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이슈] ‘듣는 119’에서 ‘보는 119’로…영상통화로 ‘골든타임’ 지킨다

영상으로 출산 돕고, 응급처치 안내하고…
2023년 119 신고 중 거의 절반 차지…영상통화 급증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1

2021년 9월 14일 오전 9시 28분 서울종합방재센터 119구급상황관리센터.

 

“임산부가 진통이 심하다. 아기가 나올 것 같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신고를 받은 1급 응급구조사 홍수현 소방교는 산모의 진통 상황을 들으며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에 출산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홍 소방교는 곧바로 스마트폰 영상통화로 전환하고 현장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영상으로 산모의 상태와 주변 상황을 확인하면서 당직 구급지도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는 의사와 함께 실시간으로 상황을 영상으로 확인하며 산모에게 필요한 조치를 안내했다.

 

당시 산모는 변기에 앉아 있어 자칫 위험한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 홍 소방교는 산모에게 바로 눕도록 하고, 함께 있던 산모의 친정어머니에게 아기를 받을 준비를 하도록 안내했다.

 

영상 의료지도를 시작한 지 약 5분. 드디어 건강한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이후 도착한 119구급대원은 의사의 의료지도에 따라 탯줄을 자르고 산모와 아기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산모와 아기 모두 건강했다.

 

소방청은 당시 가정에서 스마트폰 영상통화 의료지도를 통해 안전하게 분만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2

2026년 1월 26일 충남 아산시 배방읍의 한 오피스텔 지하주차장에서 차량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주차장에는 많은 차량이 있어 불이 번질 가능성이 컸다.

 

119종합상황실 근무자는 신고자를 안심시킨 뒤 영상통화로 현장을 확인했다. 영상으로 소화기와 옥내소화전의 위치를 파악한 뒤 신고자에게 초기 진화 방법과 대응 요령을 안내했다.

 

신고자는 소화기의 안전핀을 뽑고 초기 대응에 나섰고, 뒤이어 도착한 소방대가 잔불을 정리했다. 차량 한 대가 일부 소실됐지만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3

8월 24일 오후 6시 4분 충남 태안군 한 펜션 수영장에서 “아이가 물에 빠져 건졌는데 숨을 쉬지 않는다”는 신고가 충남소방본부 119종합상황실에 접수됐다.

 

상황실은 즉시 관할 소방서에 출동을 지시하는 동시에 응급처치를 담당하는 구급상황관리센터로 전화를 연결했다. 전화를 넘겨받은 최진주 소방교는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보호자와 영상통화를 시작했다.

 

화면을 통해 아이의 의식과 호흡이 없는 것을 확인한 최 소방교는 곧바로 보호자에게 심폐소생술 자세와 가슴 압박 속도를 안내했다. 보호자는 최 소방교의 지시에 따라 심폐소생술을 이어갔고, 약 3분 뒤 아이가 얼굴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어 호흡과 맥박도 서서히 돌아왔다. 이후 현장에 도착한 구급대는 아이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다.

 

심정지 환자는 4분 이내 심폐소생술을 받지 못하면 뇌 손상 위험이 커진다. 신속한 신고와 119상황실의 실시간 영상 지도가 맞물려 골든타임을 지킬 수 있었다.

 

 

◇‘듣는 119’에서 ‘보는 119’로

 

119의 역할이 이제 단순히 “신고를 받고 구급차나 소방차를 보내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고 있다. 현장을 보면서 상황을 판단하고 신고자에게 행동을 안내하며 구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골든타임을 지키는 것이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면서 119의 대응 방식도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신고자의 설명을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영상통화로 현장을 직접 확인하면서 대응을 지휘한다. “주변 상황부터 우선 보여주세요.”라는 말이 상황실에서 드물지 않다.

 

다급한 상황에서는 신고자 역시 정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 위치나 환자의 상태를 잘못 전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영상통화를 하면 상황실 근무자가 직접 현장을 볼 수 있다. 환자의 의식과 호흡 상태, 화재의 위치와 규모, 주변의 위험요소 등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필요한 행동을 안내할 수 있다.

 

소방청은 이미 문자·사진·영상통화·119 신고 앱 등을 이용한 다매체 신고체계(문자 신고, 웹신고, 119앱 신고, 영상통화)를 운영하고 있다. 2023년 다매체 신고는 89만 6049건으로 전년보다 35.6% 증가했고, 이중 영상통화 신고는 42만 건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기술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을 보는 판단력’

 

영상통화가 모든 사고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통신이 불안정하거나 현장이 너무 위험해 신고자가 휴대전화를 들고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에도 한계가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상황실 근무자의 판단력과 경험, 그리고 현장 출동대와의 신속한 협업​이다.

 

서울의 응급분만 사례에서도 영상통화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응급구조사가 출산이 임박했다고 정확히 판단하고 영상통화로 전환한 뒤 구급지도 의사와 연결해 의료지도를 했다. 119는 ‘듣는 상황실’에서 ‘보는 상황실’로 진화해 가고 있다.


◇119 영상통화 신고는 어떻게?

 

소방청은 공식적으로 ‘119 다매체 신고’ 방식을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청각·언어장애인이 119에 영상통화로 직접 신고하면 119 상황실·신고자·수어통역사 간 3자 영상통화로 연결하는 시스템도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영상통화로 신고하는 방법은 다른 사람과의 영상통화와 다를 바 없이 간단하다.

 

-119를 누른다.

-일반통화 표시가 아니라 영상통화 버튼을 누른다.

-119 종합상황실로 연결되면 현장 상황을 보여주면서 신고한다.

-상황실에서 질문하면 화면을 보면서 답한다.

 

영상통화가 특히 유용한 경우는 다음과 같은 경우다.

 

-신고자가 정확한 응급상황을 설명하기 어려울 때

-교통사고 현장

-화재·연기 발생

-산이나 계곡에서 조난

-침수·붕괴 현장

-사람이 고립된 상황

-말을 하기 어려운 상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