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조현준 효성 회장 "부친, 임종 직전까지 조현문 고소 취하 말라"

12년 만에 법정서 마주한 효성家 형제.. 조현준 "처벌 원한다"
"동생 깨우치려 피 토하는 심정으로 고소".. 선친 뜻 강조
주식 처분·보도자료·상속까지 갈등 분출.. 28일 추가 증인신문

 

한국재난안전뉴스 박광춘 기자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동생 조현문 전 효성그룹 부사장의 형사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아버지는 임종 직전까지도 고소를 취하하지 말라고 하셨다"며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혔다. 2014년 이른바 '효성 형제의 난'이 본격화한 이후 두 형제가 법정에서 직접 마주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회장은 특히 이번 고소·고발이 단순한 형제간 재산 다툼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선친인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의 뜻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21일 효성그룹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이성열 판사는 이날 강요미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조 전 부사장과 박수환 전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에 대한 공판을 열고 조 회장을 증인으로 불러 신문했다. 조 전 부사장은 2013년 효성에서 물러나는 과정에서 자신이 회사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배포하도록 요구하고, 배우자와 관련된 소문에 대한 사과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비리를 폭로하겠다는 취지로 압박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검찰이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처벌을 원하는지를 묻자 조 회장은 "네. 희망합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장기간 이어진 가족 간 갈등에 대해 "재산이 문제라면 정리하고 이제 제발 각자 갈 길을 갔으면 좋겠다"며 "더 이상 우리 집안을 고소·고발로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 재판이 생기게 된 이유"라고 말했다.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았다면 고소할 수도 없었다"

이날 조 회장이 가장 강한 어조로 강조한 대목은 선친 조석래 명예회장의 뜻이었다. 조 회장은 "이 사건에 대한 고소·고발은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것이었다"며 "(아버지는) 둘째 아들을 깨우치게 하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며 피 토하는 심정으로 선택한 소송"이라고 증언했다.

 

이어 선친이 "이 방법 외에는 현문이를 뉘우치게 할 수가 없다. 이렇게 해서라도 반성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 회장은 "아버지는 임종 직전까지도 고소를 취하하지 말라고 하셨다"는 취지로 증언하며 "아버지 이야기를 명심해서 더 이상 우리 집안을 괴롭히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 조석래 명예회장은 2024년 3월 29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였다.

 

조 회장은 가족 간 소송이 장기화하면서 부모와 형제 등 가족 전체가 피해를 봤다고도 주장했다.

 

"부모에게 입에 담기 어려운 말…아버지도 큰 충격"

조 회장은 2015년 3월 8일 조 전 부사장이 서울 성북동의 부모 자택을 방문했을 당시 상황도 증언했다.조 회장에 따르면 당시 조 전 부사장은 응접실 문을 잠근 상태에서 부모에게 "독사 같은 어머니 몸속에서 태어난 것을 후회한다", "지옥 끝까지 보내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썩게 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조 회장은 "아버님이 충격을 받아 현문이가 돌아올 것이라고 생각하고 붙여 놓았던 사진도 모두 떼셨다"며 "우리로서는 명명백백하게 협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 내용은 이날 법정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다만 이는 조 회장이 법정에서 밝힌 당시 상황에 대한 증언이며, 조 전 부사장 측은 전반적인 사건과 관련해 협박이 아니라 비리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경고' 차원의 발언이었다는 취지로 맞서고 있다.

 

"우리은행 대여금고 주식 가져가…가족 불문율 어겼다"

형제 갈등의 또 다른 핵심은 주식이었다. 조 회장은 이날 조 전 부사장이 보유·처분한 일부 주식과 관련해 "회사의 경영권과 관련된 주식으로 명의가 어떻게 돼 있든 아버님과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가족의 불문율이었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 측 설명에 따르면 조석래 명예회장은 당시 조 전 부사장이 주식을 관리하던 재무본부 임원 등을 압박해 우리은행 대여금고에 보관돼 있던 실물 주식을 가져간 것으로 받아들였다고 한다.

 

조 회장은 "회사의 주식을 처분하려면 아버지께 와서 주식을 사달라고 하든지 다른 방식으로 협의할 수도 있었는데, 굳이 은행에 내용증명까지 보내면서 주식을 가져간 것은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다만 조 전 부사장의 비상장 주식 매각과 관련해 제기됐던 공갈미수 혐의는 2023년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됐다. 친족상도례와 고소기간 문제가 그 이유였다.

 

"'오후 3시 보도자료' 요구, 블록딜 가격 때문이라고 생각"

조 회장은 2013년 조 전 부사장의 사임 과정에서 불거진 '보도자료 배포 요구'에도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에 따르면 당시 조 전 부사장의 언론 대응을 맡았던 박수환 전 대표 등이 효성을 찾아와 조 전 부사장의 사임과 관련한 보도자료를 2013년 2월 28일 오후 3시 무렵 배포해 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보도자료에는 조 전 부사장이 효성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중공업 부문의 경쟁력을 높여 회사의 장기 성장에 기여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회장은 법정에서 이에 대해 "사실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강압적인 요구가 아니라면 저희가 낼 수 없는 내용"이라고 증언했다.

 

조 회장 측은 특히 보도자료 배포 시간을 장 마감 시각인 오후 3시에 맞추도록 한 것은 조 전 부사장이 보유 주식을 블록딜 방식으로 처분하는 과정에서 주가 하락 위험을 줄이기 위한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조 회장 측의 해석으로, 향후 재판 과정에서 조 전 부사장 측과의 치열한 사실관계 공방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공익재단 동의했지만 유류분 소송까지…갈등 계속

선친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형제간 갈등은 끝나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은 2024년 7월 기자간담회를 열어 선친으로부터 받은 상속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고 공익재단을 설립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효성의 경영권에 관심이 없으며 가족과도 독립된 삶을 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조 회장은 이날 법정에서 자신도 공익재단 설립에 동의했다고 설명하면서도 이후 비상장 계열사 지분 정리와 상속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됐다고 토로했다.

 

특히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이 유류분 관련 소송까지 제기하며 가족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강한 유감을 나타냈다.

 

조 회장은 "재산 문제라면 재산 문제만 논의하면 된다"며 "재산을 정리하고 각자의 길을 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생이 원하는 대로 절연하고 끊고 싶다"는 취지의 심경도 밝혔다.

 

조현문 측 "협박 아닌 경고"…28일 형제 다시 법정에

조 전 부사장 측은 조 회장의 주장에 맞서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측 변호인단은 이날 반대신문에서 이른바 '서초동에 갈 것'이라는 표현 등이 실제 협박에 해당하는지, 조 전 부사장이 조 회장에게 비상장주식을 직접 사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조 회장도 조 전 부사장이나 박 전 대표로부터 비상장주식을 직접 매입해 달라는 요구를 받은 적은 없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일련의 고소·고발과 언론 대응 등이 자신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조 전 부사장 측은 '서초동' 등의 표현 역시 형이나 부친에게 위해를 가하겠다는 뜻이 아니라 경영 비리가 드러나면 검찰 수사와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경고'였다는 입장이다.

 

결국 10년 넘게 이어져온 효성가 형제 갈등은 선친의 별세 이후에도 상속과 민·형사 소송으로 이어지며 좀처럼 출구를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날 예정된 증인신문도 모두 마무리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는 28일 오후 2시 조 회장을 다시 증인으로 불러 반대신문 등을 이어가기로 했다. 12년 만에 법정에서 다시 마주한 형제가 다음 공판에서 어떤 공방을 벌일지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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