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지구의 허파이자 거대한 탄소 흡수원인 산림과 육상 생태계가 연이은 폭염과 가뭄으로 자정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
고온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수목의 기공이 닫히고 광합성 효율이 급감하는 것은 물론, 바짝 말라붙은 산림은 작은 불씨 하나에도 통제 불능의 대형 산불로 이어지는 초대형 ‘연료창고’로 변모해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북미의 대형 산불이나 남유럽 지중해 연안을 타격한 동시다발적 대형 화재는 폭염과 가뭄이 결합할 때 자연 생태계가 얼마나 무력하게 무너지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가장 치명적인 파급 효과는 생물 다양성의 급격한 해체다. 폭염으로 인한 서식지 고온화와 가뭄은 야생 동식물의 생체 시계를 교란시킨다. 식물의 개화 시기와 곤충의 부화, 조류의 번식기와의 상호작용이 어긋나는 ‘생태적 불일치(Mismatch)’ 현상이 심화된다. 그 결과는 특정 종의 사멸이 먹이사슬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는 연쇄 작용이다.
특히 이동 능력이 떨어지는 식물군이나 특정 고도·기후대에 국한되어 살아가는 자생종, 고산지대 희귀 동식물들은 한계 기온을 넘어서는 순간 속수무책으로 대멸종의 기로에 서게 된다.
수목 생리 분야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극단적인 고온 조건에 노출된 나무들은 체내 수분을 지키기 위해 기공을 닫는데, 이 상태가 장기화되면 탄소 동화 작용을 하지 못해 ‘기아 상태(Carbon Starvation)’에 빠지게 된다.
또한 토양 속 수분이 고갈되면서 뿌리에서 잎으로 물을 올리는 물관에 기포가 차는 ‘색전증(Embolism)’ 현상이 발생하여 수목이 집단 치사하는 현상도 보고되고 있다. 이는 기후변화 완화의 최후 보루였던 거대한 숲이 불과 수년 사이에 회복 불능 상태로 탈바꿈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토양과 산림의 탄소 흡수 기능 마비다. 본래 산림은 인류가 배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 온난화를 완화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극심한 폭염 아래서는 수목의 호흡량이 급증하여 오히려 탄소를 배출하거나, 산불로 인해 오랜 세월 저장되어 있던 거대한 양의 탄소가 한순간에 대기 중으로 쏟아져 나오는 역설이 발생한다.
자연 생태계가 탄소를 흡수하는 ‘자폐장치’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가속장치’로 돌아서는 기후 피드백(Feedback) 효과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생태계의 비명은 인류가 거스를 수 없는 기후 임계점(Tipping Point)에 바짝 다가섰음을 알리는 가장 강력한 경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