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 기업을 살린다] ③중대재해 한 건이 기업을 얼마나 흔드나

작업중지부터 생산·납품 차질까지
사고의 경제적 비용은 ‘벌금’보다 커
산업안전은 기업의 경쟁력과 기업가치에 절대적 영향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멈추는 것은 생산라인이다. 사고 현장에 대한 작업중지 명령이 내려지고, 원인조사와 안전점검이 진행된다. 사고가 발생한 공정만 멈추는 경우도 있지만, 기업이 재발 방지를 위해 사업장 전체의 작업을 일시 중단하는 경우도 있다.

 

올해 7월 HD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중대재해가 대표적이다. 회사는 7월 20일 중대재해 발생 이후 7월 21일 전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고 특별안전교육을 실시했다. 이어 7월 27일에도 중대재해가 발생하자 7월 29일부터 다시 전 공장의 생산을 중단하고 특별안전교육과 전 사업장 안전점검에 들어갔다.

 

회사가 한국거래소에 공시한 생산중단 분야의 연간 매출액은 1조 7,580억 6000만 원​으로, 2025년 연결 매출액과 같은 규모였다. 다만 실제 생산중단으로 이 금액 전부가 손실된다는 뜻은 아니다. 회사 역시 생산중단의 영향을 ‘생산의 일시적 차질’로 공시했다.

 


그러나 숫자가 보여주는 것은 분명하다. 대형 제조기업에서 중대재해 한 건은 노동자 한 명의 피해로 끝나지 않고 공장 전체의 생산일정과 경영계획을 흔들 수 있다.

 

조선업에서는 이 같은 충격이 더욱 크다. 선박은 수많은 공정이 연결돼 있어 한 공정이 멈추면 후속 공정과 납기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대한조선의 사례도 눈여겨볼 만하다. 지난 3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서 내업1공장의 중량물 취급작업이 중단됐다. 회사가 공시한 해당 공장의 매출액은 약 2,656억 원, 전체 매출액의 24.7%에 해당했다. 회사는 작업중지 기간 동안 안전사항을 점검한 뒤 생산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현대차증권은 1분기 실적 분석에서 중대재해에 따른 내업1공장 조업 중단으로 약 8일간 생산이 중단됐고, 매출액에 약 100억 원가량의 영향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중대재해가 기업에 남기는 비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연구에서는 산업재해의 손실비용을 치료비나 보상금 같은 직접비용뿐 아니라 생산중단, 판매감소, 설비·기계 손실, 작업대기, 복구, 신규인력 채용과 교육, 소송비용, 재발방지 비용 등 다양한 간접비용까지 포함해 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실제 기업 입장에서 더 뼈아픈 것은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생산라인이 멈추면 노동자는 일을 하지 못하고, 설비는 가동되지 않는다. 납품 일정이 밀리면 거래처와의 약속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사고수습과 조사에는 관리 인력이 투입되고, 사고 이후 안전설비 개선과 특별교육에도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기업의 평판도 변수다. 중대재해가 반복되면 소비자와 투자자의 시선이 달라질 수 있고, 협력업체 선정이나 인재 확보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김명권 딜로이트안진 리스크자문 시니어매니저는 과거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앞둔 언론사 인터뷰에서 “산업안전은 기업의 경쟁력과 기업가치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산업재해로 기업 이미지가 훼손되면 매출과 기업 생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은 실제로 얼마나 위험에 노출돼 있을까.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5년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605명(573건)​이었다. 2024년 589명보다 16명 증가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 286명, 제조업 158명이었다.

 

올해 들어서는 감소세가 나타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재해조사 대상 사고사망자는 253명으로 전년 동기 287명보다 34명(11.8%) 감소​했다. 2022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상반기 기준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사고사망자가 줄었다고 해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위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단 한 건의 사고라도 생산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고, 사고가 반복되면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 자체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

 

더구나 중대재해처벌법 시대에는 사고 이후의 대응보다 사고가 발생하기 전 무엇을 했느냐가 중요하다.

 

기업 입장에서 안전투자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반면 사고가 발생하면 손실은 즉시 숫자로 나타난다. 공장이 멈추고, 매출이 줄고, 납품이 늦어지고, 안전점검과 복구에 다시 돈을 써야 한다.

 

결국 중대재해의 경제적 비용은 벌금이나 보상금만으로 계산할 수 없다.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돈’ 전체가 기업의 재해 비용이다. 그래서 안전관리 전문가들이 강조하는 것도 사고가 난 뒤의 대응이 아니라 사고 자체를 막는 예방이다.

 

기업이 안전에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노동자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생산라인을 지키고, 납기를 지키고, 거래처의 신뢰를 지키고, 결국 기업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서다. 중대재해 한 건은 사람의 삶을 무너뜨린다. 동시에 기업에도 묻는다.

 

“사고를 막기 위해 평소 무엇을 했는가.”

 

이 질문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기업일수록 사고 이후 치러야 할 대가는 작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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