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재난 미리 막는다".. 전국 데이터센터 163곳 화재안전조사

소방청, 9월부터 두 달간 공공 65곳·민간 98곳 집중 점검
배터리·UPS·전기설비부터 방화구획까지… ‘디지털 재난’ 사전 차단
지난해 국정자원 화재로 647개 정부 시스템 마비… 데이터센터 화재 파급력 확인
송호영 국장 “현장서 놓치기 쉬운 위험요인 세밀하게 살필 것”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건물 한 채가 불타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서버와 통신망이 멈추면 정부 행정서비스부터 금융·통신·기업 업무까지 동시에 영향을 받는 ‘디지털 재난’으로 번질 수 있어서다.

 

소방당국이 이 같은 데이터센터 화재의 특수성을 감안해 전국 공공·민간 데이터센터에 대한 대대적인 화재안전 점검에 나선다.

 

소방청은 다음 달 1일부터 10월 30일까지 두 달 동안 전국 데이터센터 163곳을 대상으로 화재안전조사를 실시한다고 26일 밝혔다. 조사 대상은 관계 법령에 따라 관리되는 공공기관 데이터센터 65곳과 민간 데이터센터 98곳이다.

 

이번 조사는 단순히 소화기나 스프링클러 등 소방시설 작동 여부를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데이터센터에 집중적으로 설치된 배터리와 무정전전원장치(UPS), 배·분전반, 전산실 등의 특성을 고려해 화재 발생 가능성부터 불이 난 뒤 확산을 막는 시설까지 종합적으로 살펴보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지난해 9월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가 대규모 정부 전산망 장애로 이어진 이후 데이터센터의 화재 안전성은 국가적 과제로 떠올랐다. 당시 화재로 정부 전산시스템 647개가 마비되면서 정부24를 비롯한 각종 행정서비스와 우편·민원 업무 등에 차질이 빚어졌다. 데이터센터 한 곳의 사고가 사회 전체의 기능 장애로 확산될 수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 사례였다.

 

데이터센터 화재, 정보시스템 마비로 도미노 악영향

 

데이터센터는 일반 사무용 건물과 구조부터 다르다. 수많은 서버와 통신장비가 24시간 가동되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대규모 전기설비도 끊임없이 작동한다.

 

정전 상황에서도 서버가 멈추지 않도록 전력을 공급하는 UPS와 배터리 설비도 필수적으로 설치돼 있다. 정상적으로 관리될 경우 안정적인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지만, 배터리의 손상이나 과열, 전기설비 이상 등이 발생하면 화재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화재 이후다. 데이터센터에 불이 나 전력이 차단되거나 서버가 손상되면 해당 시설을 이용하는 기관과 기업의 정보시스템이 동시에 멈출 수 있다. 정부 민원, 행정정보, 금융, 통신, 물류 등 데이터센터와 연결된 서비스가 많을수록 피해는 연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정자원 화재 당시에는 정부 전산망 장애가 발생하면서 지자체가 일부 복지·행정 업무를 수기로 처리하고, 일부 시스템 장애에 따라 대체 업무 절차를 가동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후속 대응이 이어졌다.

 

단순한 ‘건물 화재’가 아니라 사회 기능을 위협하는 ‘디지털 기반시설 재난’으로 봐야 하는 이유다.

 

배터리 랙부터 BMS까지 들여다본다

소방청은 이번 조사에서 데이터센터의 화재 위험을 크게 배터리와 전기, 소방·방화시설 분야로 나눠 살펴볼 계획이다. 배터리 분야에서는 △배터리 랙과 지지대의 안전성 △침수·누수 여부 △저장 장소 온도관리 상태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작동 여부 △배터리 파손 및 배터리액 누출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확인한다.

 

전기 분야에서는 배·분전반과 접지시설을 비롯해 전선과 케이블이 손상되거나 열화한 부분이 없는지를 점검한다.  소방시설도 주요 점검 대상이다. 스프링클러설비와 자동화재탐지설비 등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해 화재 초기 감지와 진압 기능에 문제가 없는지를 살핀다.

 

불이 난 뒤 다른 공간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시설도 점검한다. 전산실과 배터리실, UPS실이 적정하게 분리돼 있는지 확인하고, 방화구획과 피난·방화시설의 관리 상태도 살핀다. 한 공간에서 시작된 화염과 연기가 다른 서버실이나 설비 공간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구조인지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전문가도 참여..  위험 발견하면 현장에서 바로 개선

조사는 시·도 화재안전조사단이 중심이 돼 진행한다. 지역 여건에 따라 배터리 분야 전문가와 관련 단체도 참여시켜 점검의 전문성을 높일 방침이다.

 

소방청은 특히 이번 조사를 단속 위주로 운영하기보다는 현장 컨설팅을 병행해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점검 과정에서 즉시 고칠 수 있는 위험요인이 발견되면 현장에서 개선하도록 하고, 관계 법령을 위반한 사항이 확인될 경우에는 과태료 부과 등 필요한 행정조치도 병행한다.

 

각 데이터센터가 어떤 형태로 전산실·배터리실·UPS실을 설치해 운영하고 있는지와 사용 중인 배터리 종류, 자동소화설비 설치 현황 등도 함께 조사한다. 소방청은 이를 토대로 데이터센터별 화재위험 특성을 분석하고 향후 화재안전 기준과 관련 정책을 보완하는 기초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시설 특성에 맞는 화재안전관리 중요

지난해 국정자원 화재 이후 데이터센터에 대한 안전대책의 무게중심도 ‘화재 진압’에서 ‘서비스 중단을 막기 위한 예방과 복원력 확보’로 옮겨가고 있다.

 

데이터센터는 한번 장애가 발생하면 물리적인 화재 진압이 끝난 이후에도 서버 복구와 데이터 이전, 서비스 재개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러 기관의 정보시스템이 하나의 데이터센터나 특정 설비에 집중될 경우 사고의 파급력이 한층 커질 수 있다.

 

이에 따라 배터리와 전기설비 자체의 화재를 예방하는 것뿐 아니라 방화구획을 통한 확산 차단, 서버와 데이터의 분산·백업 등까지 아우르는 복합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호영 소방청 화재예방국장은 “데이터센터는 일반 건축물과 달리 전산장비와 전기설비, 배터리 등이 집약되어 있어 시설 특성에 맞는 화재안전관리가 중요하다”며 “이번 조사를 통해 현장에서 놓치기 쉬운 위험요인을 세밀하게 살피고, 점검 결과가 실질적인 안전관리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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