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의 경고] (중)빙하가 녹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인류에게 빙하는 오랫동안 보이지 않는 거대한 안전망이었다. 눈이 내리면 저장하고, 여름이 되면 조금씩 물을 내보냈다. 하지만 지구가 따뜻해지면서 이 시스템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빙하가 지나치게 빠르게 녹으면 처음에는 강물이 늘어난다. 그러나 빙하가 계속 줄어들면 결국 저장할 얼음 자체가 줄어든다. 처음에는 물이 너무 많아지고, 나중에는 물이 부족해지는 역설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빙하호, 산사태, 얼음사태, 토석류와 같은 새로운 위험까지 커질 수 있다. 이번 네팔 참사는 바로 그 변화가 얼마나 폭발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례다. 

 

산 정상의 얼음은 수천 년, 수만 년 동안 조용히 쌓여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한순간 무너지자 20㎞가 넘는 계곡을 따라 얼음과 암석, 물과 토사가 거대한 파괴의 흐름으로 변했다.

 

빙하가 녹으면 물이 늘어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진다. 지구온난화가 빙하를 녹이면 산악지역의 지형과 물의 흐름 자체가 바뀐다. 얼음이 사라진 자리에는 호수가 생기고, 얼음으로 눌려 있던 암반이 노출된다.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산사면의 안정성도 약해진다.

 

결국 빙하의 후퇴가 새로운 재난의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빙하호 붕괴홍수(GLOF, Glacial Lake Outburst Flood)다. 빙하가 녹으면 물이 고여 거대한 호수가 만들어진다. 호수의 가장자리는 얼음이나 암석, 퇴적물로 만들어진 자연 제방에 의해 막혀 있다.

 

평소에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어느 날 빙하의 일부가 호수로 떨어지거나, 폭우가 쏟아지거나, 지진이나 산사태가 발생하면 이 자연 제방이 무너질 수 있다. 그 순간 호수에 갇혀 있던 물이 한꺼번에 하류로 쏟아진다. 수백만㎥의 물과 암석, 진흙이 좁은 산악계곡을 타고 내려가면서 순식간에 거대한 홍수로 변하는 것이다.

 

히말라야는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GLOF 위험지역 가운데 하나다. 빙하가 빠르게 줄면서 새로운 빙하호가 생겨나고 기존 호수의 규모도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앞으로 더 주목해야 할 위험은 ‘빙하가 녹아 물이 넘치는 재난’에서 ‘빙하 자체가 무너지는 재난’으로 위험의 양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온이 상승하면 빙하의 표면과 내부에서 녹는 물이 늘어난다. 얼음과 암반의 경계에 물이 스며들면 구조적 안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오랫동안 얼어 있던 지반은 일종의 접착제처럼 암석과 토양을 붙잡는 역할을 한다. 기온이 상승해 이 지반이 녹으면 산사면이 불안정해진다. 그 결과 하나의 재난이 다른 재난을 부르는 복합재난이 발생할 수 있다.

 

‘기온 상승→빙하 후퇴→빙하호 확대→얼음·암석 사태→호수 범람→토석류→하천 범람’이라는 연쇄적인 과정이다.

 

 

문제는 재난의 속도다. 빙하가 녹는 데는 수년 또는 수십 년이 걸릴 수 있지만, 빙하나 암석이 무너지는 데는 불과 몇 분이면 충분하다. 이번 네팔 재난에서는 강 수위가 짧은 시간에 급격히 상승했고, 하류의 도로·교량·주거지·발전시설 등이 큰 피해를 입었다.

 

더 큰 문제는 ‘물이 너무 많아지는 위기’와 ‘물이 부족해지는 위기’가 동시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빙하가 빠르게 녹는 초기에는 하천으로 흘러드는 물이 증가한다. 그러나 빙하가 계속 줄어들면 언젠가는 저장돼 있던 얼음 자체가 줄어든다. 그러면 건기에도 물을 공급하던 자연의 저수지가 사라진다.

 

결국 빙하 문제는 산악지역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빙하에서 시작된 물은 수천㎞를 흘러 대도시와 농경지를 지나 바다로 간다. 히말라야 빙하의 변화는 네팔과 인도, 중국, 방글라데시 등의 식수와 농업, 수력발전,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리고 빙하가 녹아 바다로 흘러들면 전 지구적 해수면 상승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계기상기구(WMO)가 경고하는 것도 바로 이 부분이다. 최근 수년간 전 세계 빙하의 질량 손실은 기록적인 수준을 이어가고 있으며, 2022~2024년은 관측 사상 가장 큰 3년간 빙하 질량 손실이 발생한 기간이었다.

 

빙하가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다. 물·식량·에너지·재난·해수면 상승이 하나로 연결된 복합적인 안전 문제다. 그렇다면 질문은 달라진다. 빙하가 녹는 것을 당장 멈추기 어렵다면, 무너질 빙하와 커지는 빙하호를 미리 찾아낼 수는 없는가. 인류의 다음 과제는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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