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세계 인구의 과반수가 밀집해 살아가는 도시는 폭염에 가장 취약한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도심의 열기는 해가 진 뒤에도 식을 줄 모른다. 아스팔트 도로와 아파트 단지, 고층 빌딩이 빽빽하게 들어선 도심지역은 여름철 낮 동안 거대한 태양열을 고스란히 흡수했다가 밤이 되면 은은하게 열을 방출한다. 이른바 ‘도시 열섬(Urban Heat Island, UHI)’ 현상이 도시 전체를 가마솥처럼 가두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자동차 매연과 에어컨 실외기에서 나오는 인공열, 고층 빌딩에 의한 바람길 차단이 더해지면서 도시는 기후위기 시대의 가장 위험한 공간으로 변해가고 있다.
도시 내 표면 열환경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여름철 한낮 아스팔트 도로의 표면 온도는 60도를 웃돌고, 콘크리트 건물 외벽 역시 50도 이상으로 치솟는다. 환경부와 기상청의 최신 기후 통계에 따르면 도심 지역의 평균 기온은 인근 외곽 농촌 지역보다 평균 2~4℃ 높으며, 열대야 발생 빈도는 최대 3배 이상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밤이 되어도 기온이 내려가지 않는 열열 현상은 시민들의 수면 장애를 유발해 보건 비용 상승과 생산성 저하로 연결된다.
이런 현상은 도심의 고밀도 개발과 녹지 공간 부족이 도시 자체를 열 축적 장치로 탈바꿈시킨 결과다.
전문가들은 도시 열섬 현상이 단순한 기온 상승에 그치지 않고, 주민의 생명과 건강을 직접 위협하며 도시 기능을 마비시키는 치명적 요인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시정연구원 기후변화연구센터 안형준 책임연구원은 “도심 내부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는 태양 복사열 흡수율이 매우 높아 일종의 거대한 열 저장고 역할을 한다”며 “특히 야간에도 기온이 낮아지지 않는 열대야 현상은 수면 장애와 심뇌혈관 질환을 유발하고, 독거노인이나 만성 질환자 등 기후 취약계층의 야간 온열질환 사망률을 급격히 높이는 핵심 요인”이라고 말했다.
도시 열섬의 구조적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고밀도·개발 중심 도시 계획에서 벗어나 기후변화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기후 적응형 도시(Climate Adaptive City)’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 같은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구체적 대안으로 대표적인 세 가지 기술을 제시한다. 첫째, 햇빛을 반사하는 특수 페인트를 건물 옥상에 도포하는 ‘쿨루프(Cool Roof)’ 시공이다. 쿨루프는 건물로 침투하는 열기를 차단해 실내 온도를 평균 3~5℃가량 낮추어 주며, 냉방 에너지를 절감하는 경제적 효과가 뚜렷하다. 서유럽 국가들이 많이 시공하고 있다.
둘째, 아스팔트 도로의 열 흡수를 방지하는 ‘쿨페이브먼트(Cool Pavement, 차열성 포장)’ 시공을 전면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셋째, 도심 외곽 산림의 시원한 공기를 도심 내부로 유입시키는 ‘도시 바람길숲’ 및 녹화 조성 사업이다.
한국도시계획학회 이정민 교수는 “그동안의 도시 개발이 경제성과 고밀도 이용만을 추구해 왔다면, 앞으로의 도시 재개발은 ‘기후 적응성(Climate Resilience)’을 최우선 가치로 두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신축 건축물 및 공공 재개발 시 쿨루프나 쿨페이브먼트 시공을 법적으로 의무화하고, 도심 바람길을 확보하기 위해 건축물 배치 규정을 이에 맞게 제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당장 시민의 건강을 위해 IT 기술과 결합한 ‘스마트 재난 예보 시스템’ 및 지역사회 밀착형 ‘폭염 쉼터’도 개선되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취약 지역의 기온과 습도를 실시간으로 감지해 주민들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주고, 무더위 쉼터와 공공 냉방 공간을 촘촘히 배치해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의 도시는 더 이상 단순한 거주의 공간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점차 심해질 폭염에 대비해 더 늦기 전에 도시개발의 최우선 순위에 기후변화를 고려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당장은 그 효과가 늦게 나타나더라도, 우리의 후대를 위해 미래를 위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