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블랙홀’ 테트라포드, 왜 이렇게 위험한가

최근 5년여간 198건 사고·34명 사망
미끄러워 추락 사고 잦고 빠져나오기 힘들어
낚싯꾼들이 가장 많이 희생돼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바닷가 방파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 테트라포드(Tetrapod).

 

많은 사람이 단순히 ‘삼발이’ 또는 ‘방파제 돌’ 정도로 생각하지만, 한 번 그 사이로 떨어지면 스스로 빠져나오기 어려워 ‘바다의 블랙홀’이라는 무서운 별명까지 붙었다.

 

테트라포드는 파도의 힘으로부터 항만과 방파제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이름 그대로 네 개의 다리 또는 뿔처럼 뻗은 독특한 형태를 갖고 있으며, 수많은 구조물이 서로 불규칙하게 얽히면서 파도의 에너지를 분산시킨다.

 

테트라포드 추락 사고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있으며, 단순한 부상에 그치지 않고 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선교 의원(국민의힘·경기 여주·양평)이 최근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여간(2021~2026년 7월) 테트라포드 안전사고 현황을 분석한 결과, 198건의 사고가 발생해 34명이 사망하고 170명이 구조되는 등 총 204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망자는 2021년 5명, 2022년 7명, 2023년 6명, 2024년 6명, 2025년 6명이다. 올해도 7월까지 4명이 목숨을 잃었다.

 

테트라포드 안전사고는 2021년 32건, 2022년 39건, 2023년 35건, 2024년 30건, 2025년 38건이 발생했다. 2026년에도 7월까지 이미 24건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해양경찰청 장기 통계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5년까지 9년 동안 전국 테트라포드 안전사고는 343건, 사망자는 46명​에 달했다.

 

한 해에 평균적으로 30~40건 사고가 나고 5~7명 정도가 목숨을 잃는 것이다.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은 어항 구역으로 전체 198건 가운데 147건으로 74%를 차지했고, 항만구역이 37건으로 19%, 연안구역이 14건으로 7%를 기록했다. 전체 사고 4건 가운데 약 3건이 어항 구역에서 발생한 셈이다.

 

해양수산부도 테트라포드를 방파제 안전을 위한 시설인 동시에 사람에게는 매우 위험한 구조물로 보고 있다.

 

◇추락하면 왜 치명적인가

 

테트라포드의 구조 때문이다. 사람이 걷도록 만들어진 구조물이 아닌 데다 표면에는 바닷물과 이끼, 해조류가 붙어 있어 매우 미끄럽다. 발을 헛디디면 구조물 사이의 깊고 좁은 공간으로 떨어진다.

 

한 번 빠지면 주변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스스로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다. 추락하면서 콘크리트 모서리에 머리나 몸을 부딪쳐 골절이나 머리 손상을 입어 의식을 잃으면 상황은 심각해진다.

 

또 탈출의 어려움도 문제다. 구조물 사이가 미로처럼 얽혀 있어 아래로 떨어진 사람이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 알기 어렵다. 손을 잡거나 발을 디딜 곳도 마땅치 않다.

 

바다라는 환경도 탈출을 어렵게 한다. 밀물이 들어오거나 높은 파도가 치면 추락한 사람이 물에 휩쓸려 익사할 가능성이 있다. 파도 소리가 커 구조 요청을 해도 주변 사람이 듣기 어렵다.

 

◇테트라포드 위 낚시가 문제다

 

가장 큰 이유는 ‘낚시 명당’이라는 인식이다. 테트라포드 주변은 물고기의 은신처가 되기 쉽고, 방파제 끝부분은 비교적 다양한 어종을 낚을 수 있어 낚시객들이 즐겨 찾는다. 특히 테트라포드 틈새를 이용하는 이른바 ‘구멍치기 낚시’를 위해 위험한 곳까지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테트라포드는 사람이 이용하도록 설계된 시설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등산로가 아닌 절벽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로, 테트라포드 위를 걷는 행위 자체가 위험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예방책은 ‘올라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며 불가피하더라도 반드시 구명조끼를 착용해야 한다. 음주 후 테트라포드에 올라가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술은 판단력과 균형감각을 떨어뜨려 작은 실수가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야간에는 더욱 접근해서는 안 된다. 발밑의 틈이나 높낮이를 제대로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