로 지나가면 된다”는 생각은 매우 위험하다. 대피할 수 있다면 젖은 수건을 준비하느라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즉시 안전한 방향으로 이동해야 한다.
연기가 이미 바닥까지 짙게 내려와 있다면 무리하게 연기 속으로 이동해서는 안 된다. 가까운 안전한 공간으로 이동해 문을 닫고 119에 자신의 위치를 알리는 것이 더 안전할 수 있다. 화재에서는 무엇보다 신속한 대피, 연기 회피, 119 신고가 우선이다.
젖은 수건은 대피 과정에서 연기와 열기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임시적인 보조수단으로 생각하는 것이 적절하다. 마른 수건보다 젖은 수건이 나을 수 있지만, 그것이 ‘화재용 마스크’는 아닌 것이다.
[요점 정리]
-젖은 수건은 뜨거운 연기와 일부 입자의 흡입을 줄이는 데 일시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일산화탄소 등 유독가스를 안전하게 막아주는 보호장비는 아니다.
-젖은 수건을 믿고 짙은 연기 속을 통과해서는 안 된다.
-젖은 수건을 준비하느라 대피를 늦추지 말고 신속하게 안전한 곳으로 이동해야 한다.
-젖은 수건은 도움이 될 수 있는 임시수단이지 화재 연기를 막아주는 안전장비가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