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의 경고] (상)빙하의 탄생과 분포, 기능은?

수만 년 쌓인 눈이 만든 ‘얼음의 강’.. 히말라야 빙하 6만3,700개 넘어
지구 담수 70% 품은 거대한 저장고.. 20억명 삶 떠받치는 ‘물의 탑’
해수면·기후·생태계까지 좌우.. 녹아내릴수록 커지는 지구의 경고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8월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홍수는 히말라야의 거대한 빙하가 얼마나 무서운 재난으로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눈 한송이가 빙하가 되기까지

 

빙하(Glacier)의 시작은 아주 작은 눈 한 송이다. 고도가 높은 산악지역이나 극지방에서는 겨울에 내린 눈이 여름에도 완전히 녹지 않는다. 다음 겨울이 오면 그 위에 또 눈이 쌓인다. 아래쪽에 눌린 눈은 위에 쌓인 눈의 무게 때문에 압축된다. 눈 결정 사이의 공기가 빠져나가면서 ‘펠렌(Firn)’이라 불리는 조립질의 상태로 변하며 점점 단단해지고 밀도가 높아져 얼음으로 변한다. 이렇게 수만 년 동안 쌓이고 다져지는 극단적인 압축 과정을 거쳐 빙하가 탄생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얼음층의 두께가 수십 미터 이상으로 두꺼워지면, 거대한 자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지표면의 경사를 따라 아주 느린 속도로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이 때문에 빙하를 ‘흐르는 강’ ‘얼음의 강’이라고 부른다. 빙하는 얼어붙은 호수가 아니다. 아주 느리게 흐르는 강에 가깝다. 중력에 의해 계곡 아래쪽으로 서서히 이동하며 아래쪽에서는 얼음이 녹아 물이 된다.

 

빙하의 상태를 판단하는 중요한 개념이 ‘질량수지’다. 1년 동안 새로 쌓이는 눈의 양과 녹거나 떨어져 나가는 얼음의 양을 비교하는 것이다. 쌓이는 양이 많으면 빙하는 성장하지만, 녹는 양이 많으면 빙하는 후퇴한다. 지금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바로 이 균형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남극 대륙과 그린란드가 빙하 총량의 99%

 

세계기상기구(WMO)에 따르면 지구에는 27만5,000개가 넘는 빙하가 있으며, 빙하가 차지하는 면적은 약 70만㎢에 이른다. 빙상까지 포함하면 지구 담수의 약 70%가 얼음 형태로 저장돼 있다.

 

빙하는 크게 두 가지 형태로 전 세계에 분포한다. 전 세계 빙하 총량의 99%를 차지하는 남극과 그린란드의 거대 대륙빙하(Ice Sheets)와, 나머지 1%인 히말라야·알프스·안데스 같은 고산 지역의 산악 빙하(Mountain Glaciers)로 나뉜다. 남극 빙하는 지구 전체 담수의 약 70% 이상을 품고 있는 거대한 저수지다.

 

‘세계의 지붕’ ‘제3의 극지’라 불리는 힌두쿠시-히말라야(HKH) 산맥과 티베트고원은 남극과 북극을 제외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얼음을 품고 있는 지역이다.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의 2026년 보고서에 따르면 이곳에는 6만3,700개가 넘는 빙하가 있으며, 빙하 면적은 약 5만5,782㎢에 달한다. 인류의 대하천인 갠지스강, 메콩강, 양쯔강 등의 발원지가 바로 이곳이다. 하류의 약 20억 명이 물·식량·에너지와 관련해 이 산악 수계에 의존하고 있다.

 

또 북미의 알래스카, 캐나다 로키산맥, 남미의 안데스산맥, 유럽의 알프스산맥, 코카서스, 뉴질랜드 등에 분포하며, 각 대륙의 기후 조절과 생활용수 공급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빙하는 지구의 거대한 물탱크

 

빙하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무엇일까. 바로 물을 저장하는 것이다. WMO에 따르면 전 세계 빙하는 약 15만8,000㎦의 담수를 저장하고 있다. 지구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냉동 담수 저장고’다.

 

겨울에 눈으로 물을 저장했다가 여름에 일부를 녹여 강으로 흘려보낸다. 히말라야, 안데스, 알프스 등 빙하가 있는 지역에서는 여름철 건기 동안 빙하가 서서히 녹아 내려 하류 지역 수억 명의 인류에게 생명수와 같은 식수, 농업용수, 생태계, 수력발전에 물을 공급한다. 그래서 빙하를 ‘물의 탑(Water Tower)’이라고 부른다.

 

빙하의 또 하나의 중요한 기능은 해수면을 결정하는 것이다. 육지 빙하가 녹으면 물이 바다로 흘러들어가 해수면이 상승한다. WMO에 따르면 2000~2023년 세계 빙하는 연평균 약 2,730억톤의 얼음을 잃었다. 이는 같은 기간 전 세계 해수면을 매년 약 0.75㎜씩 상승시키는 양이다.

 

남극과 그린란드의 빙상은 훨씬 더 중요하다. NASA는 남극과 그린란드의 얼음이 모두 녹는 극단적 경우에는 이론적으로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이 약 65m 상승한다고 분석했다고 설명한다. 전 세계 해안도시가 다 침수하는 것이다.

 

빙하는 바다 생태계에 영양분도 제공한다. 녹아서 바다로 흘러 들어갈 때, 주변 암석을 깎아 만든 미네랄과 철분 등 풍부한 영양분을 함께 운반한다. 이는 바다 표층의 식물플랑크톤 성장을 촉진해 해양 생태계 전반의 생산성을 높인다.

 

빙하는 지구의 ‘에어컨’ 기능도 한다. 태양광을 반사하는 알베도(Albedo) 효과가 매우 높다. 지구 표면에 도달한 태양 에너지를 우주로 다시 반사해 냄으로써 지구 전체의 온도가 지나치게 상승하는 것을 막는 일종의 천연 에어컨 역할을 한다. 따라서 빙하가 줄어들면 지표가 태양열을 더 많이 흡수하고, 온도를 높이게 된다.

 

빙하는 또 수십만 년 동안 쌓인 눈과 얼음 속에 과거의 대기와 기후 정보를 보존하고 있다. 빙하와 빙상에서 뽑아낸 ‘빙하 코어(ice core)’에는 과거의 대기 성분과 기후 변화 흔적이 층층이 기록돼 있다. 빙하 코어를 통해 수십만 년 전 지구 환경을 연구할 수 있다. 지구의 기후 보물창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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