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26일 네팔과 중국 티베트 접경지역에서 발생해 200명 가량의 사망자와 500명 이상의 실종자를 낸 대규모 홍수는 일반적 홍수와는 차원이 달랐다.
현지 수력발전소 공사를 위해 가 있던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우리 근로자 9명도 행방불명이 돼 정부합동신속대응팀이 현지로 급파됐다.
◇네팔 대홍수의 직접 원인은?
네팔 대홍수의 원인은 처음에는 지진으로 알려졌다. 현지에 집중호우는 내리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과 현지 연구기관들의 분석 결과, 고도 약 5,200m 지점의 빙하 일부가 떨어져 나가면서 거대한 얼음과 바위, 토사가 계곡으로 쏟아졌고, 이것이 강을 덮치며 순식간에 거대한 홍수로 변한 것으로 파악됐다.
위성영상 분석 결과 빙하의 상당 부분이 약 1,200m 아래 계곡으로 붕괴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충격으로 얼음과 암석, 토사가 강을 막거나 밀어내면서 이른바 ‘얼음-암석 눈사태(ice-rock avalanche)’가 발생했고, 이어 보테코시(Bhote Koshi)강과 트리슐리(Trishuli)강 일대에 거대한 홍수가 발생했다. 하류에서는 불과 30분 만에 수위가 최대 9m까지 치솟은 것으로 분석됐다.
히말라야의 만년설과 지반이 녹아내리면서, 세계의 지붕 전체가 거대한 시한폭탄으로 변해가는 과정이 그대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당초 이번 산사태와 홍수의 원인으로 지목했던 규모 4.4 지진을, 추가 분석을 거쳐 규모 5.2 지진 유사 현상인 ‘빙하 붕괴 사태’로 정정 발표했다. 지진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카트만두에 본부를 둔 통합산악발전국제센터(ICIMOD) 소속 기후 전문가들도 온난화가 진행 중인 히말라야 지역 빙하에서 발생한 대규모 눈사태가 강을 막았다가 이것이 터지면서 급류가 쏟아져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의 변화가 시작됐다
이번 재난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홍수’ 자체보다 홍수를 만들어낸 히말라야의 변화다. 히말라야의 빙하가 불안정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직접적 원인은 지구온난화다.
국제통합산악개발센터(ICIMOD)가 2026년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힌두쿠시-히말라야(HKH) 지역의 빙하 소실 속도는 2000년 이후 두 배로 빨라졌다. 1990~2020년 사이 빙하 면적은 약 12% 감소했고, 1975년 이후 일부 지역에서는 얼음 두께가 최대 27m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면적 0.5㎢ 이하의 작은 빙하들은 훨씬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으며, 이런 작은 빙하가 전체 빙하의 약 4분의 3을 차지한다.
빙하가 녹는다는 것은 단순히 얼음이 사라지는 문제가 아니다. 얼음이 줄어들면 산악지형의 구조 자체가 변한다. ‘얼음의 댐’이 무너지면 홍수가 된다.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빙하는 후퇴한다. 녹은 물은 빙하 주변이나 빙퇴석으로 막힌 곳에 호수를 만든다. 문제는 이 자연적인 댐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빙하가 계속 녹으면서 호수의 규모가 커지고, 주변의 얼음과 암석이 불안정해진다. 여기에 폭우나 눈사태, 암석 붕괴, 지진 등이 겹치면 자연댐이 갑자기 무너질 수 있다.
이때 발생하는 것이 ‘빙하호 돌발홍수’(GLOF·Glacial Lake Outburst Flood)다. 수십만~수백만㎥의 물이 짧은 시간에 한꺼번에 계곡으로 쏟아져 내려가면서 물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바위와 흙, 나무, 차량과 건물까지 휩쓸고 간다. 일반적인 하천 홍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파괴력이 큰 이유다. 국제기구와 과학자들이 히말라야의 빙하호를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경고해온 이유다.
네팔에서는 이미 지난해에도 에베레스트 지역의 타메 마을에서 빙하호 붕괴로 인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아시아 전체의 물문제가 될 수 있어
히말라야 빙하의 변화는 아시아 전체의 문제가 된다. 히말라야가 위험한 이유는 단지 산악지대에 사람이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히말라야의 빙하는 아시아의 거대한 ‘물 저장고’다.
힌두쿠시-히말라야 지역의 얼음과 눈은 인더스강·갠지스강·브라마푸트라강 등을 비롯한 거대한 강들의 수자원에 영향을 준다. 약 20억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이 지역의 물 순환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따라서 빙하가 녹는 초기에는 물이 오히려 많아질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빙하가 계속 줄어들면 어느 순간부터 여름철 하천을 공급하는 얼음의 양 자체가 감소한다. 즉 ‘물이 너무 많아지는 위험’에서 ‘물이 부족해지는 위험’으로 전환되는 것이다. ‘물안보’와 ‘재난안보’가 동시에 흔들리고 있다는 의미다.
더 심각한 것은 앞으로의 전망이다. ICIMOD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온난화가 계속되면 힌두쿠시-히말라야 빙하의 상당 부분이 금세기 안에 사라질 수 있다. 2023년 발표된 평가에서는 현재와 같은 고배출 경로가 이어질 경우 2100년까지 빙하 부피의 70~80%가 사라질 가능성이 제시됐다.
히말라야는 지금 ‘얼음이 사라진 뒤의 미래’가 아니라 얼음이 사라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한 과도기를 지나고 있는 셈이다. “빙하가 녹는 것” 이상으로 “빙하 붕괴가 주는 자연재난”이 무섭기 때문이다.
기후전문가들은 관련 기구들이 위성과 드론, 지진계, 자동 수위계 등을 통해 빙하와 빙하호의 변화를 관측하고 있지만 더 정교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위험지역에는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하류의 마을뿐 아니라 도로·교량·수력발전소·관광시설 등 주요 기반시설의 입지 자체를 다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번 네팔 홍수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물이 아니라, 물을 만들어낸 ‘녹아내리는 히말라야’다. 그리고 그 붕괴가 시작됐다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