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불법촬영물 유통사이트 뿌리를 뽑는다

성평등부·경찰청·방미통위, 불법사이트 3만4628곳 분석
관련 영상 215만 개…불법사이트 6683개 접속 가능
광고·계좌로 수익 차단…도박장처럼 개설 자체 처벌
경찰, 특별수사팀 신설…합법적 해킹도 추진

한국재난안전뉴스 박종열 기자 |

 

정부가 불법촬영물 등 디지털 성범죄물을 유통하는 불법사이트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강화하고, 수익원을 차단하는 등 불법사이트를 뿌리 뽑기 위해 모든 조치를 총동원한다.

 

불법 영상물 삭제를 지원하는 기존 대응으로는 부족하다고 보고 수사와 처벌, 수익 차단, 접속 차단 기술 고도화 등 모든 수단을 써서 무력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성평등부와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경찰청 등이 참여하는 ‘범정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협의체’는 20일 ‘불법촬영물 등 유통사이트 심층분석을 통한 불법사이트 통합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대응 협의체 분석 결과 피해자 삭제지원 과정에서 수집한 3만4628개 사이트 중 6683개(19.3%)가 현재도 접속 가능한 불법사이트로 확인됐다. 이 중 3832개는 별도의 VPN(가상 사설망) 우회 없이 국내망에서도 접속할 수 있었다.

 

접속 가능한 사이트 중 한국어로 운영되거나 ‘Koreanporn’ 등 한국 관련 카테고리가 있는 사이트는 1316개였으며, 이들 사이트에 게시된 한국인 관련 영상은 약 215만 개로 추정됐다. 피해자를 특정할 수 있는 신상정보가 함께 게시된 사례도 확인됐다.

 

정부는 이러한 사이트들이 조직적인 수익사업으로 운영되는 정황을 포착했다. 기술적 분석 결과 동일 운영자가 관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385개 그룹이 식별됐으며, 일부는 20개 이상의 사이트를 함께 운영하거나 성착취물 사이트와 도박사이트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었다.

 

주요 수익원은 도박·성매매 등 배너광고였다. 경찰이 검거한 126개 불법사이트 중 수익이 확인된 117개의 총수익은 약 304억 원이었다. 사이트 한 곳당 최소 연 2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셈이다.

 

 

정부는 불법촬영물이 게시되는 사이트 자체를 겨냥한 것은 삭제만으로는 재유포를 막기 어렵다고 판단, 불법사이트 개설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도박장 개설죄와 유사하게 불법촬영물 유통을 목적으로 사이트를 개설하는 행위 자체를 처벌할 수 있도록 성폭력처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불법촬영물 유통 사이트에 광고 게재를 금지하고, 위반 시 제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한다. 불법사이트 운영에 이용된 계좌에 대해서는 ‘강화된 고객확인제도’(EDD)를 활용해 거래정지를 추진해 자금 흐름을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경찰은 ‘불법사이트 특별수사팀’을 신설해 운영자 검거와 원본 삭제 등 근본적 대응에 수사력을 집중할 계획이다. 수사기관이 사이트에 직접 접속해 수사 단서 수집 및 원본 데이터 삭제를 통해 피해를 신속하게 중단시킬 수 있도록 호주·영국 등에서 시행 중인 능동적 방어 제도(합법적 해킹) 도입도 적극 검토한다.

 

 

호주의 경우 수사기관이 범죄 인프라에 접근해 데이터를 추가·삭제하거나 계정을 장악할 수 있고, 영국도 법원의 영장을 통해 국가기관의 해킹을 허용하고 있다. 정부는 범죄환경 분석과 기술적 대응 방안, 법리적 타당성 등을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거쳐 근거 법령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해외 서버를 활용하는 사이트에 대한 대응도 강화한다. 반복적으로 삭제 요청에 불응하는 사이트에 대해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신고 전달 체계를 마련하고, 해외 호스팅·CDN 사업자에게 서비스 중지를 공식 요청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플랫폼 사업자가 자신의 플랫폼에서 불법촬영물 등으로 의심되는 콘텐츠 발견할 경우 이용자ID, IP 주소 등을 신고하는 것을 의무화한다.

 

사이트가 삭제 요청에 지속적으로 불응하는 경우 성평등부 장관이 기간통신사업자에게 직접 접속차단을 요청할 수 있는 ‘긴급 차단 요구권’도 도입한다.

 

미러사이트나 유사 도메인은 신속 차단하고, 도메인을 계속 바꾸는 ‘도메인셔틀링’을 자동 탐지하는 인공지능(AI) 기반 기술도 개발한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불법사이트들은 무료 개방형과 회원가입을 요구하는 유료 회원제 형태로 운영된다. 무료개방형은 콘텐츠를 복제한 백업사이트를 운영하며, 다량의 영상물을 동시에 유포하고, ‘도촬·N번방’ 등의 성착취 카테고리를 별도 운영하며 주로 도박 등 배너광고를 통해 수익을 얻는 구조다.

 

유료회원제는 등급에 따라 접근 가능한 게시판을 제한하고, 영상물 업로드와 도박사이트 가입, 암호화폐 등을 통해 포인트를 획득해 등급을 올리는 구조로 불법촬영물 유포를 구조적으로 유도하며, 또 다른 불법으로 유인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피해자의 요청에 따라 불법촬영물 삭제를 지원해 왔지만 이에 응하지 않고, 지워도 다시 게시하고, 도메인을 바꿔가며 활동을 이어가는 사이트들이 존재하는 한 피해자의 고통은 결코 끝나지 않는다”며 “삭제 지원을 넘어 불법사이트 그 자체를 무력화하는 근본적 대응으로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디지털 성착취물 등을 유포하는 사이트들은 사이버도박, 불법 성매매 등 불법 콘텐츠들의 관문 역할을 하며 범죄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며 “불법 수익 생태계 전체를 뿌리 뽑는 전방위적 수사를 펼치겠다”고 말했다.