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2026년 여름, 대한민국은 연일 이어지는 기록적인 폭염으로 시름했다. 자연스럽게 나오는 질문이 생겼다. “도대체 앞으로는 얼마나 더 더워질 것인가.”
기후과학자들의 대답은 분명하다. “지금의 폭염은 시작에 불과하다.”
◇2050년 대한민국의 여름
지구 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보다 약 1.2~1.3℃ 상승했다. 그러나 육지는 바다보다 빠르게 뜨거워진다. 특히 동아시아 지역은 기후변화의 영향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곳으로 꼽힌다.
최근 연구들은 한반도가 세계 평균보다 더 빠르게 따뜻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후모델 분석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2℃ 상승하는 시나리오에서 한국은 2℃를 넘는 상승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앞으로 폭염과 열대야, 가뭄과 집중호우가 동시에 증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성미경 KIST 기후환경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최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030년대에는 40℃의 극한고온이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게 되고, 2050년 전후에는 40℃를 넘는 폭염을 일상적으로 경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는 단순히 최고기온의 숫자가 올라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리 사회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고온에 적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여름은 습도가 높기 때문에 같은 40℃라도 건조한 지역보다 인체가 느끼는 부담이 훨씬 클 수 있다.
과거에는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더위’가 이제는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 기상청이 지난해 12월 공개한 ‘기후변화 상황지도’ 전망은 그 답을 보여준다. 온실가스 배출이 현재와 비슷하게 계속되는 고배출 시나리오(SSP5-8.5)를 적용하면 우리나라의 연간 폭염일수는 2025년 20.6일에서 2050년 26.7일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열대야는 12.1일에서 27.1일로 두 배 이상 증가한다. 세기 말에는 폭염일수가 95.7일, 열대야가 85.2일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미래가 반드시 그렇게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을 크게 줄이는 SSP1-2.6 시나리오에서는 2050년 열대야가 23.1일로 전망되고, 세기 후반에는 다시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결국 2050년의 기후는 자연이 일방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선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폭염의 일상화’가 주는 것
폭염일수와 열대야가 늘어난다는 것은 단순히 여름에 에어컨을 더 오래 켜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농작물의 재배 시기가 달라지고, 가축의 생산성이 떨어지며, 전력 수요가 급증한다. 건설현장과 농촌의 야외노동자는 더 오랜 기간 고온에 노출되고, 고령자와 만성질환자의 온열질환 위험도 커진다.
도시에서는 열섬현상까지 겹친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가 낮 동안 흡수한 열을 밤까지 내뿜으면서 밤에도 기온이 떨어지지 않는다.
특히 열대야의 증가는 심각하다. 낮에 아무리 더워도 밤에 기온이 떨어지면 인체가 회복할 수 있지만, 밤까지 더위가 지속되면 수면장애와 피로가 누적되고 심혈관계 부담도 커진다.
◇바다도 함께 뜨거워진다
한반도의 미래 기후를 이야기하면서 육지의 기온만 볼 수 없다. 환경부가 발표한 ‘한국 기후위기 평가보고서 2025’에 따르면 우리나라 주변 해양의 표층수온은 전 지구 평균보다 약 두 배 빠르게 상승했다.
2011~2024년 국내 수산업의 고수온 피해 누적액만 3,472억 원에 달했다. 특히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2100년까지 우리나라 주요 양식 밀집 해역의 수온이 약 4~5℃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수온 상승은 단순히 물고기가 더워지는 문제가 아니다. 한류성 어종은 서식지를 북쪽으로 옮기고 난류성 어종이 우리 연안으로 들어온다. 양식장에서는 고수온에 따른 폐사 위험이 커지고, 적조와 해파리 등 해양생태계의 변화도 나타난다. 결국 기후변화는 수산업과 어민의 생계를 넘어 우리의 식탁까지 바꾸게 된다.
◇농업은 더 큰 시험대에 오른다
기후가 바뀌면 농업지도도 바뀐다. 사과와 복숭아 등 과수의 재배적지가 이동하고, 기존 품종이 새로운 기후조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 병해충의 활동기간도 길어진다.
남재철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특임교수(전 기상청장)는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식량안보 문제를 꾸준히 경고해왔다.
그는 지난해 한 칼럼에서 “기후변화 시대에는 단순한 사후 복구가 아니라 농정 패러다임을 기후 적응형으로 전환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지역별 기후위험을 분석해 작물 선택과 농작업 시기, 물 관리, 재해보험 등을 종합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또 기후위기의 대응을 ‘완화’와 ‘적응’이라는 두 축으로 나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이미 달라지고 있는 기후에 우리 사회가 견딜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달라진 기후에 적응할 체력 길러야
폭염은 지구 생태계를 바꾸고, 바다를 뜨겁게 만들며, 농작물과 동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식량안보와 인간의 건강까지 흔든다.
남 교수는 “한국도 달라진 기후에 적응할 체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폭염·가뭄에 견딜 수 있는 농업과 산업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50년의 대한민국은 정해진 미래가 아니다. 지금의 에너지 정책, 도시계획, 농업정책, 산업안전 정책, 재난대응 체계가 모여 만들어지는 선택 결과다. 이제 기후정책은 ‘2050년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만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마지막에는 하나의 질문이 남는다. “더워지는 지구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이다.
답은 이미 시작됐다. 탄소를 줄이는 것, 도시를 바꾸는 것, 농업과 산업을 적응시키는 것, 취약한 사람을 보호하는 것, 그리고 기후재난을 정확히 예측하고 신속하게 대응하는 것이다.
폭염은 더 이상 여름철 날씨가 아니다. 새로운 시대의 재난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