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한 마리가 항공기를 멈춘다…늘어나는 ‘버드 스트라이크’

항공 안전장애 원인, 조류 충돌이 절반
2022년 216건, 2025년 293건 증가 추세
인천공항 가장 많은 311건
공항시설법 국회 통과...김도읍 의원 발의
공항 반경 13㎞ 조류 유인환경 조성 금지
조류충돌 예방 활동 법정 범위도 8㎞에서 13㎞로 확대

한국재난안전뉴스 이계홍 기자 |

 

하늘을 나는 항공기와 새가 충돌하는 ‘조류충돌(Bird Strike)’은 얼핏 보면 대수롭지 않은 사고처럼 보인다. 그러나 시속 수백㎞로 날아가는 수십~수백㎏의 항공기에 작은 새 한 마리도 유리창이나 날개, 엔진을 파손할 수 있고, 여러 마리가 동시에 충돌하면 엔진의 추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치명적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항공기가 이륙하거나 착륙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류충돌은 위험성이 더욱 크다. 고도가 낮아 조종사가 대응할 시간이 짧고, 엔진 이상이나 조종계통 손상이 발생할 경우 안전하게 회항하거나 비상착륙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2024년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7C2216편 사고는 조류충돌의 위험성을 국민에게 각인시킨 대표적인 사례다. 착륙을 준비하던 과정에서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활동에 대한 주의를 받았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항공안전 장애 발생 원인 중 절반(48%)이 조류 충돌이었다. 고장(19%), 기타(16%), 공중충돌(6%)이 뒤를 이었다.

 

항공기 조류 충돌은 △2022년 216건 △2023년 257건 △2024년 290건 △2025년 293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이며, 공항별로는 △인천공항 311건 △김포공항 266건 △김해공항 241건 △제주공항 226건 등의 순이다.

 

항공기의 안전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하지만 아무리 첨단 항공기라도 하늘을 나는 새와의 충돌 위험까지 없애지는 못한다.

 

 

◇왜 새 한 마리가 항공기를 위협할까

 

공항에서 조류충돌 위험이 큰 이유는 공항은 넓은 개활지이고 활주로 주변에는 높은 건물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새들에게는 먹이와 물을 구하고 천적을 피할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특히 철새 이동 경로와 습지·하천·농경지가 가까운 공항은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실제로 무안공항 주변에도 철새 도래지가 있고, 인천·김포·김해공항 등 다른 공항 역시 조류충돌 위험에서 자유롭지 않다.

 

항공기와 새가 충돌할 때 피해를 결정하는 것은 단순히 새의 크기만이 아니다. 항공기의 속도와 충돌 위치가 함께 작용한다.

 

특히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가는 ‘버드 인제스천(Bird Ingestion)’이 위험하다. 새가 고속으로 회전하는 엔진 팬에 빨려 들어가면 팬 블레이드가 손상되거나 부러질 수 있다. 여러 마리가 동시에 빨려 들어가면 엔진의 추력이 급격하게 떨어질 수도 있다.

 

조종석 앞 유리와 충돌할 경우에도 문제가 심각하다. 대형 새가 유리를 깨거나 조종석 내부로 침입하면 조종사의 시야와 조종 능력을 동시에 위협할 수 있다.

 

날개와 꼬리 부분에 충돌하면 외판이 찌그러지거나 각종 장치가 손상될 수 있다. 착륙장치와 충돌할 경우에는 착륙 자체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여러 마리의 새가 동시에 항공기와 충돌하는 상황이다. 한두 마리의 충돌은 항공기가 견뎌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지만, 큰 새떼와 충돌하면 여러 부분에서 동시에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새를 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재 공항에서 사용하는 조류퇴치 방법은 다양하다. 경보음이나 폭음, 조류퇴치용 음향장비, 레이저, 순찰 차량 등을 이용해 새를 공항 주변에서 쫓아낸다.

 

그러나 단순히 새를 쫓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 새가 잠시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공항으로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근본적인 대책은 공항 주변을 새가 머물기 어려운 환경으로 만드는 것이다. 공항 주변의 논·밭·저수지·습지·쓰레기장 등에 새를 끌어들이는 먹이가 있는지 조사하고, 필요하면 토지 이용과 수자원 관리까지 조정해야 한다.

 

특히 공항 주변 토지 이용을 결정할 때부터 항공안전을 고려해야 한다. 공항 인근에 대규모 저수시설이나 음식물 쓰레기 처리시설, 조류가 많이 모이는 시설이 들어선다면 장기적으로 항공기와 새의 충돌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항 주변의 조류 개체 수와 이동 경로를 장기간 관찰해 계절별 위험도를 분석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철새가 이동하는 봄과 가을에는 조류 활동이 급증할 수 있는 만큼 집중적인 감시가 필요하다.

 

◇공항시설법 개정법률안 국회 통과

 

항공기 조류 충돌을 줄이기 위해 공항 주변 조류 서식지와 철새도래지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법안이 20일 국회를 통과했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도읍(부산 강서) 의원은 대표발의한 공항시설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조류 충돌 위험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관련 대책의 필요성이 강하게 대두됐었다. 이에 김 의원은 그동안 국토교통부, 환경부, 한국환경연구원 등과 긴밀히 협의해 법안을 마련해 올해 2월 대표발의 했고, 여야 이견 없이 이날 국회를 통과했다.

 

법안은 공항 주변 조류 서식지와 철새도래지도 ‘조류유인환경 관리구역’으로 지정해 체계적인 관리와 예방 대책을 마련토록 하고, 그 범위도 8km에서 13km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행법의 경우, 공항 반경 8km 이내 ‘조류보호구역’에 조류를 유인할 환경을 만드는 것을 제한하고 있지만 ‘조류보호구역’에 대한 법적 정의가 불명확해 철새도래지 포함 여부에 대한 해석이 엇갈려 왔다. 이로 인해 공항 주변 조류 서식지 및 철새도래지의 관리가 사실상 사각지대에 있었다는 게 김 의원실의 설명이다.

 

김 의원은 “이번 법 개정을 통해 조류 충돌의 근본적인 예방 대책을 마련해 다시는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