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과거 산업현장 안전관리의 출발점은 사고였다. 사고가 발생하면 원인을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이후에 위험성 평가가 도입되면서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위험요인을 찾아 제거하는 방식으로 발전했다.
이제 여기에도 인공지능(AI)이 들어오고 있다. AI가 산업현장에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어떤 사업장이 사고 위험이 높은지, 어떤 작업에서 사고 가능성이 커지는지, 어느 시점에 위험이 높아지는지를 사전에 예측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사고 후 대응’에서 ‘사고 전 예측’으로 산업안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이미 ‘고위험 사업장 예측 AI 모델’을 개발해 실제 산재 예방에 활용하고 있다.
공단이 보유한 사업장 현황과 위험기계·기구, 취급 화학물질, 과거 재해정보 등을 AI가 분석한다. 같은 업종과 규모의 사업장 가운데 근로손실이 상대적으로 많은 사업장의 특성을 학습한 뒤 개별 사업장의 위험도를 산출한다.
김현중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이사장은 2026년 2월 고용노동부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AI 기반 안전관리의 방향을 직접 밝혔다.
그는 “위험 현장 맞춤형 관리와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안전체계 구축을 통해 사고사망 감축을 본격 추진하겠다.”며 “공단의 고위험 사업장 예측 AI 모델을 전 업종으로 확대하고, 사업장의 위험요인에 해당하는 법령과 기술지침을 자동으로 제시하는 산업안전보건 AI 시스템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AI의 강점은 사람이 한꺼번에 처리하기 어려운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를 통해사고 직전의 ‘패턴’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어떤 공장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발생한 사고를 분석한다고 하자. 사고가 발생한 시간, 작업 종류, 작업자의 근무시간, 설비의 상태, 기온과 습도, 작업장 내 위험물질, 사고 직전의 설비 이상징후 등을 모두 데이터로 입력할 수 있다. 이를 수많은 데이터와 비교하면서 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공통 패턴을 찾아낼 수 있다.
산업재해 데이터가 많을수록 AI는 똑똑해진다. 그래서 중요한 것이 데이터다. AI가 아무리 뛰어난 알고리즘을 갖고 있어도 학습할 데이터가 부실하면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나 중대재해뿐 아니라 경미한 사고, 아차사고, 설비 이상, 작업환경 변화 등까지 데이터로 축적해야 한다.
한국기술교육대학교 안전환경공학과 윤여송 교수는 산업재해 데이터를 활용한 안전관리와 AI 기반 예측 분야를 연구하고 있는 전문가다. 그는 실제 산업현장의 재해 데이터를 분석해 재해 발생 패턴과 위험요인을 찾아내는 연구를 하고 있다.
윤 교수의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명확하다. AI 안전관리의 핵심은 ‘AI가 사고를 예언한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사고와 위험 데이터를 분석해 사고 가능성이 높은 조건을 찾아내고 이를 현장의 예방조치로 연결하는 것이다.
AI 예측안전은 앞으로 기후변화와 결합하면서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인 것이 폭염이다. 기온만으로 작업자의 온열질환 위험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습도, 작업 강도, 작업시간, 휴식 여부, 작업장 내 복사열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하기 때문이다.
AI가 기상정보와 작업환경 데이터, 작업시간, 작업자의 활동량 등을 결합한다면 특정 시간대의 온열질환 위험을 예측해 작업시간을 조정하거나 휴식시간을 늘리는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AI가 산업안전을 자동으로 해결해주는 것은 아니다. AI가 위험도를 0.8이라고 계산했다고 해서 사고가 반드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반대로 AI가 낮은 위험도로 판단했다고 해서 사고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AI는 확률과 패턴을 계산하는 도구이지 미래를 완벽하게 예언하는 기계가 아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AI의 판단을 현장 조치로 연결하는 시스템이다. AI가 고위험 사업장을 골라냈다면 실제로 점검을 해야 한다. 특정 작업의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했다면 작업방법을 바꾸거나 설비를 개선해야 한다. 폭염 위험이 높다고 예측했다면 작업중지나 휴식시간 확대 등의 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김현중 이사장이 강조한 것도 이 지점이다. 그는 “산재 예방은 규제만으로 달성할 수 없고 현장 참여와 기술 혁신이 결합돼야 한다.”며 “AI와 데이터 기반 예방체계를 통해 산업안전보건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AI 안전관리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데이터의 편향이다. 과거에 사고를 제대로 기록하지 않은 사업장이라면 AI는 그 사업장을 ‘안전한 사업장’으로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또 작업자의 행동을 카메라와 웨어러블 기기로 지속적으로 수집할 경우 안전을 위한 데이터 수집이 노동자 감시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
AI가 내린 판단에 대한 책임 문제도 남는다. AI가 위험하다고 경고했는데 관리자가 무시했다면 누구에게 책임이 있을까 하는 문제다. 그 반대도 해당한다. 앞으로 AI 기반 산업안전이 확대되면서 반드시 논의해야 할 문제다.
AI가 아무리 정교해져도 최종적으로 위험을 제거하는 것은 사람이다. AI가 ‘이 사업장이 위험하다’고 알려주면 안전관리자가 현장을 확인하고 개선해야 한다. 결국 AI가 바꾸는 산업안전의 본질은 ‘사람 대신 AI가 안전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사고를 당하기 전에 AI가 위험의 신호를 먼저 찾아내도록 하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