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기후재난 직격탄 네팔 홍수, 전세계 구조손길 불구 길조차 끊겼다

35개 넘는 교량·도로 40㎞ 파손… 군·경 3만명 투입, 헬기로 고립지역 접근
부상자 460명 넘어… 식수·의약품·임시대피소 확보도 '비상'
한국 100만달러 지원·신속대응팀 급파… 인도·미국·영국·유엔도 구호전 합류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네팔 북부를 순식간에 집어삼킨 대규모 돌발홍수가 이제 '구조와의 시간 싸움'으로 접어들고 있다.

 

사망자가 389명까지 늘어난 가운데 여전히 900명 이상이 실종 상태다. 산악지역의 도로와 교량이 곳곳에서 끊어지면서 피해지역 접근 자체가 어려워졌고, 가까스로 살아남은 주민들에게는 깨끗한 식수와 식량, 의약품, 임시 거처가 절실한 상황이다.

 

네팔 정부가 군과 경찰 등 3만명 이상의 인력을 투입해 대대적인 수색에 나선 가운데 한국을 비롯해 인도와 미국, 영국, 중국 등 각국과 유엔,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적십자사 등이 구호전에 가세하고 있다.

 

28일(현지시각) AP통신과 로이터 등에 따르면 네팔 경찰이 확인한 사망자는 최소 389명이다. 부상자도 460명을 넘어섰으며 910명가량이 여전히 실종 상태다. 중국 티베트에서도 최소 3명이 숨지고 558명이 실종된 것으로 파악돼 네팔과 티베트를 합치면 사망자는 390명을 넘고 실종자는 1,400명 이상에 달한다.

 

특히 이번 재난은 네팔 북부 라수와와 누와코트 지역을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를 남겼다. 계곡을 따라 내려온 거대한 물과 진흙, 바위가 마을과 도로, 수력발전시설을 덮쳤다. 건물 2층 높이까지 진흙이 들어찬 곳이 있는가 하면 차량과 주택이 토사에 완전히 묻힌 모습도 확인되고 있다.

 

네팔에서만 35개 이상의 교량이 무너지고 약 40㎞에 이르는 도로가 파손됐다. 일부 마을은 육로 접근이 아예 불가능하다. 구조대원들이 실종자를 찾으러 가기 위해 먼저 무너진 도로와 토사를 치워야 하는 상황이다.

 

군·경 3만명 밤샘 수색… 시신 수백㎞ 하류서 발견되기도

네팔 정부는 군과 경찰 등 보안인력 3만명 이상을 동원해 대규모 수색·구조에 나섰다. 육로가 차단된 지역에는 군 헬기를 집중적으로 투입하고 있다.

 

릴라 피터스 야히아(Lila Pieters Yahia) 유엔 네팔 상주조정관은 현지 상황을 설명하며 구조대원들이 "밤낮없이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파괴된 교량과 도로 때문에 피해지역 접근이 "극도로 어렵다"고 전했다.

 

네팔군 대변인 라자 람 바스넷 준장은 군 헬기 등을 이용해 100명 이상을 구조했다고 밝혔다. 트리슐리 수력발전 프로젝트 관련 시설에 갇혀 있던 인력들도 군에 의해 일부 대피했다.

 

그러나 실종자 수색 범위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급류에 휩쓸린 일부 희생자의 시신이 최대 피해지역에서 수백㎞ 떨어진 치트완 지역까지 떠내려간 채 발견됐기 때문이다. 수색팀은 트리슐리강을 비롯한 하천 하류까지 수색지역을 확대하고 있다.

 

네팔 적십자사도 구조 중심의 초기 대응에서 대규모 이재민 지원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비샬 쿠마르 반다리 네팔적십자사 회장은 최소 3개 마을에서 약 1,200명이 삶의 터전을 떠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피해 규모가 아직 완전히 드러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산악 오지 가운데 연락이 끊긴 곳이 남아 있어 구조대가 들어갈수록 사망·실종자 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사람부터 살려야".. 의료·식수·대피소 확보 비상

생존자 구조와 함께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것은 의료지원이다. 수백명의 부상자가 발생하면서 중상자들은 헬기나 차량을 이용해 카트만두 등 대형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다. AP는 수십명의 부상자가 카트만두로 후송됐다고 전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네팔 현지에 필수 응급의약품과 다목적 텐트 등을 보내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MSF)도 긴급 의료팀을 네팔에 투입해 환자 치료와 의료지원에 나섰다.

 

홍수 이후에는 깨끗한 식수 확보도 생존과 직결된다. 흙탕물과 하수가 식수원에 섞이면 설사와 장티푸스 등 수인성 감염병이 확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유엔은 현재 의료·식수·위생·식량·주거 등 분야별로 네팔 정부와 공동 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유니세프(UNICEF), 세계식량계획(WFP), 유엔인구기금(UNFPA), WHO 등이 피해지역 수요를 파악하면서 발전기와 식량, 의료물자 등 긴급구호품을 공급하고 있다.

 

톰 플레처 유엔 인도주의 담당 사무차장은 이번 홍수를 "끔찍한(horrifying)" 재난이라고 표현하며 중앙긴급대응기금(CERF)을 이용한 긴급 지원에 나섰다. 의료와 임시주거, 식수 공급 등이 우선 지원 대상이다.

 

유엔이 초기 긴급자금으로 200만달러 이상을 배정한 데 이어 스위스도 유엔을 통해 10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적십자 "9만3000명 영향 가능성"… 2500만 스위스프랑 긴급 모금

국제적십자·적신월사연맹(IFRC)은 이번 홍수의 직접 또는 간접 영향권에 들어간 주민이 약 9만3,000명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IFRC는 우선 재난대응긴급기금(DREF)에서 약 100만 스위스프랑을 풀어 네팔적십자사의 초기 대응을 지원한 데 이어 2,500만 스위스프랑 규모의 긴급 모금도 시작했다. 지원 대상은 집을 잃거나 고립된 주민들을 위한 임시거처, 깨끗한 식수, 응급처치와 의료지원, 위생용품, 식량 등이다.

 

특히 여러 교량이 유실되면서 외부에서 아무리 많은 물자를 확보해도 고립된 지역까지 전달하기 어렵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유엔과 네팔 정부는 임시 교량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WFP 역시 필요한 경우 추가 임시교량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인 9명 실종… 정부 신속대응팀 현지 급파

 

한국 정부도 비상 대응에 들어갔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번 홍수 당시 라수와 지역 수력발전소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한국인 9명이 실종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직원 6명과 한국남동발전 직원 3명이다.

 

별도로 고립됐던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 10명 가운데 9명은 27일 네팔군 헬기를 이용해 안전지역으로 대피했다. 현장 책임자 1명은 현지에 남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외교부와 경찰·소방 등으로 구성된 11명 규모의 신속대응팀을 네팔에 급파했다. 현지 당국과 협력해 실종 한국인 수색과 교민 안전 확인 등을 지원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긴급회의를 열어 "가용한 모든 자원을 동원한다는 각오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달라"고 지시했다. 정부는 네팔 정부와 외교채널을 가동해 헬기·구조인력 등 필요한 수색 자원이 실종 현장에 투입될 수 있도록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시시르 카날 네팔 외교장관과 통화해 한국인 실종자 수색에 적극 협력해 줄 것을 요청했다.  한국은 이와 별도로 네팔의 긴급 대응과 피해복구를 위해 100만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국제기구를 통해 제공하기로 했다. 조 장관은 네팔 국민과 희생자 유족에게 애도의 뜻도 전달했다.

 

인도 50톤 구호품… 영국 500만파운드·미국 50만달러

국제사회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인도는 네팔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만큼 가장 빠르게 움직였다. 지금까지 2차례에 걸쳐 약 50톤에 이르는 구호품을 보냈다. 임시대피소 설치용 물품과 담요, 위생용품, 조명기구, 의약품 등이 포함됐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발렌드라 샤 네팔 총리와 통화해 희생자들을 애도하고 가능한 모든 인도적 지원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영국은 긴급구조 인력을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500만파운드 규모의 지원을 제시했다. 미국은 재난대응 전문가를 네팔에 보내는 한편 50만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유럽연합(EU)도 추가적인 유럽 차원의 지원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중국 역시 네팔에 긴급구호품과 현금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은행도 네팔 정부에 대규모 긴급자금 지원 가능성을 전달했다. 유엔에 따르면 세계은행과 인도·중국·미국 등이 네팔 정부가 마련한 재난구호기금 등에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약 2억2,900만달러 규모의 지원이 논의되고 있다.

 

구조 끝나기도 전에 또 다른 홍수 경보

그러나 구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위험까지 커지고 있다. 빙하와 암석, 토사가 무너지면서 강을 막아 네팔·티베트 국경지역에 거대한 '자연댐' 형태의 호수가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 수리 당국에 따르면 이 호수에는 27일 오전 기준 약 200만㎥의 물이 차 있었으며, 이후 수일간 수백만㎥의 물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연댐이 한꺼번에 무너질 경우 이미 피해를 입은 하류지역에 또다시 대규모 급류가 덮칠 가능성이 있다.

 

네팔과 중국 당국은 하류 주민들을 대피시키고 수위를 감시하는 한편 추가 산사태 가능성에도 대비하고 있다.

 

이번 홍수의 원인도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미 지질조사국(USGS)은 처음에는 해당 지역에서 규모 4.4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으나 이후 분석을 수정했다. 실제 진동은 대규모 빙하와 암반이 붕괴하면서 발생한 충격으로 분석됐다.

 

카트만두에 본부를 둔 국제산악통합개발센터(ICIMOD)는 빙하에서 발생한 대규모 눈·얼음사태가 돌발홍수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트리슐리강 일부 지점에서는 30분 만에 수위가 최대 9m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네팔의 구조와 복구 노력에 국제사회가 함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국가 차원의 긴급구호 노력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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